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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파가 아냐…고물가·고금리로 파산 신청 법인 급증세

4년간 931~1069개 유지하다 지난해 1657개로 급증…중소기업·자영업 타격 커

2024.03.29(Fri) 13:46:15

[비즈한국]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때 아닌 대파 가격 논쟁이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을 당시 대파 한 단(1㎏)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자 야권에서는 정상가(3000~4000원)와 차이가 큰 ‘보여주기식 가격’이라고 비판하면서 공방이 거칠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여야 간 논쟁의 근원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경제 전반에 앉아 있는 불황의 그림자다. 끊이지 않은 고금리 파도에 코로나19도 이겨냈던 중소기업들 중에 문을 닫는 곳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빚 갚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증가 추세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고금리 상황은 수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경제 상황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26일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에 “하나로마트(양재점)가 대파를 875원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반영됐고,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유튜브에서 “국민들은 물가가 비싸서 죽겠는데 대통령은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하고, 이수정 후보는 한 뿌리라고 국민들을 약 올리고 있다”며 “대파전쟁 시즌2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공세를 계속했다.

 

정치권에서 고물가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고물가와 고금리를 이겨내지 못한 업체들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1~2월)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수는 288개 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5개에 비해 40.5% 급증했다. 파산 신청 법인 수는 2019년 931개였으나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1069개로 늘었다. 이후 코로나19가 가라앉기 시작한 2021년 955개로 줄었으나 고물가로 인해 고금리 상황이 시작된 2022년에 다시 1004개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1657개까지 늘었다. 올해는 이러한 파산 신청 법인 수가 더 증가한 것이어서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00개를 넘어설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파산신청을 하는 법인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경기 악화에 원리금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개인들도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다. 2019년 4만 5642명이었던 개인 파산 신청자 수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5만 379명을 기록하며 5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하락세를 타 2021년에 4만 9063명, 2022년에 4만 1463명, 2023년 4만 1239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1~2월) 개인 파산 신청자 수는 641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45명)과 비교해 2.7% 늘어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난해 말 감소세를 보였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대출이 올해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연간 44조 9000억 원이었던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2020년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2021년에 89조 2000억 원, 2022년 104조 8000억 원을 기록한 뒤 2023년에는 77조 4000억 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은행의 기업대출이 5조 90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은행의 기업 대출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1월에 6조7000억 원 증가한 데 이어 2월에는 8조 원이 늘어났다.

 

이처럼 늘어난 은행의 기업대출 대부분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지고 있다. 올해 2월 말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262조 4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869조 원보다 393조 4000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경우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52조 3000억 원에서 256조 2000억 원으로 103조 9000억 원 증가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대출 잔액이 716조 7000억 원에서 1006조 2000억 원으로 289조 5000억 원 늘었다.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가 대기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38조 5000억 원에서 450조 7000억 원으로 112조 2000억 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들이 대기업보다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빌린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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