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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은행, 피크타이머 불법 운영 시인

본지 보도 후 개선책 급조 금감원 보고, 영업점 ‘패닉’

2016.04.22(Fri) 10:32:22

   
▲ 우리은행 본점. 최준필 기자.

<비즈한국>은 지난 1월 ‘우리은행, 피크타이머 불법 운영 논란’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들은 피크타이머는 ‘6개월 미만 월 10일 이내 근무’라는 내부 규정이 있음에도 타인 신분증을 도용해 근무를 연장시켰다. 우리은행 본점의 관리감독 소홀로 피크타이머 제도 시행 10년 내내 벌어진 일이었다. <비즈한국>의 보도 직후 우리은행은 급조한 개선책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보고하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떠밀며 우리은행에 면죄부를 주었다. 과연 개선책만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 타인 신분증 도용해 불법 근무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올린 피크타이머 모집 공고문을 보면 시급 6700원 안팎이다. 최저임금이 매해 인상됐음에도 피크타이머 시급은 7~8년 전 수준이다. 주 업무는 간단한 입출금, 제신고, 공과금 업무 등 창구업무 등으로 적혀 있다.

한 우리은행 피크타이머 근무경험자는 “피크타이머로 근무한 지 6개월이 다 돼가자 영업점 간부급이 지인 등 타인의 신분증을 주고 그 이름으로 6개월 더 근무해 달라고 요구했다. 별 수 없어 지점 요구대로 기간을 연장했고 급여는 내 개인 계좌로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근무경험자는 “금융사, 특히 은행 경력 출신을 우대한다. 업무 적응도 빠르고 영업점 입장에선 창구 업무 외에도 다른 업무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력들을 적은 급여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점들이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우리은행 내부규정에는 피크타이머 재고용은 계약종료 후 6개월이 지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는 방식으로 한 영업점에서 2년 넘게 피크타이머로 근무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들에게는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았다. 각 영업점이 피크타이머를 채용해 관련 서류를 본점에 보내면 본점 결재 후 다시 영업점으로 넘겨졌고, 본점은 별다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올린 피크타이머 모집글.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영업점도 은행 정식 조직이다. 고객과 대면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에서 그토록 운영이 허술하게 이뤄졌다니 기가 막힌다. 금융 사고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기관은 금전이 거래되는 특수성으로 투명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곳이다. 인원이 필요하면 정상적인 형태로 고용했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우리은행은 <비즈한국> 보도 후 피크타이머 운영과 관련해 자체 점검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개선책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국 1000여 개 영업점들에 대한 면밀한 전수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개선책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개선책은 영업점들의 불법 운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6개월 범위 내에서 한 달 10일이 아닌 전 영업일 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피크타이머들의 4대 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 영업점이 피크타이머와 자체 근로계약서를 쓴 후 전산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변경해 본점 관리 폭을 넓혔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아울러 각 영업본부에 근무하는 감리역이 관할 영업점을 감사할 때 실제 피크타이머 근무자가 계약서상 인물과 동일인인지를 대조하도록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불법 근무 연장은) 영업점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피크타이머로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발생한 일로 보인다. 기존 규정에는 이러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전면적으로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업점들은 강화된 개선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크타이머 근무자는 “영업점 중간 관리자들이 걱정스런 말투로 ‘이제 인력 운영을 어떻게 하지’, ‘또 새로 가르쳐야 해’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 손 놓은 금융당국, 고용부 조사 나서나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사례에 대해 금융관련 법규를 적용해 조사나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영업점 인력 운영 문제를 본점 차원에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 고용 문제는 정부 부처 업무분장 상 고용부 소관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보고한 개선책과 달리 문제가 지속되거나 피크타이머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할 경우 경영관리 차원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별도 검토하는 내용은 없다”며 “우리은행 정기검사 시점에서 조사해 이를 검사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고용부에 이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3년마다 개별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2014년 정기검사를 받았으므로 금감원은 연내 또는 내년 정기검사에서 피크타이머 문제를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 금융비정규직 카페에 피크타이머 경험자들이 올린 글들.

고용부는 사실 관계를 따져볼 수 있도록 근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요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용근로자 및 시간제 근로자도 근로계약 내용이 한 달 이상, 월 60시간 이상이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 대상이다. 고용보험은 소정근로시간이 한 달 간 60시간 또는 1주간 15시간 이상이면 가입대상이다. 어기면 법 위반이다. 타인 이름으로 신고하고 근무했다면 근로계약서 작성 위반이며, 근로계약서를 안 쓰고 했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법상 2년이 초과되는 기간제 근로자들은 무기 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다. 우리은행 문제는 규정상 6개월을 초과하게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기간제 법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 관련자들은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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