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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직 복직권고 10년째 거부하고 있는 풍산

2016.05.13(Fri) 15:41:31

   
▲ 지난 2008년 4월 21일, 풍산금속으로부터 강제 해직된 30여 명의 피해자들이 풍산 본사 앞에서 복직 이행 촉구를 주장했다. 사진=풍산해고자협의회 제공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위원회)가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풍산금속(현 풍산)에서 해직된 35명의 노동자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풍산 측에 복직권고를 세 차례에 걸쳐 신청했으나, 풍산 측은 10년째 나몰라라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간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풍산금속에서 해직된 노동자는 모두 53명이다. 이들 중 45명은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민주화보상위원회에 명예회복을 신청해 2007년 10월과 12월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민주화보상위원회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풍산 측에 해직자 35명에 대한 복직권고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풍산 측은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주화보상위원회 관계자는 “민주화보상법의 복직권고 규정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구제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언제까지 해직 피해자들의 투쟁을 그들 스스로에게만 맡길 것인가”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의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풍산금속안강공장노동조합 초대지부장을 지낸 정종길 씨(53)는 “화약과 탄약을 만드는 안강공장에서 산재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채 강도 높은 노동을 해왔지만 타 기업의 절반 정도 수준의 급여를 받아야만 했다”며 “노조를 설립해 근무여건 개선 및 급여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들을 해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직된 노동자들은 불법 노조 활동을 했다는 낙인으로 30년 동안 제대로 된 직장조차 갖지 못한 채 궁핍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복직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노동자들과 협상을 하려는 노력, 또는 사과의 뜻이라도 건네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자는 “1인 시위를 할 당시 풍산 관계자가 복직과 보상 중 무엇을 원하는지를 진지하게 물었고 복직을 희망한다고 대답했다”면서 “하지만 복직을 해줄 경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해줘야 하는데 그 액수가 2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복직이 불가할 것이라고 관계자가 귀뜸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풍산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복직이 불가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면서 “30여 년을 풍산과 싸워오고 있는 피해자들이 오늘도 풍산 측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한국>은 10년째 복직권고를 거부하고 있는 풍산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풍산은 민주화보상위원회의 복직권고 신청에 회신하면서 다음과 같이 복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미 생산현장을 떠난 지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이도 평균 46세에 달한다. 따라서 복직을 허용한다면 근무에 필요한 기술의 습득 및 현장 분위기 적응에 많은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료값 인상, 고유가, 고환율 등 외부 환경요인의 악화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재 재직하고 있는 사원의 고용 안정을 고려해야 할 입장이다.’(2008.6)

‘주력공장 가동율이 30% 수준까지 저하되는 등 대폭 적자가 예상된다. 향후에도 생존을 위한 초긴축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실정에 처해있음을 알린다.’(2008.12)

‘복직 권고 취지를 십분 이해하나, 총 3회에 걸쳐 서면으로 복직 불가 사유를 회신해드렸는바, 폐사의 여의치 못한 사정을 너그럽게 헤아려주길 간곡히 요청한다.’(2012.3)  

한편 민주화보상위원회는 지난 2000년 제정된 민주화보상법에 근거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해직자 중 복직희망자에 대한 복직권고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화보상위원회가 발간한 <민주화운동백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해직 인정자 2300여 명 중 복직권고 희망자는 491명이다. 이에 민주화보상위원회는 해당 사업장과 기관에 복직권고를 신청했으나, 6.5%에 불과한 32명만 복직됐다. 복직권고 신청으로 사업장 및 기관과 합의를 본 해직자는 28명, 폐업으로 복직이 불허된 해직자는 75명, 복직이 거부된 해직자는 247명, 기한 경과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해직자는 109명으로 나타났다.

민주화보상위원회는 세아제강에서 1985년 파업을 벌이다 해직된 김정근 씨(60)와 풍산금속에서 해직된 근로자 35명, 상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교원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해임된 김도리 씨(57) 등을 복직투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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