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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삼천원으로 예술하기②

고난의 스타트업, 그리고 여전히 삼천원을 하는 이유

2016.05.25(Wed) 19:08:38

7명의 대학생이 공유한 분노는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띄어갔다. 각자가 즐기는 분야에서 이런 문제들을 더 이상 반복시키지 않겠다는 열망 아닌 열망으로 많은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팬들은 다양한 이유로 소비한다. 그것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기념할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근간에는 문화예술이 삶에 전하는 가치와 의미에 대한 소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지속적으로 활동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그 무형의 가치와 신뢰에 대한 소비에 주목했다. 무형의 가치와 신뢰에 대한 소비를 직접 할 수 있다면 기존의 유통과정이 가지는 난점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돈이지만 정기적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을 생각했다. 삼천원이라는 작은 돈, 하지만 그런 돈을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와 기대’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모이고 모이면 문화예술의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치와 신뢰에 대한 소비’라는 콘셉트에 맞게 소비자들에게는 활동소식 등을 알릴 수 있는 결제자 전용 뉴스피드와 기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생각 끝에 우리가 도달한 것은 스타트업이었다. 후원과 소비가 묘하게 결합된 우리의 아이템이 문화예술의 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마찬가지로 시장모델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스타트업, 그 고난의 벽

그러나 공모전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7명의 대학생에게 벽은 처음부터 거대했다. 서툰 솜씨로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여기저기 제출해봤지만 몇 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 와중에 쏘카, 텀블벅 등을 투자한 sopoong의 투자를 받게 되어 본격적으로 소셜벤처의 형태로 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난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법인등록부터 고되었다. 사업의 성격상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팬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밀억제권역 중과세 제도에 의해 통상보다 세 배가 많은 금액을 법인등록세로 지불해야 했다.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의 성격 때문에 홍대와 가까운 곳에서 사무실을 잡으려고 했지만 상식 밖을 벗어나는 임대료에 결국 몇 블록이나 벗어난 곳을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공간의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고자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정작 우리가 임대료 부담에 밀려난 것 같아 씁쓸했다.

사업자 등록과정도 지난했다. 인터넷 등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편히 등록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도장이 잘못 등록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설립한 회사가 공동대표 체제이다 보니, 서로 다른 두 개의 대표 인감이 필요했다. 문제는 분명 신청과정에는 서로 다른 두 개가 등록되었는데 등기국에 가서 확인해보니 같은 것이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오류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공동대표체제인데도 같은 도장 두 개가 등록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것이 얼마나 아연실색하게 하던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등기된 도장을 바꾸려고 하니 인감분실변경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 우리는 인감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분실변경 절차가 필요하단 말인가. 심지어 이런 모든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등기국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그 넓은 서울에 등기국은 단 두 곳뿐. 새삼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치열한 서비스 개발과 디자인과 마케팅의 현장 속에서 우리의 앞길을 다시 한 번 막은 것은 결제대행사와 카드사의 문제였다. 사업형태가 독특하고 정기결제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결제대행사와 카드사가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문화예술 생산자를 위한 정기결제가 핵심 아이디어인 만큼 결제대행사와 카드사를 설득하는 데 많은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삼천원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즐겁게 삼천원을 하고 있다. 거창한 무언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소설의 그다음 이야기를 보는 것과 같은 이유들이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의 작가 앨런 로이 맥기니스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보다 더 고귀한 일은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7명의 대학생, 그 이전에 7명의 팬으로서 내가 즐기는 분야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계속 활동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우리를 움직이고 있다. 작은 돈 삼천원, 사실 커피 한 잔도 사먹기 힘든 돈이지만 이 작은 돈이 모이고 모이면 문화예술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장동현 문화예술직접소비플랫폼 삼천원 노페땅 대표

 

‘2030현자타임’에서는 대학, 기업체, NGO,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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