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미국의 기부 문화 VS 한국의 나눔 정신

기소르망 “한국정부 기부금 관리 시스템 부실”

2014.05.19(Mon) 14:09:57

지난 4월 내한한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선진국임에도 개인 기부가 적다. 한국인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기부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가 적은 이유는 정부의 부실한 기부금 관리시스템 그리고 기업인의 자세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기업인이 자청해 기부를 하려고 하지만, 한국에선 기업가가 감옥에 가기 싫어 기부하고 자선하는 경향이 있다”기 소르망 교수의 지적은 한국 상류층 기부 문화의 실상을 정곡으로 찌른 것이다. 이는 미국 기업인과 한국 기업인의 기부 실태를 비교해보면 금세 드러난다.

◆ 미국 기업인은 매년 거액 기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최고 기부자 50명이 기부한 금액은 77억달러이고, 기부 약정금액은 29억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도 미국 최고 기부왕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크버거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 두 사람은 지난해 페이스북 주식 1800만주(평가액 9억7000만달러)를 실리콘밸리재단에 기부했다.

2위는 ‘셰일가스의 아버지’로 알려진 고(故) 조지 미첼. 3위는 필립 나이트 나이키 회장과 아내인 페넬로페 나이트, 4위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다. 이밖에 어윈 제이콥스 퀄컴 창업자와 세르게이 구글 공동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어 이베이 창업자 등이 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고액 기부자 순위는 매년 엎치락뒤치락한다. 2012년에는 빌게이츠 부부가 19억 달러(2조35억 원 상당)를 기부해 1위를 차지했다. 빌게이츠 부부가 지금까지 낸 기부금 총액은 280억 달러에 달한다. 2위는 18억7000만 달러를 기부한 워렌 버핏, 3위는 월스트리트의 전설 조지 소로스로 7억6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 한국기업인은 기부 횟수 적어

한국의 기업인들은 어떨까. 일단 미국 기업인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해 내지 무의미하다. 기부 규모도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다 기부 횟수가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인들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 생각나면 기부한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워렌 버핏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인은 전년에 기부하고 이듬해 또 기부한다. 액수도 매년 거액이다. 지난해 많이 기부했다고 다음해 찔끔 내고 그런 식으로 기부하지 않는다. 한국의 내로라 하는 재벌 총수들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는 기부하지 않는다.

한국 10대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70세를 넘긴 고령이다.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사회 관습상 이들이 남몰래 기부했으나 생색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기부 패턴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보다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기부를 자주 많이 하는 세계 유명 기업인과 한국 기업인의 차이점은 또 있다. 상당수 한국 재벌총수들은 사지에 몰린 상태에서 사회환원 형식으로 기부를 한다는 점이다.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은 1조 원대의 사재 출연을 약속했고, 정몽구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재판 당시 8400억 원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정회장은 7년에 걸쳐 약속을 이행했고 이 회장은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 SK계열사로부터 받은 급여와 성과급 301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아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기독교연대측은 “재벌기업 대주주가 동정을 얻을 목적으로 사회환원을 발표하고 흐지부지된 일이 한 두건이 아니며, 사실상 자신이 지배하는 재단 등에 기부하는 ‘셀프기부’도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예외인 재벌회장도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기업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멤버가 됐다. 2009년에는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기부 영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2011년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듬해 아시아 아너소사이어티 초대 대표로 추대됐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최고액 기부자이최회장은 처음엔 남몰래 선행을 해왔으나 나중에 알려진 사례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공동모금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처음엔 ‘을지로 최씨’라는 이름으로 익명 기부를 해왔는데 워낙 금액이 크니까 공동모금회에서 저를 추적한 거예요. 혹시 검은 돈이 아닐까 싶어서요. 어쩔 수 없이 이름이 공개됐죠. 이후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내 개인에 머물 게 아니라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데 제대로 앞장서보자고 생각했죠. 나누면 행복하잖아요. 저는 ‘행복이라는 펌프’에서 물이 콸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마중

   


◆ 티끌모아 태산을 이룬 ‘동전 기부왕’

재벌 기업인 외에도 우리사회에는 기부를 통해 선을 베풀어온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고 류근철 교수는 대표적인 인물로 ‘나눔왕’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2008년 578억 원 상당의 재산을 KAIST에 기부했다. 개인 기부로는 가장 많은 금액으로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2007년 고려대에 발전기금 100억 원을 기부한 박양숙 할머니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밖에도 유니세프에 100억 원을 기부했는데 역대 유니세프 개인 기부로는 최고 금액이다.티끌모아 태산을 이룬 ‘동전 기부왕’도 있다.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나눔을 실천하는 진정군 옹이 그 주인공이다. 1995년부터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10원짜리 동전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동전 2002개를 다보탑 모양으로 만들어 거래 은행에 전달했다. 총 금액은 2150만 원으로 소년·소녀 가장 100명에게 각각 20만 원씩 전달됐다. 그의 기부가 빛난 것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동전 하나도 아름다

문홍식 기자

moonhs0910@naver.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