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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20대가 바라본 뉴미디어, 생활의 정치

2016.05.23(Mon) 17:29:11

판이 바뀌었다. 2008년 스티브 잡스가 ‘One more thing’으로 소개한 아이폰 3G는 모든 것(Everything)을 바꿨다. 가히 혁명적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란 말이 있듯이, 새 부대엔 새 술을 담아야 한다. 아이폰이 불러일으킨 스마트폰 혁명은 우리의 미디어 소비를 바꿨다. ‘문자 무제한 서비스’ 등에 가입했던 사람들이 문자 대신 카카오톡을 쓴다. 엠군, 판도라TV, 풀빵닷컴을 쓰던 사람들이 유튜브를 쓰기 시작했다. 구글의 아성에 저항의 깃발을 흔드는 페이스북도 나타났다.

변화는 계속됐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글 콘텐츠에서 인스타그램 등 사진 콘텐츠로 축이 이동했다. 발전하는 데이터 환경에 힘입어, 인터넷 콘텐츠는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축을 옮겼다. 페이스북은 자신의 경쟁상대를 유튜브로 정했으며, 인스타그램은 15초만 허용하던 기존의 동영상 포맷을 1분으로 과감하게 늘렸다. 미국 10대들이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스냅챗은 사진과 동영상이 전부다.

   
 

축이 흔들린다. TV와 라디오 그리고 종이에 의존하던 기존 매체들의 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통 TV 미디어인 MTV와 CNN은 스냅챗에 자신을 팔기 위해 스냅챗의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전용 콘텐츠를 배포한다. <뉴욕타임스>는 일본과 남미에 인터넷 구독을 매개로 진출 중이다. ‘제로 TV 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는 시대에 TV는 너무 구시대적이다. 신문? 죽은 지 오래다.

미국으로 치면 ‘밀레니얼 세대’, 한국으로 치면 소위 요즘 1020세대는 더는 기존 매체를 볼 이유가 없다. 환경이 바뀌었다. 더는 사람들은 일어나마자 TV를 켜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켜고, 잘 때 온 카톡을 확인한다. 해시태그 검색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점심식사와 하루 일과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다이어리가 아닌 인스타그램에 기록한다. 자기 전에 라디오를 듣지 않고, 유튜브를 구독한다. 신문은 페이스북에서, 뷰티와 패션은 인스타그램에서, TV는 유튜브에서 본다. 기존 미디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단순히 환경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존 미디어는 뉴미디어에 그들의 콘텐츠를 배포하지만, 전혀 뉴미디어답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 매체를 보지 않는 이유는 쉽게 말해, 내 생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운호 게이트, 김영란법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신문을 보지 않고 3개월, 6개월, 1년을 살아도 해가 없다. 내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 1년 구독으로 얻는 효능보다, 대기업 인·적성 혹은 면접 가이드북을 사는 게 낫다. 게다가 재미도 없다. 문법도 대중과 유리됐다. 신문 기사의 문법은 일상생활의 문법이 아니고, 우리가 맨날 보는 SNS의 문법도 아니다. 우리는 SBS 기자보다 아프리카 BJ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기자의 스탠드업이 특색 있을지언정, 재미는 없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사용자와 정보를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그 정보는 사용자에게 실익이 있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버즈피드, 리파이너리29, theSkimm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생활’에 가깝고,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도움 안 되는, 읽기도 어려운 이상한 보도자료 따위가 아니라 패션, 뷰티 이야기를 한다. 가까이 있는 생활형 소재니까 공감이 된다. 공감되니까 본다. 인간은 단순한 존재다. 쿡방과 셰프 방송이 뜬 이유와 한 궤에 있다. 진짜 뉴미디어, 생활사적 미디어다.

하지만 단순히 생활에 머물면, 그건 신변잡기 가십 잡지밖에 되지 않는다. 개별 소비자보다 미용실이 대형 고객이 된 여성지와 뭐가 다른가. 내 생활에서 한 발짝 넘어가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미디어여야 한다. 뷰티에서 시작해 여성주의를 이야기하고, 음식에서 시작해 노동을 이야기해야 한다. 어떻게 집을 꾸밀지 이야기하며, 주거난이 어떤지 보여줘야 한다. 생활에서 시작해, 생활 속의 정치를 끄집어내야 한다. 사용자가 스스로 생활을 인식하게끔, 새로운 정보를 주어 생활 바깥에 있는 새로운 의미를 인식하고 찾아가게끔 해야 한다.

생활사적 미디어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은 정치를 바꾸고 싶은, 세계를 바꾸고 싶은, 국회에 들어가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어떤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무슨 김밥을 살지,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밥을 먹을지 고민하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사람들이다.

뉴미디어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소시민적인 밀레니얼 세대는 멀리 있지 않다. 사회를 떠돌아다니는 유령도 아니다. 바로 우리다. 우리의 생활에 시작해, 우리의 생활 너머에 있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는 미디어여야 한다. 새로운 도구가 생겼다. 그 도구가 판을 바꿨다. 그 판 위에 ‘글’이라는 메타가 나오고, ‘사진’이라는 뉴메타가 나왔다. 하지만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근본적인 고민이 기본이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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