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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SK, 시내면세점에 목매는 진짜 이유

신동빈-호텔롯데 상장, 최신원-계열분리 핵심 ‘동병상련’

2016.05.05(Thu) 10:14:52

“피 튀게 싸웠는데, 이제 와서 면세점을 추가한다니….”

최근 정부가 서울 시내에 면세점 4개를 추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기업으로선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할 일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여러 이해득실과 여론을 따진 결과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난해 특허 심사에 낙방한 롯데와 SK그룹이 힘을 쓴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쟁업체 관계자도 “롯데의 정보력과 컨택트(접촉) 능력은 아무나 못 쫓아간다. 우리도 따라하는 수준이다”며 혀를 내두른다.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롯데와 SK는 지난해 특허 심사에서 떨어진 이후 대량 해직과 투자금 손실 우려를 제기하며 면세 사업자를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관세청으로서도 보다 많은 기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기회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롯데와 SK가 명분을 만들어줬으니, 관세청으로선 이 주장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롯데와 SK가 면세점을 다시 돌려받길 간절히 희망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윤 때문이지만 그 뒤에 더 큰 ‘진짜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롯데는 제2롯데월드를 만들며 면세점에만 3000억 원을 투자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다. 관광객의 명품 수요 증가에 대비해 그에 못지않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롯데의 주력 면세점은 잠실점(월드타워점)이 아니라 서울 소공점이다. 롯데 면세점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소공점에서 나온다. 강남 지역 수요는 삼성점이 있어 굳이 잠실점이 아니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진짜 배경으로 해석한다. 호텔롯데가 ‘상장 대박’을 쳐야 신 회장이 경영권을 오롯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는 일본 광윤사의 지배를 받고 있다. 광윤사는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신 회장으로선 경영권을 가지려면 일본 광윤사와 한국 롯데 계열사 간에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비한 카드가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신 회장은 국내 롯데 계열사의 모기업 역할을 할 수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 지주사로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모집한 돈으로 여타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려 했다. 호텔롯데는 현금 창출 능력이 좋은 회사라 많은 공모자금이 모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9월 KDB대우증권을 호텔롯데의 상장주간사로 선정하고, 올 2월 기업공개(IPO)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자금이 최대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역대 최대인 삼성생명(4조 8881억 원)보다도 20% 많은 규모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연매출 4820억 원(2014년 기준)에 이르는 월드타워점을 놓치는 바람에 자금 모집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월드타워점을 잃으면서 1조 원대의 공모자금이 날아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도 전면 중단했다.

롯데는 원래 현금이 많은 회사지만, 최근 몇 년새 하이마트부터 시작해 뉴욕호텔, KT렌터카 등을 잇달아 고가에 인수하면서 현금을 많이 소진했다. 호텔롯데의 차입금도 지난 2011년 6000억 원대였던 것이 2014년 말엔 2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신 회장으로서 믿을 것은 상장밖에 없는데 월드타워점이 날아가면서 모든 계획이 꼬였다. 월드타워점의 부활 없이는 경영권 안정도 없다는 얘기다. 이를 스스로 인정하는 듯, 정부가 면세점을 추가하겠다고 밝히자 호텔롯데는 상장 작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도 상황은 비슷하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최창원 부회장, 사촌 간에 기업 나누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은 텔레콤과 에너지 부문을, 최창원 부회장은 SK가스 계열사를,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주축으로 한 유통계열사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SK네트웍스의 핵심인 워커힐면세점이 공중 분해될 위험에 빠지자 최신원 회장으로선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 최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한편, 면세점 탈환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최 회장은 첫 출근길에 “한 번 손에 쥐었던 것을 놓아본 적이 없다. 면세점사업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신원 회장으로선 SK네트웍스의 실적을 올리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해야 향후 최태원 회장의 SK와의 지분 스와프 등 예상 가능한 경영권 확보 방안에 대응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대신 SK네트웍스의 지분을 사들여 지분을 확대한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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