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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청과 협력업체와 민형사 공방전

"갑질로 도산했는데 서류까지 위조" vs "사실무근…법원 판단에 따를 것"

2016.05.06(Fri) 15:22:12

   
롯데슈퍼가 옛 협력업체로부터 피소당했다. 사진은 한 매장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롯데슈퍼)가 ‘갑질’을 이유로 옛 협력업체에게 피소됐다. 롯데슈퍼의 옛 협력업체 ‘성선청과’를 운영했던 김 아무개 씨는 롯데슈퍼의 갑질로 자신의 업체가 도산했다면서 공식 사과와 피해를 보상하라고 지난해 11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또 롯데슈퍼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를 위조해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소진세 롯데슈퍼 총괄사장과 세 직원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이달 초 고소했다. 롯데슈퍼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슈퍼 측이 제출한 계약서를 <비즈한국>이 확인한 결과 수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 수수료 일방적 인상, 갑질로 도산

롯데슈퍼와 성산청과의 거래 관계는 200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선청과는 롯데슈퍼의 전신인 CS유통(굿모닝·하모니마트)과 납품계약을 맺었다. 거래방식은 성선청과가 CS유통 지정 매장에 청과를 납품하면 CS유통이 판매 대금 15%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수수료 매장 형태였다. 당시 김 씨는 개인 사정으로 지인 송 아무개 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고, 이에 CS유통도 동의했다고 한다. CS유통은 2012년 1월 롯데쇼핑에 인수돼 롯데슈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성선청과의 계약 역시 그대로 승계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과 수수료 15% 공제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롯데슈퍼 퇴직 직원은 “경쟁업체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청과를 수수료 매장이 아니라 산지직송이나 직매입 형태로 운영한다다른 업체들의 수수료 매장도 공제율이 3∼7% 수준이다. 롯데슈퍼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부도를 맞은 청과업체들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수수료마저 자신도 모르는 새 일방적으로 더 인상되었다는 것이 김 씨 주장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김 씨는 2013년 롯데슈퍼 측에 납품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사업을 정리하려던 과정에서 약정 수수료 15%가 아닌 최고 25%를 롯데슈퍼에서 일방적으로 차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슈퍼로부터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슈퍼는 내 명의의 새로운 업체 설립과 납품단가 지정방식으로 거래조건을 개선해 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그래서 2014년 ‘보성청과’라는 업체를 설립해 롯데에 납품했지만 판매량이 부진했다. 확인해보니 매장에서 발주해도 본사 측에서 이를 막고 있었다. 지난해 8월쯤 롯데슈퍼에 강력 항의하자 신선식품 부문장 전 아무개 상무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하면서 확인서까지 써줬다”고 말했다.

   
▲ 전 아무개 롯데슈퍼 상무가 김 씨에게 제공한 확인서.

전 상무가 김 씨에게 써준 확인서에는 롯데슈퍼가 성선청과에 2013년 4월 22.2%, 5월과 6월에 25%를 수수료로 차감했으며, 약정된 수수료율 15%보다 더 가져간 돈과 지연이자 2139만 원을 김 씨에게 지급하겠다고 적혀 있다. 이에 김 씨는 그간 롯데슈퍼와의 거래에서 5억 원 이상 손해를 봤음에도 사건을 유야무야하려는 태도에 격분해 공정위에 이를 신고하고 거래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전 상무가 김 씨에게 확인서를 준 것은 맞다. 그러나 전 상무는 개인적 판단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확인서는 당사 대표에게 보고가 안 됐고 어떠한 날인도 없다. 회사의 공식 문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 간인도 없고 사업자명, 사업자등록번호도 틀려  

공정위 분쟁조정 과정에서 롯데슈퍼 측은 성선청과와 25% 수수료로 계약한 2013년 3월 29일자 특정매입거래계약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 계약서는 자신은 물론 명의자 송 씨 또한 본 적도 없고, 날인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즉 롯데슈퍼가 송 씨의 인감도장을 임의 날인해 서류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판단하지 못하자 김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롯데슈퍼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슈퍼는 올해 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도 앞서의 특정매입거래계약서 등 원본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계약서에는 간인 및 김 씨와 송 씨의 자필 서명이 전혀 없었고 계약서에서 을의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는 곳에는 모두 송 씨 명의의 사업자 명판이 날인돼 있었다. 김 씨가 제공한 송 씨 인감도장과 롯데슈퍼가 제출한 계약서의 송 씨 인감도장 또한 글자체와 모양이 전혀 달랐다. 갑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난에는 롯데슈퍼 명판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다.

   
▲ 롯데슈퍼가 법원에 제출한 2009년 계약서(왼쪽)와 2013년 계약서. 성선청과의 사업자번호와 사업자명이 틀리고 인감도장도 다르다. 갑 란은 비어있었다.
   
▲ 성선청과에서 사용했던 인감도장. 롯데 측이 제출한 계약서에 찍힌 인감과는 완전히 다르다.

김 씨 측 변호사는 “통상적 계약서라면 사업자 명판이 아니라 인감도장이 날인돼야 한다. 그런데 롯데슈퍼가 제출한 계약서에는 사업자 명판, 주소, 대표명이 다 나와 있는데 이를 인감이라고 주장한다. 성선청과 명판은 도장이 없는 명판임에도 롯데 측이 제출한 계약서엔 도장이 포함돼 있다. 지문감정을 실시하면 진위가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받은 롯데슈퍼는 성선청과와 2009년 3월 13일에 맺은 상품공급계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급조된 흔적이 보인다. 사업자명이 ‘성선청과’가 아니라 ‘성성청과’로 기재돼 있고, 사업자 등록번호 역시 ‘107-91-01481’이 아니라 ‘107-81-36642’로 틀렸다. 갑의 인적사항 기재란에는 롯데슈퍼(당시 CS유통)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없었다.

김 씨는 “2009년 당시 송 씨와 함께 CS유통을 찾아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업자번호, 사업자 명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사무실 이전 등으로 계약서를 분실했는데, 롯데 측은 공정위 분쟁조정 과정에서는 2009년 계약서가 없다고 하다가 올해 3월 첫 재판에서 법원에 이 계약서를 제출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소송을 제기하자 롯데슈퍼 측이 내 변호사를 통해 5000만 원을 줄 테니 합의하자고 연락했다. 그래놓고 엉터리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대기업이 영세사업자에게 서류를 위조해 진실을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재판 중인 상황이라 어느 쪽이 맞느냐 틀리냐를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 “당사는 협력업체를 상대로 계약서를 위조할 이유도 없고, 그랬던 적도 없다. 법원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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