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2030현자타임] 기회, 우리가 일상을 견디는 이유

2016.05.17(Tue) 13:37:18

<하이프비스트(HYPEBEAST)>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패션 미디어다. 20세기에 <보그>가 있었다면 21세기는 <하이프비스트>의 시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미디어에서 출발해 국제적인 편집숍까지,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하이프비스트>는 홍콩계 미국인 케빈 마(Kevin Ma)가 만들었다.

   
▲ 사진=하이프비스트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부산에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와 가까운 동생이 <하이프비스트>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 동생 ‘A’는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난 다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매일 서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어느 날 <하이프비스트>의 창립자 케빈 마가 손님으로 온 것이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미디어 거물이라고 해도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보그>나 <뉴욕 타임스>의 회장 얼굴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A는 케빈 마를 알아봤고, 용감하게 말을 걸었다. 자신은 희귀한 운동화를 수집하는 마니아이고, <하이프비스트>에 그동안 수집한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이다. 케빈 마는 A에게 메일 주소를 가르쳐주며 컬렉션 리스트를 보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간 A는 청춘을 다 바치며 모았던 운동화 컬렉션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고, 놀랍게도 금방 답장을 받았다. 지금은 팀에 빈 자리가 없지만, 신발팀에 자리가 나면 반드시 A를 스카우트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메일이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꿈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년이 다 되도록 <하이프비스트>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A는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며 뉴욕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그런데 1년쯤 지난 날, 거짓말처럼 케빈 마에게서 메일이 왔다. <하이프비스트>의 신발팀 에디터로 합류하라는 메일이었다. 

그 뒤 A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어가 100% 자유롭지 않은 그를 위해 <하이프비스트>에서는 통역을 붙여줬고,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팀도 나섰다. 지금 A는 파리와 밀라노, 뉴욕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신발과 관련된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사를 쓴다. 단순히 한 명의 에디터가 아니라 세계 패션계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간다.

해운대의 카페에서 A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번 무릎을 쳤다. 물론 A는 운이 엄청나게 좋았지만, 모든 게 행운만은 아니었다. 뉴욕의 흔하디 흔한, 불안정한 신분의 아르바이트생이었던 A는 지금 우리 주위의 20대와 그리 다를 게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그를 세계적인 미디어에서 활약하게 만들었다.

1. 큰 물로 나가라. (A가 뉴욕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케빈 마를 만날 일도, 기회를 얻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2.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케빈 마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걸고, 자신의 신발 컬렉션을 알리고. A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다.)

3.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라. (케빈 마를 감탄시킨 운동화 컬렉션. 남들은 신발에 미쳤다고 욕을 했지만 A는 희귀한 운동화를 수집하며 마니아를 넘어 신발에 미친놈으로 인정을 받았다. 적당히 괜찮은 사람은 널렸지만 제대로 미친놈은 귀하다.)

4. 쉽게 실망하지 마라. (<하이프비스트>에 합류하라는 스카우트 메일은 1년이 지나서야 왔다. 우리가 뿌린 기회의 씨앗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싹을 틔울지 모른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가을까지 쉬지 않는다. 쉽게 실망하고 포기한다면 추수는 영영 불가능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A처럼 성공할 수는 없다. 운이 따라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A가 뉴욕 식당에서 케빈 마를 만난 것처럼 언젠가 한 번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도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그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루한 일상을 견디며 칼을 갈고 닦아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영화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평생 조연으로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어차피 대부분의 청년을 엑스트라로 여긴다. 조연과 엑스트라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거기에 만족할 수 없다면, 남들보다는 조금 더 미쳐야 하지 않을까.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
CBS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 출연 중, 비즈한국 자문위원.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