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원. 요즘 세상에 커피 한잔 먹기 힘든 돈이 우리 스타트업이 만들고 있는 첫 서비스의 이름이다. 우리는 ‘문화예술직접소비플랫폼 삼천원’이란 이름으로 저임금, 불안정한 수입원, 강요되는 겸업에 시달리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시작은 작은 분노였다. 어느 날 지역의 한 라이브클럽 공연에서 마음에 쏙 드는 밴드를 보게 되었다. 좋은 밴드를 찾았다는 설렘으로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며 그 밴드의 SNS를 탐독하던 바로 그 다음날,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활동을 중지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기대감은 단번에 갈 곳 잃은 분노가 되어 허공을 맴돌았다. 오갈 데 없는 분노를 풀 길이 없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더니 저마다 사연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취미로 즐기는 분야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게 되어 완결이 나지 않은 소설, 돈이 더 되는 플랫폼으로 옮기게 되어 성급히 마무리 짓게 된 웹툰,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즐겨왔는데 결국 제작운영사가 파산하게 되어 없어져버린 리듬게임, 높아지는 임대료에 결국 사라져버린 오래된 문화공간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일상화된 현상들이 서로 다른 분야들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마주한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당연한 현상이 아니라 무엇인가 해결해야 될 문제가 되었다.
예술해서 먹고살기 너무 어려운 세상
정규직 비율 7%, 수입이 아예 없는 인원 36%, 타 직업을 겸업하고 있는 인원 50%, 연소득 중앙값 300만 원. 사실은 예술해서 밥은 먹고 다녀요라는 질문이 무례해 보이기조차 하는 수치들이 오늘날 한국 예술노동의 현실이다.
가령 밴드들이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10만 원 전후를 받는다. 보통 밴드가 2∼5명이란 걸 생각해보면 인당 3만 원 정도를 받는 셈. 하지만 공연이 밴드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공연이 주말에만 집중된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밴드 하나가 매주 꼬박 공연을 해도 버는 돈은 50만 원 남짓이다. 물론 가끔 대학축제나 대형 페스티벌에 초대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긴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상시적이지도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그룹도 한정적이다.
문화공간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다. 한 번 공연을 하면 4∼5팀이 무대에 선다. 한 주에 금토일 3일만 공연을 해도 15팀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지불하는 티켓값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임대료는 늘 터무니없이 오른다. 홍대에 있는 많은 라이브클럽들이 5년도 채 견디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도리어 문화가 자생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화공간들이 무너져가는 것이야말로 문화예술 전반에 가장 치명적이다.
문제는 문화예술의 유통과정이다. 많은 문화예술이 유형의 재화나 서비스만 유통하며 살아간다. 가령 밴드라면 공연 티켓이나 로고가 그려진 기념품을 파는 식이고, 화가라면 미술작품을, 도예가라면 도자기를 판매하는 식이다. 필연적으로 유통과정에서 임대료, 대관비, 제작비 등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팬들의 지속적인 소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문화예술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 많은 생산자들이 더 많은 수입을 벌기 위해 더욱 더 일하지만, 유통과정에서 낭비되는 금액들 때문에 정작 생산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투입하는 노동력에 비례하지 못한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다양성의 종말로 이어진다. 유통비가 많이 나가는 구조에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려면 대량 생산해서 대량 판매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도 많은 문화예술 인프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데 집중한다. 천 명이 한 번 듣는 노래만큼이나 한 명이 천 번 듣는 노래의 가치도 소중하지만 소규모의 팬들이 좋아하는 작품은 이런 유통구조 속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소수의 팬들에게 지지를 얻는 문화예술활동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개성을 살린 작품과 돈이 되는 작품 사이에서 개성을 살리자니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돈 되는 작품을 하자니 개성을 살릴 수가 없어 결국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에 놓이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부족한 수입과 비정기적인 소득기회에 시달리며 겸업을 하게 된다. 결국 문화예술노동과 겸업 속에서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거나 결국 떠나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팬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바라며 적지 않은 금액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의 분노는 결국 이런 문제 속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장동현 문화예술직접소비플랫폼 삼천원 노페땅 대표
‘2030현자타임’에서는 대학, 기업체, NGO,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