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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종사 고액연봉논란 속사정, 신기루인가 시샘인가

2016.04.23(Sat) 16:02:23

   
▲ 사진은 에어차이나의 조종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출처=에어차이나 홈페이지.

최근 여러 매체에서는 중국으로 떠난 항공사 기장의 인터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으로 가서 근무하다 돌아온 한 기장이 ‘중국 항공사의 고액 연봉은 환상이며 국제 미아된 조종사가 여럿이다’라는 내용으로 말한 것이었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인을 그나마 대우해주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비즈한국>에서는 실제 한국에서 근무하는 기장들을 인터뷰해 중국과 한국 항공사의 연봉 등 대우 차이와 국내에서 근무하는 기장들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임금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항공사 기장의 연봉 차이를 묻자 한 대형 항공사 A 기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 기장은 앞서 언급한 기사 내용 중에는 맞는 것도 있지만 틀린 것도 많다고 지적했다. A 기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최근 나온 기사 내용대로 중국으로의 이직이 잘못되는 케이스도 많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인터뷰에 등장한 (연봉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말하는) 기장은 지금처럼 중국 항공사의 연봉이 많이 오르기 전에 간 케이스다. 최근 몇 년 사이 연봉이 대폭 올랐다. 그럼에도 한국 기장들의 중국행이 줄어든 이유는 중국 갈 능력이 못 되어서가 아니다. 낙후된 중국의 환경과 집안 사정 때문에 안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국 진출은 월등히 높은 급여를 위해 다른 것들을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또 다른 기장도 인터뷰에 참여한 기장에 대해 ’잘 안돼서 돌아온 케이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저가 항공사(Low Cost Carrier·LCC)에 근무하는 B 기장은 “얼마 전 알아본 중국 항공사는 연봉으로 37만 달러(한화 약 4억 2300만 원)를 제시했다. 월 2만 달러에 수당을 다 합치니 그 정도 되더라”라며 “법적으로 1년에 1000시간을 넘기면 안 되기 때문에 월 83시간 정도 비행기를 탄다. 중국은 국내선이라도 땅이 커서 한 번 비행 나가면 약 6~8시간은 걸려 약 2주일이면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B 기장은 “예를 들면 해발 1800m인 쿤밍을 베이스로 한 항공사는 고지대여서, 홍콩 인근 공항을 베이스로 한 항공사는 트래픽이 심해 승객을 태우고 3~4시간 기다려야 해서, 베이징이나 텐진을 베이스로 한 항공사는 대기오염이 너무 심해서 등등 각각의 항공사로 이직한 기장들이 힘들어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연봉이 워낙 높기 때문에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근 국내 항공사 기장의 중국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액 연봉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조종사 사회에서는 갑작스레 터져 나온 이번 논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다. 중국으로 간 기장의 실패사례나 연봉의 허상에 관한 기사가 난데없이 쏟아지자 의심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봉협상이 한창인 대한항공을 겨냥한 기사가 아니냐는 구체적인 의혹도 있다.

대형 항공사 소속 C 기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37% 인상을 요구하며 중국 등 해외 사례를 예로 들자 맞불을 놓는 기사가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대한항공 사측은 1.9% 인상을 고수하고 있어 현재 양측 협상의 진척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이런 의혹이 나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장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중국의 고액 연봉은 사실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중국의 낙후된 환경이 한국 기장들의 연쇄 이동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편 취재 중 만난 기장들은 최근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 D 기장은 “언론이나 사측에서 앞뒤 자르고 1000시간 일하고 고액 받아간다고 비난하는데, 그 시간은 비행승무시간으로 말 그대로 문 닫고 출발해서 내려서 문 열 때까지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1000시간 미만 근무해야 하는 비행승무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은 전혀 다르다. 사무실에 출근해 셔틀 버스 타고 공항으로 이동해 거기서 비행기 타고 중국, 일본 등에 갔다가 다시 와서 버스로 서울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비행승무시간은 4~5시간 나오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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