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메트라이프 ‘톱’ 설계사 70억대 고객 돈 횡령 구속

2016.03.15(Tue) 09:17:54

   
 

메트라이프생명 소속 최상위권 실적의 보험설계사 박 아무개 씨(여·48)가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목돈으로 불려주겠다고 속여 고개 돈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고객 28명에게 304차례에 걸쳐 44억 7000만 원을 가로챈 것을 확인했다. 또한 박 씨가 16명으로부터 30억여 원의 피해를 보게 했다는 진술을 추가 확보해 수사를 확대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액만 70억 원이 넘는 셈이다.

박 씨는 경찰 진술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사실관계와 다른 진술을 한 정황도 드러난다. 따라서 박 씨가 20년여에 달하는 설계사 활동을 하면서 추가 피해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보험사 관리 소홀로 벌어진 불상사란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당장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 씨가 이러한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라이프는 수사와 소송결과에 따라 불완전 상품 판매 분에 대해서만 보상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 겉보기 성실한 태도로 친 언니까지 등쳐 

서울 강남경찰서는 메트라이프 설계사인 박 씨가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4억 7000만 원을 가로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진술에서 설계사 경력 중 최상위 상품 판매 실적인 ‘TOT(Top of the Table)’를 세 차례 수상한 베테랑이라고 밝혔다. TOT란 해당 연도 상품 판매 기준으로 600만 달러(약 72억 원) 이상 계약한 설계사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3년 만기 단기 저축성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원금의 2배로 불려주겠다”고 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가입자 수를 늘렸다. 이러한 보험상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비보장성 보험이거나 약속보다 수익률이 현저히 낮은 보험상품이었다. 박 씨는 일부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연 4~6% 이자를 쳐서 돌려주겠다”며 돈을 꾸었다. 이 돈으로 박 씨는 고객에게 줄 수익금을 돌려막거나 이자 대신 다른 보험에 가입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 고객들의 피해금액은 각각 1900만여 원에서 많게는 10억여 원에 달했다. 피해자 중에는 박 씨의 친언니도 있었고 한 사람이 8개나 되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돈을 제때 받지 못한 고객들이 고소하자 박 씨는 스스로 경찰서에 출두해 자수했다. 한 피해자는 “겉보기에 성실하고 진실한 박 씨의 모습에 속아 넘어갔다”고 후회했다.

박 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부분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메트라이프에 2008년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트라이프 입사 이후 최대 판매 실적 설계사에 주어지는 보험왕 타이틀을 수상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박 씨가 이전 보험사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입사 후 TOT를 차지한 해도 있는 등 당사 소속 4000여 명 설계사 중 상위권은 맞지만 판매 1위를 차지한 적은 없었다. 경찰은 박 씨의 진술에 의존했고 당사도 자체조사 결과를 충분히 경찰에 전달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도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 수사과정과 민·형사 소송 결과에 따라 박 씨의 상품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해선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 박 씨는 당사와 무관한 투자 전문 관련 명함도 파서 이를 피해자들에게 건네며 돈을 빌린 경우도 있었다. 아직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최우영 강남경찰서 경제6팀장은 “TOT는 일반적으로 보험업계에서 보험왕을 뜻한다. 박 씨는 명예와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유난히 집착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박 씨가 여죄가 있다고 진술한 만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험사 관리 책임 대두 

금융소비자연맹은 결국 보험사의 관리 소홀로 이러한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다고 지적한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실적은 곧 설계사 수입이다. 설계사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에서 관리를 강화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월별로 설계사들의 실적, 계약 상태와 관리 내용을 꼼꼼히 체크한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가 돌려막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연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사가 점검을 제대로 했을 경우 박 씨의 일탈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무처장은 “박 씨가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면서 보험사 영수증을 발급하고, 보험사 통장으로 고객 돈이 입금된 내역들이 있다면 불완전판매이며 전적으로 보험사 책임이다. 보험사 쪽에선 면책을 위해 박 씨와 고객 간 개인 금전 거래로 몰고 갈 공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설계사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할수록 고객 피해액은 더 커지고 보험사는 더 손해다. 자체 조사 결과 돌려막기를 했다는 박 씨 진술은 당사가 취급하는 보험상품보다 취급하지 않는 투자형 상품에 악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경찰 수사를 지켜보되 피해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 관계자는 “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보험상품 계약과 관련해 벌어진 경우라면 보험업법 위반 여부 조사 대상이다”며 “경찰 수사 결과 이러한 문제들이 전면적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보험사는 의무적으로 금융당국에 면밀히 보고해야 한다. 그 이후 조사와 징계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