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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수사단 첫 타깃 고심

흥행몰이할 ‘필승 아이템’ 찾아라

2016.04.12(Tue) 16:26:53

   
▲ 일요신문 DB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 4·13 총선 끝나면 곧바로 움직이지 않겠나. 총선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흥행’을 신경 써야 하니까. 총선 결과에 따라서 약간의 일정 조율이 있겠지만 조만간 움직일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의 귀띔이다. ‘미니 중앙수사부’라는 타이틀 속에 출범한 반부패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며칠 남지 않았다”는 말부터, ‘X월 XX일’ 같은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된다. 5월 초가 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막 선출된 정치인을 총선 전후에 수사 대상으로 선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자연스레 반부패특별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대기업 이름들이 오르내린다. 기업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A 사나, 회장의 개인 비리 논란이 거론되는 B 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이거나, 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비리가 있다는 평이 돌았다는 ‘교집합’이 있다.

아무나 반부패특별수사단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앞서 거론된 곳처럼 대기업이어야 한다. 누가 들어도 알 만한 ‘거대 집단’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10대 그룹 안에 드는 대기업들의 이름이 자연스레 거론되곤 한다.

기업 규모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국민정서법’이다. 수사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러다보니 ‘갑의 횡포’ 등 국민적으로 공분을 산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하지만 갑의 횡포와 같은 비상식적 행위는 기소까지 할 수 있는 범죄 혐의는 아니라는 점이 한계다. 특수수사의 특성상 오너 일가의 비리까지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단순히 국민정서법 위반이라고 바로 수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못한다.

오너 일가에 범죄 혐의가 있고 대기업이라고 해도 능사는 아니다. 경제 성장률이 1%대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수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기업 실적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의 설명이다.

“살아있는 기업을 건드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나라 경제가 ‘좋다’고 말하기 힘들어지지 않았나.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게 명백한데, 이런 국가적인 상황에서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너를 겨냥해 수사할 경우 이제 막 출범한 반부패수사단에 대한 역풍이 불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검찰 수사가 곧 기업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특히 여러 차례 수사기관에 고발된 데다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걸어온 산업 분야가 그렇다. 그러나 경제 불황으로 ‘거악’이라는 이미지가 약하고, 오너 일가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일부 기업은 주인이 없는 탓에 정치권으로의 비자금 유입 수사 등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수사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짧을수록 좋다. 특히 3개월 이상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짧고 굵게’ 오너 일가의 비리를 확인해 기소하고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포스코·정준양 회장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했지만 8개월이나 끌다가 검찰 내·외부에서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수사는 옆으로 벌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기자들 앞에서 지적했을 정도. 김수남 현 총장 역시 “짧게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선택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대응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이상 검찰 수사를 받은 대기업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도 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췄다. 불리한 자료는 기록에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지시한다. 또 ‘돈’과 관련된 부분은 법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는데 이를 배임(회사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혐의) 혐의로 기소해도 법원에서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다.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건을 잘 끌고 가도 무죄가 나면 결국 검찰이 역풍을 맞는다.

현재 특수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검사는 “반부패수사단이 상시 조직으로 남기 위해선 첫 아이템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반부패수사단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중수부를 부활·유지시키는 것인데, 반부패수사단이 두 팀으로 구성된 만큼 한 팀은 보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팀이 압수수색처럼 공개수사를 진행하면서 여론 동향 등 분위기를 보고, 여차할 경우 나머지 한 팀이 수사를 벌여 ‘물타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첫 수사가 망가지면 곧바로 해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필승’ 아이템을 골라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 역시 “다 맞는 얘기고 고려해야만 하는 필수 사안이지만, 어떻게 모든 걸 만족하는 수사 아이템을 고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우리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수사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하 언론인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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