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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동방항공 9시간 연착…서비스 엉망

반복되는 중국 공항 연발착, 승객만 분통

2016.04.01(Fri) 15:34:11

   
 

100여 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중국 창사(長沙) 황화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3월 28일 이른 시각 출발 예정이던 중국동방항공 여객기가 9시간이나 되는 출발 지연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들은 출발 지연에도 충분한 사전 안내와 사유에 대한 설명도 미비했고 식사 제공 방식 등 항공사 서비스 행태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중 노선에서 중국 공항을 이용하는 한국과 중국 양국 승객들에게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은 다반사다. 체제 특성상 한정된 항로를 정부와 군(軍)이 통제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개선책과 대응 방안은 없는 것일까.

# 컵라면 두 개와 깡통 하나  

문제의 여객기는 중국 국영 동방항공 소속 전세기(편명 MU2023)였다. 전세기란 정기노선 운항이 아니라 특별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행기다. 이 비행기는 당초 28일 오전 0시 50분(현지 시간) 창사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엔 오전 5시(한국 시간)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 예정 시간을 9시간 넘긴 오전 9시 50분(현지 시간)에야 이륙해 인천공항에는 오후 1시가 넘어 도착했다. 해당 여객기 운항 스케줄은 ‘상하이→인천→창사→인천’이다.

승객 고 아무개 씨는 “직장 부서에서 단체로 시간을 내 중국 장자제(張家界) 관광을 했고 월요일(28일) 출근 시간에 맞춘 항공편을 찾다보니 그 편만이 유일했다. 하지만 출발 지연에 대한 항공사와 공항 측의 충분한 안내도 없고 몇 시에 출발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항공사 측이 호텔 객실을 제공했지만 무조건 남녀 불문해 두 사람당 방 하나만 쓰게 했다. 탑승객 일행에 따라 혼자 쓰거나 한 방에 서너 명씩 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성토했다.

승객 심 아무개 씨는 “항공사 측이 조식으로 제공한 식사도 황당했다. 1인당 컵라면 2개와 깡통으로 된 죽이 전부였다. 중국 항공사라 현지 제휴 호텔이 적지 않을 텐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천공항 주차장에 도착하니 내 잘못이 아님에도 지연시간만큼 주차비를 더 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승객들 중에는 당일 오전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놓쳤다거나 복귀한 직장에서 출근하지 못한 사유서까지 쓴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승객들은 인천공항 도착 후 한동안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고 기내를 점거하며 환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와 서울지방항공청에 확인 결과 MU2023는 전날(27일) 상하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중국 군 통제를 받아 2시간 정도 늦어졌고 창사공항 활주로 정비로 야간 운항 중단에 따라 출발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방항공은 “불편을 끼친 승객들에 대해 죄송한 일이지만 항공사 귀책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동방항공 관계자는 “부득이한 출발 지연으로 규정에 따라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만, 식사 제공 문제는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 제약도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동방항공 다른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해도 언어 장벽으로 승객들이 이해를 못할 수 있다. 인천 도착 후 당사 공항 사무실을 찾아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들이 있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국 지사로 조치할 내용을 알려주면 가능한 일이라면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동방항공 서비스 방식이 의외라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은 “연발착이 될 경우 매뉴얼에 따라 제휴 호텔을 통해 호텔 숙박, 기내식이 없다면 호텔 식사와 공항까지 교통편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항에 다른 대체편이 있다면 승객이 원할 경우 제공한다. 다만, 동방항공의 호텔 객실 및 조식 제공 방식은 승객들의 불만을 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발착이 돼도 승객들이 항공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항공사가 고의나 과실로 국제선 비행기가 4시간 이상 연착됐을 때는 항공 운임의 20%를 배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시간에서 4시간 사이는 전체 운임 중 10%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권고일 뿐, 보상 여부를 항공사가 판단하고 기상상태, 공항사정 등 항공사 면책사항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 탑승객 항공권

# 열리지 않는 추가 하늘 길, 대처 이렇게  

중국은 오는 202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항공기 연발착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중국 공군의 통제 속에 하늘 길의 20%가량만 민간항공에 개방된 상태에서 해결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민항국 보고서를 보면 중국 공항의 항공기 정시 출발율은 68%에 그치고 있다. 베이징공항과 상하이공항의 정시 출발율도 전 세계 35개 주요 공항 가운데 최하위인 34위, 35위로 나란히 꼴찌다.

몇 해 전 베이징 출장을 다녀온 한 공무원은 “호텔에 숙박하고 탑승하면 양호한 편이다. 당시 비행기 탑승 후 좁은 기내에서 꼼짝없이 5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여기저기서 승객들 고성이 터져 나왔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중국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연발착 사유에 대한 설명이나 대응 방식이 미약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영공엔 한국과 일본을 통해 유럽 등으로 연결되는 항로가 G597만 있을 뿐이고 군이 관리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공항 등 일부를 제외하면 시설이 낙후된 공항들이 상당수다. 실례로 공항 내 제설작업을 할 때도 중장비가 아닌 인력을 동원하는 수준이다. 연발착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중항공자유화와 맞물려 중국 영공에 추가 항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중 항공회담이 열릴 때마다. 중국 측에 항공로 확대 등 연발착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발착 대응 요령에 대해 여행사 관계자는 “실시간 항공기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항시 예약 항공편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전세편보다 정기편을 운항하는 편이 좋고 항공사 핫라인을 이용해 대체편을 이용하는 바람직하다. 요즈음에는 보험사를 통해 항공기 연착 보험도 출시됐으니 알아두면 좋다”고 권고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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