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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은행, 피크타이머 불법 운영 논란

남의 이름 달고 유령 근무, 생명연장 꼼수

2016.01.29(Fri) 17:43:01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만 근무한다는 일명 ‘피크타이머’ 제도가 우리은행에서 취지와 달리 불법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 미만 월 10일 이내 근무’라는 내부 규정이 있음에도 일부 영업점에선 타인의 신분증을 통해 근무를 연장시키는가 하면 한 달에 20일씩 근무하게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본점은 영업점 필요에 따른 임시직이라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본점 인사부를 통해 <비즈한국>에 밝힌 피크타이머 관련 내부 규정에 영업점은 피크타이머와 최초 계약일로부터 6개월 근무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해당 영업점이나 다른 영업점에서 6개월 이내 근무한 피크타이머를 재고용할 때도 계약종료 후 6개월이 지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한 달에 10영업일 범위 내에서만 근무한다.

우리은행은 홈페이지나 대학생 전용 사이트인 ‘우리스페이스’ 또는 개별 영업점들이 각종 취업 사이트에 공고를 올려 피크타이머를 모집하고 있다. 각 영업점에서 피크타이머를 채용해 관련 서류를 본점으로 송부하면 본점에서 결재 후 서류를 지점으로 넘기는 식이다. 모집공고문을 보면 급여 수준은 시급 6700원 안팎에 하루 4시간 근무 이상이며 중식대를 별도 제공된다고 게재돼 있다. 주 업무는 간단한 입출금, 제신고, 공과금 업무 등 창구업무 등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일부 우리은행 영업점에선 이러한 내부 규정과 달리 피크타이머에 대한 불법 운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은행 영업점들에서 피크타이머에게 지점 간부급 등이 지인 등 타인의 신분증을 제공하고 그 이름으로 업무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우리은행 한 지점 피크타이머 근무 경험자는 “피크타이머로 근무한 지 6개월이 다 돼가자 영업점에서 남의 이름으로 일해 달라고 했다”며 “별 수 없어 지점 요구대로 기간을 연장해 근무하면서도 내내 찜찜했다”고 밝혔다.

◆ 타인 신분증 통해 연장 정규직처럼 활용, 타 은행비해 열악…본점 "영업점들 문제, 조사할 것"

우리은행 피크타이머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인터넷 게시판에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회원 수 1만 9000명에 달하는 금융비정규직카페(옛 전국은행계약직모임)가 대표적이다.

“피크타이머는 일반 계약직과도 달라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고 경조사비에서도 제외된다. 그럼에도 바쁜 지점에서는 마치 정규직처럼 일을 시키고 있다. 더 웃긴 건 우리은행 피크타이머는 6개월 단위 계약인데 6개월 후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근무를 더 해 달라고 지점에서 요구한다는 점이다(아이디 푸××).”

“우리은행 지점에서 피크타이머로 근무하면서 10일은 내 주민번호로, 나머지는 다른 사람 주민번호로 일했다. 주말과 휴일을 빼면 거의 한 달 영업일을 꽉 채운 20일을 근무한 셈이다(쥰××).”

“번호표 눌러서 오는 고객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이리저리 자리 옮길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이 일 저 일 하게 된다. 고객은 피크타이머든 일반 사원이든 다 직원으로 알 테니 모른다고 말하기 민망해 그냥 했다. 그럼에도 급여는 아르바이트 수준이다(사××).”

“매달 10일씩 1년을 근무했다. 단순 창구 업무라고 듣고 시작했지만 숙달될 법도 한데 아직도 새로운 업무들이 발생하고 있다(뽕××).”

게다가 우리은행 피크타이머 처우는 유사한 업무 내용의 타 은행에 비해 열악했다. 외환은행 한 지점이 지난해 올린 피크타이머 조건은 3개월 근무에 월급은 150만 원이었다. 대구은행은 시급 1만 2000원에 중 식대 별도로 우리은행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은행 본점은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국에 산재한 영업점만 1000여 곳이다. 본점에서 일일이 피크타이머 들에 대해 면접 등 신원확인을 하지 않는다. 인력 유출입이 매우 유동적인 이유도 있다”며 “본점에선 영업점들로부터 제출 받은 서류를 통해 피크타이머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점은 영업점들로부터 인원이 부족해 신규 인력을 채용해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듣고 있다. 피크타이머도 이에 대한 복안이다”라며 “우리은행은 피크타이머 중 희망자를 선별해 본점에서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시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피크타이머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계약직 직원 수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각 영업점의 피크타이머 운영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만큼 검사해 볼 예정이라고 했지만 언제 조사에 착수해 마무리할지와 제재규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어느 영업점이 그러느냐. 알려 달라. 조사 결과는 단기에 나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인 이름으로 근무하는 피크타이머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업무상 실수를 했을 경우 책임소재다. 금융비정규직 카페에는 피크타이머 활동 시 실수 경험담도 상당수 게재돼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측이 선 조치 한 후 책임자를 추궁한다”라며 “만일 영업점에서 제출한 피크타이머 서류와 실제 인물이 달라도 실제 조작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다른 업종과 달리 금전이 거래되는 특수성에 따라 투명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면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에서 타인 명의의 근무는 근로기준법에도 문제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업무상 실수 때 책임 소재도 논란거리…금감원 "심각한 문제"

금감원은 피크타이머의 타인 명의사용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은행이 그러는지 알려 달라.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겠다”며 “해당 은행 내부 규정에 정해진 원칙이 있을 텐데 그런 식으로 임시직을 운영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사 절차에 대해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 인지 시 해당 은행에게 각 영업점들에 대한 임시직 사용 문제와 관련해 자체 검사를 의뢰한다. 그 후 은행의 조치 등 상세한 처리 사안을 보고받아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 재검사나 별도 지시를 요구할 수 있다”며 “사안이 심각할 경우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려 제재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수년간 민영화를 추진해 온 우리은행으로서는 실적을 호전시키기 위해 저비용 인력인 피크타이머에 대한 문제 되는 사용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 최대주주는 51.04%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반드시 민영화를 완수하겠다고 표명한 상태다. 우리은행 측은 업무집중 기간 동안 대기고객 축소를 위해 피크타이머를 운용하고 있고 인건비 절감 부문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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