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7의 선전으로 삼성전자가 1분기 깜짝 실적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선 삼성전자 ‘갤럭시S’의 부품 협력사로서 주식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중국의 저가폰 공세로 갤럭시S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갤럭시S 시리즈가 사용하는 기술·부품이 바뀌는 바람에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 일요신문 DB |
강화글라스, 터치 아크릴윈도 등을 제작하는 태양기전은 재무구조 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31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2사업연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률이 50%를 초과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주권매매거래 정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관리종목은 영업손실이나 자본잠식이 발생할 경우 지정된다.
태양기전은 한때 잘나가던 회사다. 삼성전자에 갤럭시S3용 블루 멀티컬러필름을 납품, 2013년 매출은 2324억 원에 달했고 주가도 1만 5686원까지 솟구쳤다. 현재 주가는 10분의 1 수준인 1500~1800원선. 당시 다수의 증권사도 앞으로 삼성과 LG의 납품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매수의견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러나 갤럭시S3의 판매량이 둔화하며 태양기전의 이듬해 매출은 133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적자도 31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0억 원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태양기전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증권신고서에는 차입금상환과 시설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명시했으나 실제론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백약이 무효. 유상증자 청약률은 구주주 55%, 실권주 일반공모 74.64%에 그쳤다. 경영난이 심해지자 오너인 이영진 대표는 결국 보유주식 468억 1180주(지분율 23.41%)를 전량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태양기전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됨과 함께 지난 6일엔 발행주식의 80%인 1708만 9923주를 감자, 자본금을 106억 8100만 원에서 21억 3600만 원으로 줄였다. 앞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갤럭시S3만 믿고 있다가 참담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전자기기 안의 여러 부품을 연결하는 연성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플렉스컴도 마찬가지다. 플렉스컴은 2014년 출시된 갤럭시S4의 대표적인 수혜주였다. 당시 갤럭시S4는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으로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연간 4500만 대를 판매했다. 갤럭시S 시리즈를 아이폰과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은 제품이기도 하다. 플렉스컴 매출은 갤럭시S4의 판매호조 덕분에 2013년 5238억 원으로 2011년 대비 1.5배나 불어났다.
주가도 갤럭시S의 수혜주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2013년 초 2만 4200원까지 뛰었다. 플렉스컴은 한때 ‘갤럭시 대장주’로서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갤럭시S4의 후속 모델인 갤럭시S5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고, 2013년 베트남에 투자한 FPCB 공장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플렉스컴은 판매 부진과 투자 부담을 이기 못하고 2015년 자본 전액잠식에 빠졌다. 결국 지난 3월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돼 현재 정리매매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외장케이스를 만드는 신양엔지니어링의 경우도 한때 갤럭시S 테마주였다가 관리종목으로 전락한 회사다. 갤럭시S 첫 번째 모델 때부터 삼성에 제품을 납품한 신양은 갤럭시S의 판매 증가와 함께 회사도 성장했다. 2012~2013년 매출은 연간 2000억 원대 중반까지 올랐고, 주가도 2012년 말에는 주당 1만 3317원으로 급등했다. 3000원대였던 주가가 1만 3000원대로 오르는 데에는 5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잘나가던 신양도 ‘갤럭시S 바라기’만 했다가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5부터 메탈 케이스를 도입키로 하면서 플라스틱 케이스 비중이 높은 신양은 발주처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케이스를 생산하는 우전앤한단도 한때 갤럭시S 시리즈의 수혜주로 불렸으나 지금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실정이다. 우전앤한단 주가는 1만 175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며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았기 때문이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한 곳에만 집중했다. 수익성이 아무리 좋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피해야 하는 것이 투자의 상식이다. ‘삼성과 손만 잡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스스로 함정에 몰아넣었다.
물론 중소기업으로선 삼성전자란 큰 거래처를 놓칠 순 없다. 이들 기업이 갤럭시S1~4 시리즈 때 잘나갔던 이유도 삼성전자에 납품한 덕이다. 그러나 기업은 영속적 경영과 비전을 전제로 굴러간다. 당장의 매출에만 집착했다간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는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통상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거래할 수 없다. 기술 유출 문제로 삼성전자가 경쟁사로의 납품을 제한한다. 물론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을 계약 전에 협력사에 알렸을 것이고 협력사도 동의했을 것이다. 여기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 90%’의 굴레에 갇힌다. 일단 삼성전자의 협력사로서 거래를 할 순 있지만 시장의 트렌드와 갤럭시S의 후속작의 변화에 따라 언제 거래가 끊길지 모르는 위험에 놓인다.
갤럭시S의 새 시리즈에 어떤 부품이 쓰이는지 사전에 포착하고,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미리 준비해 놓기엔 이들 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다. 또 모든 변수를 미리 파악한다는 점도 불가능하다. 2014년부터 중국 샤오미, 화웨이의 저가 스마트폰이 성공할지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양 등 일부 기업은 갤럭시S의 수혜에서 멀어지자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신양은 2014년 삼성 납품이 끊기면서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 경험을 살려 화장품 용기 제조 등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5년 11월에야 첫 수주를 따냈고 규모도 스마트폰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작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매한 갤럭시S7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뒤따라 서원인텍 파트론 등 새로운 테마주의 이름도 거론된다. 실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앞선 예들에서 보이듯 이들 기업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고 1~2년 뒤에 찾아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 또 투자자라면 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지속성, 미래 비전을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
김서광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