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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디젤게이트’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적법인증? “서류상 인증”, 유럽통과? “한국과 모델 달라”

2016.05.23(Mon) 08:45:39

지난 16일 환경부는 닛산자동차의 디젤차량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가 적발한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은 캐시카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Exhaust Gas Recirculation)에 있었다. 캐시카이 엔진의 흡기온도가 35℃가 되면 EGR가 중단되고 배기가스가 과다 배출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디젤게이트’라 불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도 역시 EGR 조작이 문제가 된 바 있다.

   
▲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인 닛산 캐시카이. 사진=이종현 기자

캐시카이는 닛산이 판매 중인 소형 SUV(Sport Utility Vehicle)로 유럽 SUV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누적 200만 대가 팔린 모델이다. 또한 2015년 10월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 차량 중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캐시카이는 국내에서 814대 팔렸다. 닛산은 인기 있는 차량에서 발생한 ‘디젤게이트’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닛산은 환경부 발표 다음날인 1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엄격한 EU 규제기관들도 캐시카이에 대해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첫 번째로 닛산은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기준을 충족한 바,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캐시카이에 탑재된 EGR의 작동 온도 기준은 차량 엔진을 비롯한 관련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되었다”고 해명했다. 즉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닛산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EGR는 엔진 보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품이다. EGR은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NOx(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장치다. 엔진을 위해서는 없는 게 낫지만 환경을 위해 달아 놓은 장치다. 따라서 엔진 온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더라도 NOx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닛산이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EGR를 끄는 이유는 캐시카이의 EGR흡기파이프가 비교적 저렴한 고무 재질로 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처럼 고무 재질로 만들어놓고 녹을 수 있다는 이유로 35℃에서 끄는 것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환경부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EGR가 작동하지 않는 조건을 35℃로 설정한 것은 사실상 EGR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차 전문가인 박철완 전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장은 “환경부 지적에 따르면 EGR가 작동하지 않는 흡기온도 35℃는 사실 통상적인 운전 시 늘 접하는 조건이다. 거의 모든 실제 주행 주기 중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의문은 이번 환경부 조사 발표대로라면 최악의 결과를 보인 차량은 닛산의 캐시카이와 르노의 QM3였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캐시카이가 실내인증기준(0.08g/㎞)의 20.8배, 르노삼성의 QM3가 실내인증기준(0.08g/㎞)의 17.0배로 나타났다. 지난 1999년 닛산은 르노에 인수되면서 두 회사는 하나의 회사가 됐다. 이른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두 회사는 엔진을 공유하는 일도 잦다. 최근까지 캐시카이에는 르노 K-type 엔진이 들어갔다. 최근 일각에서 두 차량이 배기가스 배출량 1, 2위를 다투는 것을 두고 르노계열 디젤엔진들이 실주행 테스트에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닛산 관계자는 “한국과 유사한 인증 기준을 사용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EU 관계당국에서도 캐시카이는 불법적인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며 일축했다. 닛산 측은 “EU 국가들은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와 관련해 한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영국에서 조사한 차량과 한국에서 조사한 차량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측은 “2014년 9월 이후의 Euro6(질소산화물 인증기준 0.08g/㎞) 차량을 조사한 반면, 영국 교통부는 현재 판매가 중지된 2014년 8월 이전의 Euro5(질소산화물 인증기준 0.18g/㎞) 차량을 조사했다”며 “환경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영국 교통부가 조사한 Euro5 차량도 확보하여 임의설정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닛산 차량의 가스 배출구. 사진=이종현 기자

마지막으로 환경부 발표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환경부는 닛산이 임의 설정 사실을 알고도 인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말하자면 책임은 닛산이 아니라 인증해준 환경부에 있는 것 아니냐 의견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차량 인증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가 처음 출시되면 서류 기준으로 인증을 해준다. 하지만 이 인증은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 환경부의 수시 재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취소되는데, 이때 최초 서류 인증 시 제출한 사항과 심대한 차이가 있으면 이번 캐시카이의 경우처럼 형사고발된다. 기업 활동 규제완화 차원으로 서류를 보고 제작차 인증을 내주지만, 대신 제작사는 서류 제출 시 누락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엄밀하게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3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정부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S350을 들여오면서 인증서류에는 7단 미션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9단 미션이 장착된 차량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 관리법 제30조 ‘자동차 자기인증 등’과 관련해 정부가 정한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제81조에 따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해당 차량을 판매중단한 뒤 과징금을 냈고, 재인증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을 닛산 사건에 대입시켜보면 닛산 측은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포인트는 인증이 아닌 셈이다. 박철완 전 센터장도 “최초 인증 때 제출한 서류와 실차가 달라 서류인증 받은 게 취소된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언제든 취소될 수 있는 서류 인증이 취소됐기 때문에 그때 인증을 받은 사실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제작차 인증은 법정 처리기한이 15일이기 때문에, 우선 인증서류를 검토하여 제작차 인증을 내주며, 인증 이후 수시검사에서 시험을 실시하여 불법 조작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지난 2015년 10월 한국닛산은 인증서류를 제출하면서 흡기온도 측정위치가 엔진 부근이라는 사실을 생략해 공기가 최초 유입되는 차량 범퍼 부근의 온도인 것처럼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부는 “흡기온도가 35℃를 넘을 경우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중단되고 배기가스가 과다 배출되는 그래프는 제외하고 인증서류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환경부의 발표 이후 주어지는 조정기간이 있고, 닛산은 이 기간 동안 환경부에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닛산은 폭스바겐 이후 두 번째 수입차 소비자 집단소송이란 오명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한국닛산,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발표대로라면 한국닛산이 캐시카이 구매자들을 속였다. 기존 매매 계약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므로 한국닛산은 캐시카이 구매자들에게 지급한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가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의 경우 미국 법원에서는 이미 대당 1700달러 선에서 합의안이 나온 바 있다. 같은 기준이 국내에도 적용된다면 적발된 차량이 814대에 이르는 닛산은 약 138만 달러(약 16억 원)에 달하는 배상액이 필요하다.

집단소송이 전개되면서 이번 사건이 제2의 디젤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불명예를 안은 캐시카이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실내인증기준보다 17.0배 높게 나타난 르노삼성의 QM3도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800여 대가 대상인 캐시카이와 달리 QM3는 국내에서 수만 대가 팔린 인기 차량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체적으로 배기가스 조작 문제를 점검해 조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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