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재고율이 외환위기 수준까지 올라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재고율로 본 국내 제조업 경기와 시사점'을 보면 지난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8.4%로 금융위기 기간인 2008년 12월(129.5%) 이후 8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율이 높아지는 것은 상품의 출하보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현재 제조업 재고율이 높아지는 것은 제조업 중 국내 주력산업인 전자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재고율이 급상승한 때문이다.
지난 1월 전자 산업의 재고율은 170.1%로 외환위기 기간인 1998년 7월(173.4%) 이후 가장 높았다.
전자 산업의 재고율이 급등한 것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경기 하락, 수출 둔화, 반도체 업체의 수급 조절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산업의 재고율도 153.7%로 전체 제조업에서 전자 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자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5월 122.7%를 정점으로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전자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재고율은 118.0%로 전체 제조업 재고율(128.4%)보다 10.4%포인트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두 산업의 특성상 국내 제조업의 경기하강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고율이 높으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떨어져 기업의 설비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 경기가 하강기에 머물러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지속하고 최근 억눌려 있는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면 향후 세계경기 회복 시 해외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자여력과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업들은 재고수준에 대한 진단을 강화하여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경제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