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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노사갈등 심화

노조 “미국 본사 용역비 7500억 반출로 수익악화”

2014.05.19(Mon) 07:48:14

   


한극씨티은행의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새 인력 1000여 명을 감축하고, 점포도 88개나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점포 통폐합 대상 56곳의 명단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 32곳을 비롯해 인천 9곳, 경기 8곳 등 수도권에서만 49곳을 철수하거나 통폐합하게 된다. 전남·북과 강원 지역에 있던 단일 점포도 문을 닫는다. 이에 따라 2011년 전국에 222곳이던 씨티은행의 점포가 134개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전체 점포의 40%에 해당하는 88개의 점포를 줄인 것. 특히 전남·북과 강원 지역의 단일 점포를 줄이게 되면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가 경영악화의 원인

씨티은행 측에 따르면 점포와 인력 축소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자기자본 순이익률(ROE)은 지난 2008년 10.46%였다. 국내 평균인 4.91%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엔 은행권 최저 수준인 3.74%로 급락했다. 점포수도 최근 5년 사이 100개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직원도 460여 명이나 감축했다. 씨티은행의 핵심전략이었던 ‘대출모집인’이 금융권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수수료가이 관계자는 “우선 국내 은행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줄었다. 예대마진이 핵심 수입원인 은행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렇다고 수수료를 올려 충당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인터넷·모바일뱅킹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고객들을 만나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외국소매금융 중심 전략도 패착

또 다른 관계자는 “소매금융 중심의 영업전략을 편 것이 패착이 됐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소매금융과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와 금리가 떨어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이 뛰어들긴 힘들다. 왜냐하면 지점과 전담 심사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써서 중간등급 신용자와 대출한도를 초과한 직장인에 대한 대출에 나섰다. 하지만 비용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 직원이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씨티은행은 영업점 직원이, SC은행은 IT용그의 설명에 따르면 소매금융에 주력한 외국계 은행들이 가계부채증가와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여기에 정보 유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으며 수익성이 더 나빠지게 됐다는 것.

세금탈루와 분식회계 의혹 제기

반면 씨티은행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노조측은 수익악화의 근본 이유는 씨티은행이 해외용역비로 본사에 9년간 7541억 원을 반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세금탈루와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본다”면서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통합하고 나서 2005년부터 매년 본사에 경영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용역비를 지급했다. 최근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용역비 지급은 급증했다. 지난해 순익 2191억 원을 내고 해외용역비로 1370억 원을 지급해 과도한 지출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이는 용역비 지출을 가장한 국부 유출 행위와 다름없다. 수익을 비용으로 회계 처리해 탈세를 위한 역분식 혐의가 있다. 당기순익으로 잡아 배당금으로 보내면 법인세와 배당세 37%를 내야 하지만 용역비로 지급하면 부가세 10%만 내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점포 폐쇄 조치로 씨티은행이 시중은행이 아니라 수도권 지방은행이 됐다”며 “사측이 약속을 어기고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점포 폐쇄를 강행했다. 이에 이달부터 보고서 작성, 콘퍼런스 콜(화상회의), 신규상품 판매 등을 거부하는 사보타주를 5~6개월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총 3200명 가운데 91.6%가 파업에 찬성해 단계적인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국내 세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내 금융권도 시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노조갈등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국내은행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영업점 축소가 필요하지만 노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외국계 은행이 먼저 과감한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다른 은행들도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회복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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