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즈음에 SK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계획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주주들이 인정할만한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고 주주총회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2003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배임․횡령 사건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이제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책임경영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와 투명성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우선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예정인 계열사를 포함해 SK그룹 주요 계열사에 외부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3년 당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및 이에 따른 소버린 사태를 겪으면서 SK그룹은 사외이사 수 확대 등의 개선책을 시행했으나, 2012년 최태원 회장 형제의 유죄판결을 유발한 선물투자 사건 당시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대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최태원 회장이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외부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사회를 통한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 또한 지배구조 개선의 요체는, 사외이사가 아니라, 독립이사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 계열사 중 SK텔레콤은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이사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이사로 선임될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배임, 횡령 등으로 유죄를 인정받은 경우에는 일정 기간(예컨대 5년) 동안 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하여 준법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최 회장과 SK그룹은 지금이라도 주주들을 만나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를 경청하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원칙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 최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복귀를 위한 ‘명분’이 아니라 복귀를 승인해 줄 주주들의 신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