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이 킴벌리 클라크 윤리경영 페이지에 투고한 내용 |
윤리경영을 최고의 가치로, ‘착한 기업’임을 대내외에 표방해 온 유한킴벌리가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차별과 오프라인 대리점들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간 유한킴벌리가 언론 등에 한 해명에 대해서 <비즈한국>이 각종 데이터와 관계자들 증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상식과 상도덕에 어긋난 사례들도 드러난다. 유한킴벌리가 거짓 해명 논란을 자초하는 양상이다.
◆ 온·오프라인 대리점 차별 사실로 드러나
먼저 유한킴벌리가 지금껏 밝혀온 오프라인 대리점들에 대한 평균마진율이 일정치 않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유한킴벌리와 일부 대리점이 벌인 조정(사건번호 공정2013-0309) 과정에서 유한킴벌리는 2013년 9월 T 법무법인을 통해 오프라인 대리점 마진 15.5%, 영업비용 12%, 당기순이익 3.5%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초 보도에서 유한킴벌리는 한 매체에는 대리점 평균 마진이 매출의 19%, 같은 날 다른 매체에는 18% 정도라고 했다. 회사 측이 밝힌 오프라인 대리점 마진율은 19%, 18%, 15.5%로 오락가락이다. 더욱이 유한킴벌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발생하는 영업비용을 강조하지 않아 순이익 비중까지 높은 게 아니냐는 착시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가격차가 미미하다는 유한킴벌리 측 입장도 사실과 달랐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6월 한 매체를 통해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가격차가 3%라고 했다. 같은 해 8월 다른 매체를 통해선 다른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지난 1월 또 다른 매체를 통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급기준 가격은 동일하다고 했다. 구매 물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도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가격차는 최대 30%에 이르는 제품 사례도 확인된다. 유한킴벌리 내부 자료에 나온 동일 제품의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가격을 팩당 비교해보니 약 29%의 차이가 나는 것도 있었다. ‘크리넥스○○○○’는 46매☓10개 형식으로 온라인 대리점에 공급되는데 46매 1팩 기준 세전 1198원이다. 반면 오프라인 대리점에는 46매☓3팩☓6개 형식으로 공급되는데 1팩 기준 1301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유한킴벌리가 구매물량에 따라 가격을 싸게 공급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한 온라인 대리점에 대해 몇 개월에 걸쳐 공급물량이 10박스에 불과한데도 온라인 공급가는 4990원에 불과했지만 대리점 공급가는 7490원으로, 가격차이가 무려 38.9%나 났다.
일부 온라인 대리점들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의혹도 오프라인 대리점들과 차별은 없다는 게 유한킴벌리가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유한킴벌리 실무자와 법무대리를 맡은 T 법무법인은 공정거래조정원 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물량 몰아주기를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조정원에서 2013년 10월 열린 조정회의에서 유한킴벌리 강 아무개 팀장은 “6월부터 1백(Bag)당 34% 인상된 ‘좋은느낌 수퍼롱오버나이트’를 온라인 대리점 T 사가 3700박스 전량을 매입한 사실이 있고 정품과 같은 동일한 견본도 제공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T 법무법인도 “온라인 대리점 T, S, A 사를 통해 생리대 신제품 출시에 따른 상당 규모 재고소진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며 “해당 제품은 (오프라인) 지역대리점에서 취급하는 제품과 코드가 다른 별도 제품”이라고 답변했다.
