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맛집도 아닌데… 인증샷 덕 폭풍성장한 대림미술관

2016.05.12(Thu) 16:36:29

   
▲ 대림미술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한 관람객.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이 넘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로를 벗어난 골목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맛집 얘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줄의 끝은 미술관을 향한다.

2002년 가정집을 개조해 탄생한 대림미술관은 지금 명실상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공간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대림미술관을 다년간 관람객 수는 무려 46만 858명. 그간 한적함의 대명사였던 미술관에 갑자기 20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뭘까?

대학생 김민제 씨(여·23)는 최근 주말에 대림미술관에 갔다가 너무 긴 줄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에도 다음에 다시 가볼 생각이다. 저렴한 가격, 쉬운 전시내용,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사진까지 건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

김 씨는 지난해 <린다 매카트니 전> 당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깔끔한 배경과 유명한 작품이 어우러진 사진을 올리니 평소 예쁘다 생각했던 친구의 피드처럼 한결 감각적이어 보였다. 자신이 미술관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는 점은 덤이었다.

<COLOR YOUR LIFE - 색, 다른 공간 이야기>를 보러 지난 11일 오전부터 대림미술관을 찾은 직장인 박은정 씨(여·23)는 유독 이 전시에 기대가 컸다. 패션 전공자로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은 데다가 인스타그램에서 이 전시에 대한 사진을 워낙 많이 접했던 것.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하였다. 사진만 보고는 몰랐는데 인근 미술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전시 내용도 생각보다 평이했다. 그럼에도 그는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SNS에 업로드할 생각이다.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이 이런 ‘고급스러운 공간’에 다녀왔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도 싶은 욕구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대림미술관을 만든 일등공신은 단연 ‘사진촬영 허용’ 규정이다. 여기에 거의 700여 개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가 말해주듯 대림미술관이 여느 미술관보다 SNS 홍보에 집중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 전략 덕에 현재 대림미술관은 SNS에서는 국내 미술관 가운데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림미술관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팔로어 수는 5월 11일 현재 3만 9100명. 이는 서울 내 위치한 한가람미술관(1507명), 서울시립미술관(9017명), 금호미술관(1323명) 등에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인스타그램에서 ‘#대림미술관’이란 해시태그로 검색된 결과만 20만 6084건에 달한다. 날이 갈수록 SNS의 영향력이 높아져가는 요즘 관람객들이 올리는 수많은 ‘인증샷’은 그 자체가 더없이 훌륭한 광고다.

   
▲ 인스타그램에서 ‘#대림미술관’이란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사진이 뜬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미술관 인증샷’ 열풍에 대해 “유독 자기과시형 SNS가 두드러지는 우리나라에서 미술관이 이에 이용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 있다”며 “비주얼 중심의 인스타그램이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음악보다는 미술이 문화적 소양을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림미술관이 ‘인증샷’만으로 20대의 환호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대중적인 소재의 전시를 통해 높게만 느껴졌던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 대림미술관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소라 씨(여·26)는 “대림미술관은 전시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입장료와 기념품까지 타 미술관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좋아하는 곳”이라며 “전시 기간 내에는 표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재입장이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림미술관의 인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불만인즉 관람객들의 과도한 사진촬영이 작품 감상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것. 최근 대림미술관을 다녀온 적이 있다는 오 아무개 씨(여·24)는 “장소도 좁은데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감상은 안중에도 없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어디가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지 떠드는 관람객들 때문에 전시에 집중이 안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아무개 씨(여·27) 역시 “솔직히 사진 촬영이 아니라 정말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가려는 사람이라면 다른 미술관을 두고 굳이 1시간 가까이 기다려가면서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박혜리 인턴기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