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
온게임넷 기준으로 제대로 된 스타크래프트리그가 2001년부터 생겼으니,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리그까지 한 16년째 된 셈이다. 다사다난했던 eSport 세계지만,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바로 ‘대기업의 참전’이다.
▲ 초창기엔 생각도 못한 그림이다. |
스타판 초창기에, 팀은 사실 ‘PC방’ 단위로 이루어졌다. 옛날 옛적 팀인 한빛스타즈, IS, G.O 모두 PC방과 클랜의 인맥 위주로 선수를 구했다. 신림동 PC방에서 시작한 팀이 한빛스타즈였다. 실제로 초창기 게임팀 감독들 이력을 보면 PC방, 노래방 사장 등이 다수였다.
이 판에 SKT, KT, CJ,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참전하며 판이 바뀌었다. KT 게임단은 1999년부터 있었고, SKT는 2004년에 창설됐다. 대기업 팀을 위한 게임판이 꾸려진 건 2003년 초대 온게임넷 프로리그다.
이전까지 스타크래프트리그는 1 대 1 개인전 위주로만 이루어졌다. 비록 선수들이 팀 소속이긴 했으나, 팀 대 팀의 리그는 없었다. 심지어 개인리그도 1주일에 한 번, 양 방송사 체제니까 끽해야 1주일에 두 번 노출 되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최근 스2리그와 달리, 맵에 스폰서를 박지도 않아 홍보효과도 미미했다. 최정상급 게이머 몇 명을 제외하면 선수를 통한 구단 홍보효과를 이용할 수 없었다.
▲ 임요환을 제외한 타 선수를 통한 홍보효과는 미미했다. |
파이를 키우기 위한 조치로, 기업들이 홍보효과를 노리고 들어오게끔 물꼬를 열어준 리그가 바로 ‘프로리그’다. 팀 단위로 경기를 매주 펼쳐, 경기 수도 늘고 홍보도 되게끔 만든 리그. IS, KTF 등 팀 단위 팬들이 본격적으로 생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첫 스폰서는 핸드폰 제조사인 KTF EVER였다. 참가팀은 한빛, 오리온, KTF, KOR, 삼성전자 칸, 플러스, AMD, GO였다. 저 중 제대로 된 프로팀은 한빛과 KTF뿐이었다. 오리온은 당시 임요환 개인 스폰서였는데, 임요환이 연봉을 팀 운영비로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름만 삼성전자였지 삼성스포츠단이 아닌 타 부서 소속이었다.
임요환의 오리온이 초대 프로리그에서 기적적으로 우승했다. 리그 하위권이던 오리온이 기적의 연승으로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은 장마로 인해 1주일 미루어졌지만 결승전 매치업이 임요환의 오리온과 전통의 명가 한빛 스타즈라 흥행했다.
이후 오리온은 임요환 개인 스폰서를 넘어선 팀 창단을 거부했다. 임요환은 팀 스폰서가 아닌 개인 스폰서면 의미가 없다며 후원을 거절했다. 임요환은 무스폰이던 4U 시절을 거쳐서 SKT T1을 창단하게 된다. 이때 최초로 프로게이머 1억 연봉 시대가 열렸으며, 동시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판에 참여하게 된다. 신한은행, SKY, DAUM, STX, 팬택 등 괜찮은 기업들이 팀 창단 혹은 대회 후원 등으로 참여했다.
▲ 억대연봉은 대기업팀이 생기면서 가능했다. |
대기업팀이 창단되며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연습체계였다. 프로리그가 생기고, 팀들이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동시에 성적을 거두기 위해 연습을 좀 더 체계적으로 돌렸다. 종족별 코치를 두고, 연습생을 받았다. 연습실에서 죽어라 연습을 시키는 소위 ‘닭장’ 연습문화도 생겼다. 프로와 비프로의 차이가 이때 결정적으로 벌어졌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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