유한킴벌리가 온·오프라인에 공급하는 제품에도 차별을 두는 사례도 확인됐다.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에 공급하는 포장박스를 보면 제품명 등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대리점협의회가 입수한 일부 온라인 대리점에 공급한 포장 박스에는 제품명 등 필수 내용이 없다. 송 아무개 대리점협의회 회장은 “박스 포장을 뜯어 비교해보니 1봉지에 12개 제품은 오프라인 대리점에 공급하고 1봉지 14개는 온라인대리점에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정 유통라인에 차별된 제품을 공급하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가 대리점들에 대한 판매목표 설정과 강요 여부에 대한 해명도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유한킴벌리는 공정위 조사과정(사건번호 공정 2014-0062) 중 답변서를 통해 대리점들이 판매목표가 과다할 경우 담당 지사장에게 이의를 제기해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유한킴벌리는 언론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대리점들에 대해 포기각서를 쓰게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도한 판매목표 때문에 판매장려금을 받지 못해 강제로 대리점을 그만두게 하고 해당 사장에게 포기각서를 받은 사례들이 확인된다. 실례로 유한킴벌리 전북지역 박 아무개 전 H 대리점 사장은 “표 아무개 전 지사장 시절인 2012년과 2013년에 포기각서를 강제로 썼고 맹 아무개 전 지사장 시절 2014년 1월에도 포기각서를 쓰고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고 성토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지난 12월 K 법무법인을 통해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표 씨가 판매목표 미달로 박 씨에게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한 “표 씨가 각서를 받았다면 2년 동안 박 씨가 계속해서 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한킴벌리가 온라인 대리점에 보낸 제품명 없는 박스 |
◆ 조삼모사식 판매목표, 상도덕 위반도
하지만 박 씨가 제시한 증거들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쪽 주장은 허위로 드러난다. 박 씨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표 씨는 포기각서를 두 번 쓰게 한 사실을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공정위 담당 조사관은 2014년 맹 씨가 쓰게 한 포기각서를 찾아 건네줬다. 모두 유한킴벌리 측 준비서면 발송 이전 일이다. 따라서 거짓 주장”이라며 “내가 포기한 대리점 자리에 유한킴벌리 본사 직원 남편에게 사업권을 주기 위해 그토록 압박한 게 아니냐는 정황도 드러난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전 지사장으로부터 “포기각서를 쓰게 한 것은 유한킴벌리 회사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내용의 녹취파일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유한킴벌리는 언론을 통해 대리점들에 대해 2013년부터 ‘건강한 대리점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고 했다. 대리점 판매목표도 지난해 7월부터 폐지했다. 그러나 대리점협의회는 조삼모사 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초부터 ‘계약 갱신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오프라인 대리점 판매실적을 점수로 평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거래약정서(지역거점 일반대리점용) 계약 갱신 가이드라인을 입수해 살펴보니 목표달성율에 대한 점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평가결과 총 300점 만점에 200점 미만 대리점은 올해부터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매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대리점들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규정이다. 대리점협의회는 이러한 정책이 유한킴벌리가 대내외에 표방해 온 건강한 대리점 체계 구축 프로젝트 일환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한다.
유한킴벌리가 특정 온라인 대리점을 지원하기 위해 상도덕에 어긋나는 정황도 드러난다. 유한킴벌리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오픈마켓 등에서 생리대 제품을 판매하던 J 사는 한때 오픈마켓 생리대 판매 1위였다. 하지만 J 사는 어느 날부터 유한킴벌리 대리점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판매를 할 수 없었다.
대리점협의회는 “J 사 대표로부터 유한킴벌리 회사 차원에서 지사장들을 통해 대리점들에게 J 사 제품 공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최근 일각에서 유한킴벌리 측은 대리점들이 자발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말 맞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유한킴벌리 일부 대리점주들은 2013년 유한킴벌리를 온·오프라인 대리점 간 차별 취급, 거래상지위남용, 구속조건부 거래 등 혐의로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에 신고했다. 올 1월 대리점협의회는 참여연대와 함께 ‘하기스’ 기저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유한킴벌리로부터 “대리점협의회 측 주장들이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항변해왔고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들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실관계를 따져보니 오프라인 대리점들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는데 유한킴벌리는 왜 이들의 주장을 배척으로만 일관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며 “그간 회사 성장에는 오프라인 대리점들의 역할이 컸다. 온라인 체제로 전면 전환을 하지 않겠다면 회사와 전체 대리점 간 윈-윈 상생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위에 언급된 모든 내용에 대한 질의서를 유한킴벌리 대외협력본부(홍보실)에 보내 공식입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수일간 시도한 취재요청과 통화, 문자메시지에 대해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신속한 입장을 듣기 위해 유한킴벌리 윤리경영센터와 합자회사인 킴벌리클라크의 윤리경영센터에 신고해도 마찬가지였다. <비즈한국>은 보도 후라도 유한킴벌리가 입장을 밝혀올 경우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대리점 평가기준을 명시한 계약 갱신 가이드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