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아이디어는 머릿속을 맴돌다 얼마 못 가 사라져버릴 게 분명하다. 반면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만 있다면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성공한 인생과 평범한 인생의 차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발생한다. 성공이라는 획을 그은 사람들은 실행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생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그냥 한번 움직여본다. 그 움직임에 뚜렷한 목표가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위즈덤하우스)는 김민태 EBS PD가 쓴 자기계발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작은 실천’이 우리 인생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 강조한다. 그 역시도 2014년 SNS에 올린 세 줄짜리 포스팅을 실천에 옮기면서부터 변화를 맞이했다고 한다.
2014년 1월 2일. 첫 실천.
한 정거장 일찍 내리기.
뇌가 뛰고 위장의 역동이 느껴진다. -4 page
출퇴근 걷기를 습관화하면서 건강이 나아졌고, 독서량이 늘게 됐으며,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워졌고, 결과적으로 정서적 측면의 ‘비교적 맑음’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고, 여기서 얻은 에너지가 업무 전반으로 이어져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게 되었으며, 덤으로 ‘한번 하기’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되어 이렇게 책까지 냈다고 한다.(숨이 차오른다.)
이를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17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의 노래 〈Call Me〉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책이나 노래나 오십보백보 아니냐면서 말이다. 노래 가사는 대략 이렇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하지만 이마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확실히 저자의 주장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허경영은 끝내 대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허경영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이름을 각인시켰으니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성공이 아닌가! 시작은 고작 ‘내 눈을 바라봐’ 그 한마디였을 뿐인데 말이다.
무엇이 되었든 ‘고작 한번’이라도 해본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일단 점부터 하나 찍자는 것이다. 계속해서 점의 개수를 늘려간다면, 언젠가는 그 점들 중 하나를 지나는 획을 만날 확률도 높아진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비롯하여 피카소, 미야자키 하야오, 래리 킹, 오프라 윈프리, 정유정 등 각 분야 유명인사들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를 보충 설명한다.(물론 허경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자칫 식상해지기 쉬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의 흡입력이 의외로 대단하다. 명료한 문장과 탁월한 구성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 PD’라는 그의 직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책의 중반부에서는 SNS를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평소 효율적 SNS 활용에 목말라하던 독자라면 유용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나는 이 책을 ‘고작 한번’ 읽어봤을 뿐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효과가 느껴진다. 의욕이 마구 샘솟는다. 올해 초에 세워놓고 지키지 못한 계획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미래를 위해 작은 점부터 찍어보자. 그 작은 점 하나가 인생을 뒤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를 민소희로 바꾼 것도 바로 그 ‘점 하나’다.
블로거 ‘녹색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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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독서를 즐기는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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