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추억이 하나 있다.
“휴… 이번 수학(혹은 산수)시험에 아는 것도 틀렸어.”
“산수가 틀려 버렸거든, 그것만 아니면 20점은 더 받았을 거야. 어휴, 바보, 바보…(벽에 머리를 찧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맞장구를 칠 것이다.
“맞아! 이거 내 이야기야. 늘 아는 걸 계산 실수로 틀렸어. 내가 그때 계산만 틀리지 않았더라면 서울대도 능히 갔을 거야.” 하고 말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한 2% 차이가 ‘계산’에서 비롯되었을 사람도 흔치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후회해야 이미 늦었고, 더는 산수시험을 보지 않는 성인들은 전자계산기라는 훌륭한 보완재 덕분에 계산실수는 점점 추억 속의 에피소드로 잊히고 말뿐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자신을 닮은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산수시험 점수를 보다가 마치 ‘레드 썬!’ 하며 최면에서 깨어난 듯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신도 극복하지 못한 천형과도 같은 저주 덩어리, 계산실수 앞에서 자신을 똑 닮은 아이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초·중·고생들에게 계산실수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치명적이다. 각고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가장 잦은 실수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초등학교 때 숙달했다 자신할 정도로 쉬운 게 산수라고 우린 생각하고 살아왔다. 심지어 종이와 연필 없이도 머릿속에서 암산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 산수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쉬운 산수 때문에 중요한 시험 때마다 실수를 반복해온 게 또한 현실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산수에 관해 좀 달리 생각해보자.
운동선수들은 본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으로 몸을 푼다. 이는 김연아, 손연재 같은 일류 운동선수들에게도 예외란 없다. 그런데 산수는 어떠했는가? 초등학교 이후 시간을 별도로 할애하여 산수연습을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자신 있게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아이들이 하는 계산실수는 산수, 수학시험을 보는 동안 하는 수천 번 이상의 계산 중에 기껏해야 두어 번 일어난 것에 불과하다. 확률로 따지면 어림잡아 0.1% 이하로 아주 낮은 ‘에러 확률’이다.
물론 계측 및 제조 장비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에러율이지만, 사람이기에 이 계산실수라는 ‘에러 확률’은 아주 낮다고 받아들여진다.
김연아, 손연재 같은 선수들도 이런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하는 것이 기초 동작 연습이나 몸풀기 운동이다. 수천 번에 우연이라도 두어 번 일어나는 계산실수의 확률이 낮다고 인지하는 순간 산수나 수학 시험에서 계산실수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성인이 된 후에는 전자계산기라는 훌륭한 보완재가 있어 괜찮다고 앞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것만은 아니다. 계산실수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주식시장에서 서킷브레이크를 발동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우주왕복선을 떨어뜨리게도 한다.
습관적인 계산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수연습을 자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아이들에게 수학공부를 하기 전에 머리를 푼다고 생각하고 산수연습을 하는 습관을 가져 보도록 권해 보도록 하자.
박철완 전기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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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을 지냈으며 책 <그린카 콘서트>를 썼다. http://chulw.wordpress.com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