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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비행기 조종 어렵다?개가 웃어요” 파문

2016.08.19(Fri) 17:18:2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비행기 조종이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는 취지로 직접 쓴 페이스북 댓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쟁의행위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허위 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김 아무개 대한항공 부기장이 쓴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김 부기장은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김 부기장은 국제선의 경우 비행기 이륙 최소 2시간 반 전부터 일을 시작해 전문적인 일을 다양하게 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또 비행 전날에도 집이나 호텔에서 비행과 관련한 준비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조 회장은 직접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적었다. 

조 회장은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1927년)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직접 작성한 글이었다고 확인했다. 

조 회장은 작년 8월 당시 부기장 최모씨가 퇴사하면서 사내 전자게시판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며 글을 올리자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반영하겠다"며 댓글을 달았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 조 회장이 회사 조종사들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9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917명과 대한항공 조종사새노동조합(KAPU)소속 조합원 189명이 찬성표를 던져 총 1106명으로 과반수를 넘어 가결했다. 당초 쟁의 결정은 조종사노조 조합원 1085명과 새노조 조합원 760명을 더한 총 조합원 1845명의 과반인 923명 이상이 찬성하면 됐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이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놓자 결렬됐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사측은 "조종사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절차상 위법해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찬반투표 진행시 투표자 명부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데 새노조 조합원들은 투표자 명부 없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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