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QE) 규모 역시 더 확대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한 것이다.
ECB는 10일(현지시간)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0.3%인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1%포인트 더 낮춘 -0.4%로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0.05%에서 0%로, ECB 한계대출 금리도 0.30%에서 0.25%로 낮추는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인하했다.
예치금 금리를 낮추면 유로존 은행권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ECB는 금융권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은행들의 대출 실적에 따라 초저금리 장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2차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TLTRO)’를 6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유로존 은행들이 ECB 기준에 부합하는 대출실적에 따라 ECB로부터 최저 -0.40%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행이 ECB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로 최고 연 0.40%의 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적용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ECB는 또 현재 매월 600억유로인 양적완화(QE) 자산 매입 규모를 800억유로로 확대키로 했다. 또 자산 매입 대상에 투자 적격 등급의 회사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양적완화 자산 매입 대상을 늘리고 규모도 확대한 셈이다.
ECB는 강력한 통화완화 조치로 풀린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지난달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2%)를 기록하며 커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선택하면서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고민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CB의 돈 풀기는 유로화 약세로 이어지는 만큼 자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를 막기 위한 맞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달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한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높이고,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거라는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ECB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