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국어사전에선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 정의한다. ‘클라스업’에서는 3040 남자들의 물건과 스타일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꽂히고 끌리는 것들 말이다. 과연 당신은 지금 무엇에 꽂혀 있는가? 무엇을 통해 자신을 더 멋지게 돋보이게 하고, 일상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자의 욕망을 채우는 물건 이야기의 첫 번째를 청소기로 시작한다. 그냥 청소기가 아니다. 다이슨(Dyson) 청소기다.
다이슨 청소기가 있으면, 남자는 청소를 기꺼이 하게 되어 아내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고, 굳이 남자가 하지 않더라도 아내 역시 더 즐겁게 청소를 할 수 있다. 다이슨 청소기는 그런 요물이다. 혼자 사는 남자건, 결혼한 남자건 다이슨 청소기를 사는 건 꽤 합리적 선택이 되는 셈이다. 가격은 모델별로 다른데 좀 비싼 건 100만 원 정도이고, 대개 60만∼80만 원대가 많다. 물론 그보다 더 싼 것도 있고, 해외 직구를 통하면 꽤 괜찮은 모델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집념의 사나이’ 제임스 다이슨. 이런 남자가 만든 청소기를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다. 다이슨 청소기는 욕망을 채울 일상의 도구 중 사용 빈도로 보면 상위권에 속할 거다. 디자인도 차별화되지만, 무엇보다 실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나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완벽하게 흡입해서 제거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더 값 싼 삼성전자의 청소기도 청소는 잘 된다. 하지만 기능 이상의 특별한 아우라를 가지는 게 바로 ‘남자의 물건’이다.
영국의 다이슨은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만든 회사다. 이 남자가 어떤 남자냐 하면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사람이다. 정원용품업체 커크다이슨(Kirk-Dyson)을 공동창업해 볼배로(Ballbarrow)라는 정원용 손수레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하지만 성공한 뒤 투자자들의 갈 등과 친구의 배신으로 결국 볼배로의 특허권을 뺏기고 축출당했다. 그가 쫓겨나기 전까지 개발하고자 했던 게 바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였다.
모든 것을 잃은 남자는 자기 집 창고에서 다시 시작했다. 5년간 교사인 아내의 월급에만 의존한 채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무려 5126번의 시제품 실패 끝에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바로 지금의 다이슨 청소기가 탄생한 것이다.
다이슨은 회사 이름도 다이슨 본인 이름을 따고, 회사 지분도 100% 그의 가족들이 가진 비상장 기업이다. 덕분에 제임스 다이슨의 건강한 독재가 가능하다. 막대한 자금을 R&D에 쏟아부을 수 있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위해 숱한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이 되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CEO를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채, 일흔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업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의 학장이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다이슨 회사 주차장에는 수직이착륙전투기 해리어(Harrier jump jet) 실물이 있다. 이런 남자가 만든 물건을 갖는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청소를 위해서만 다이슨 청소기가 필요한 게 아닌 것이다.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 |
아마 다이슨 청소기를 사고 나면,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조인 에어멀티플라이어가 사고 싶고, 이것마저 사고 나면 최근에 나온 다이슨의 헤어드라이기 슈퍼소닉마저 탐내게 될 것이다. 에어멀티플라이어도 상위 모델은 90만 원대이고, 대개 50만∼80만 원대다. 슈퍼소닉은 여름쯤 한국에 출시되는데 먼저 출시된 일본에서 가격이 4만 5천엔, 즉 45만 원 이상이다. 선풍기와 헤어드라이어 값치고는 분명 비싸다.
하지만 청소기와 선풍기와 헤어드라이기를 사는 게 아니다. 다이슨을 사는 것이다. 제임스 다이슨이란 남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우리 일상의 흥미로움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해외직구라는 무기도 있다. 중요한 건 가격과 무관하게 다이슨의 제품이 꽤 만족스럽다는 점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trendhitchhi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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