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당국이 지난 8일(현지 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8개 대형은행에 전체 자산의 5%에 해당하는 자기 자본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8개 은행들은 최소 680억 달러, 한화 약 70조88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이번 은행자기자본(BIS)비율 상향 조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돈을 못 받는 경우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돈이 자기자본금이다. 과거 미국 은행들은 부실대출이나 파생상품으로 인한 피해가 많아 현재는 관련 규제가 엄격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은 미 금융당국이 만약에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양적완화축소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BIS비율을 높이게 되면 은행 대출이 줄어들어 시중의 돈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돈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총생산(GDP)증가다. GDP가 커진다는 것은 기업들이 활동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해야 공급을느린 경기회복세, 가계부채 때문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속도가 문제다. 지난 달 30일 미국 상무부가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는데 0.1%였다. 시장 기대치였던 1.1%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미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분의 회복 속도도 늦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1.8% 정도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기 회복이 느린 이유는 미 국민들의 소비 증가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2년간 소비 증가율은 2% 정도다. 이는 10년 전의 3%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9%대였던 미국의 실업률이 지금 6.5%정도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의 소비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은 가계 부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13일(현지시각) 뉴욕 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가계부채가 전 분기대비 1290억 달러(1.1%) 증가한 11조 6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그것이 소비 증대로 이어져 한국의 대미 수출이 중가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 금융당국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것은 안전장치를 강화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규제해 기업 신용도를 높이려는 위로부터의 통제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또 양적완화를 지속하며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금리를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과정에서 비정한편 또 다른 증권사는 미국 소비 둔화를 날씨 영향으로 분석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미국 소비가 지난 1분기에 안 좋았던 건 사실이다. 안 좋았던 이유는 한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너무 추워서 쇼핑 등을 거의 안 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금융권은 한파 외에 다른 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한파가 아닌 다른 요인이 원인이라면 소비 감소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 감소가아울러 그는 “현재의 미국 부채 증가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것이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이루어진다. 자본은 순자산 즉 온전한 내 돈을 의미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땐 부채를 줄이고 자기 자본 비율을 높인다. 그러나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공급을 늘리게 돼 있다. 지금의 미국 부채 증가는 투자 증가에 따른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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