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갈림길에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는 오는 6월17일 국내 취항할 계열사 타이 에어아시아엑스의 방콕행 항공권을 6만9000원에 내 놓으며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덕분에 지난 12일 에어아시아는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고객들의 뜨거운 주목까지 받았다.
과연 항공 소비자들을 위해 시장을 과감히 개방해야 할까? 아니면 국내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조선말 대원군처럼 항공산업 시장에 쇄국정책을 펴는 것이 낳을까?
◆항공시장 핵 에어아시아, 논란 가속
말레이시아 국적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위력은 이미 출범 초기부터 항공 산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01년 4000만 링깃(약 127억원)의 빚더미의 말레이시아 국영 항공사 에어아시아는 출범이후 지속 성장을 거듭, 이제 전 세계 88개 도시, 150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 1위 LCC로 성장했다. 이 덕분에 전 세계 항공시장 관계자들조차 에어아시아 자국 진출 이야기만 나오면 울음을 뚝 그칠 만큼의 에어아시아국내 항공시장 역시 에어아시아 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아직 서비스와 LCC 항공사 운영이 걸음마 단계인 수준에서 에어아시아의 국내 시장 직접 진출은 그 싹을 내리지도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외국계 LCC 국내 시장 진출 시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국내 항공시장에 마냥 빗장을 걸어야 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에어아시아 국내진출 전인 지난 2007년 11월엔 인천시가 싱가포르 저가항공사인 타이거항공과 합작항공사 설립이 원조다. 당시 타이거항공과 인천시의 합작항공사 설립 시도는 우리 영공에서 해외 항공사가 맘대로 영업하고 항공기를 운항 한다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당시 인천시는 시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국적 저가 항공사인 타이거항공과 제휴, 국내 저가 항공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국내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항공물류시장을 더욱 피폐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 강력 반발하면서 결국 합작 항공사 설립은 물거품이 됐다.
일부 항공전문가들은 “만약 타이거항공이 운영을 시작했다면 국내 항공시장의 판도는 크게 변화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에어아시아 국내 진출도 똑같은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문제는 항공사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편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과연 최적의 결정이었나에 대한 의문과 동일한 선상이다.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당국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각국 항공산업 개방, 엄격 자대 적용
국내 항공법 6조에는 외국인 지분이 50%(1/2) 이상이거나 외국인이 사업을 지배하는 기업인 경우 항공사 면허를 허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법으로 항공사 운항자격 요건을 제한한 배경은 항공산업이 유사시 공군력으로 전용할 수 있는 안보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항공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외국인의 자본참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에어아시아 진출은 법리적만 보면 문제가 없다. 에어아시아는 국내 항공법의 허점을 노려 ‘항공사의 외국인 지분을 49%까지 허용’을 근거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하지만 궁긍적으로 에어아시아가 지분만 49%을 보유하고, 실질적 경영에 나설 경우엔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 같은 법의 맹점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법은 ‘외국인이 사업을 사실상 지배할 경우 면허를 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에어아시아가 운영전반에 나설 경우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여타 항공 선진국들 역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부문의 외국인 진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의결권 주식의 25% 미만, 일본은 1/3 미만만 허용하고, 중국 역시 동일 최대 지분 한도를 25%로 제한한다. 여기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의 실질적 지배가 아니면 허용 안 하고, 유럽 역시 실효적 지배에 한 해서만 면허를 허가한다. 이 같은 예를 들어 국내 항공업계는 에어아시아 국내 진출에 대한 전 방위 반대 역공에 나서고 있다.
◆고객 편익은 어떻게 해? 논란은 남아
국내 항공시장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의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난립한 국내 항공시장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고만 고만한 서비스와 항공권 가격으로 글로벌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객 요구를 핑계 삼아 에어아시아와 같은 초저가의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가 정작 경쟁력 있는 글로벌 LCC 항공사 진출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고 한다면 어느 고객이 이를 수긍할까?
LCC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 박은수씨는 “국내 항공시장에 저비용항공사가 진출한지 10년이 가까워 오는데 여전히 고만 고만한 항공사들 간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만 하고 있다”며 “에어아시아 국내 진출로 고객들은 저렴하고 안전한 항공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이를 국내 항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막는다면 국내 고객들의 편익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에어아시아의 국내 시장 진출은 초읽기만 남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양분하고 있던 국내 항공시장에 저가항공사 진출로 우리 항공시장은 대중 시대를 열었다.
국내 산업보호를 내세워 계속해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우리만의 리그를 이어갈지, 아니면 과감한 개방을 통해 또 한번의 항공대중화 시대를 맞을지, 운명의 주사위를 던져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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