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계좌 없애면 커피쿠폰 드려요" 소매금융 폐지 안간힘, 씨티은행 앞날은?

업무는 유지되는 동안 현장 인력난 가중…글로벌 구조조정 여파 피할지 주목

2024.03.15(Fri) 16:10:45

[비즈한국]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를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개인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쥐어주며 ‘내보내기’에 힘쓰고 있다. 2022년 신규 가입은 중단했지만 이용자 보호 계획에 따라 소비자금융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한 현장의 인력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씨티그룹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한국씨티은행이 점포를 줄이고 제휴 은행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은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국씨티은행·KB국민은행 공동 점포.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한국씨티은행의 풍성한 개인 고객 ‘해지’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계좌·카드를 해지하거나 타 은행으로 이동하는 개인 고객에게 상품을 주고, 신용대출을 갈아타면 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해 말에는 제휴 은행인 KB국민은행으로 대환하는 고객에게 첫 달 이자를 최대 50만 원까지 돌려주고, 스타벅스 커피 20잔도 지급했다. 상품 해지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폰이나 LG전자 스탠바이미 등 고가의 전자 제품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씨티은행 계좌를 보유한 소비자 사이에선 “계좌를 없애면 스마트폰을 준다니 신기하다” “더 큰 혜택을 줄 것 같아 버텨보겠다”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다만 올해 3월 대환 이벤트에선 이자 지원이 1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은 2021년 10월 25일 소비자금융(소매금융) 사업부문 폐지를 발표했다. 여·수신,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의 신규 영업은 2022년 2월 15일부터 중단했다. 이는 미국의 씨티그룹이 2021년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국씨티은행은 2022년 1월 금융당국의 검토 하에 이용자 보호 계획을 마련했다. 대출 상품은 2026년까지 만기가 연장되며, 2027년부터는 분할상황으로 전환한다.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은 2027년 9월까지다. 영업점은 2025년 이후에도 수도권 2개·지역 7개 이상 유지하며, ATM은 최소 2025년 말까지 운영한다. 영업점 수는 2020년 출장소 포함 43개에서 2021년 39개, 2022년 33개, 2023년 3분기 기준 26개로 줄었다.

 

신규 영업을 중단한 지 2년이 지나자 예금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예·적금을 나타내는 예수부채는 2021년 28조 786억 원에서 2022년 25조 1241억 원으로 줄었다. 2023년 3분기에는 20조 7483억 원까지 감소해, 올해는 20조 원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개인 가맹자 수는 2021년 97만 명에서 2023년 3분기 73만 명으로 감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개인 고객의 계좌, 상품 해지 등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정리 속도가 더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은행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라며 “몸이 불편하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등 물리적으로 어려운 고객이 있다. 장기간 주거래 은행으로 써왔거나, 타행으로 이관이 안 되는 상품에 가입한 경우, 대환 시 대출 조건이 불리한 경우에도 옮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을 중단한 이후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당시 직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약 2100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신규 고객을 받지 않을 뿐 소매금융 서비스 자체는 유지하는 터라 현장에선 인력난을 겪고 있다. 퇴사자 일부를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빈 자리를 채웠지만 역부족이다. 2년 단위로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다보니 고용 불안정성으로 드나듦이 잦다는 것도 문제다.

 

계약직 근로자의 비중은 커졌지만 전체 인원은 매년 줄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계약직(기간제) 근로자는 908명으로, 소매금융 출구전략 시행 전인 2021년 6월(181명) 대비 402%나 증가했다. 그마저 2023년 6월에는 727명으로 줄었다.

 

정규직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2021년 6월 3287명에서 2022년 6월 1147명으로 줄었다. 이듬해 6월에는 1113명으로 2년 사이 66% 감소했다. 정규직·계약직을 합친 전체 인원으로 보면 3468명(2021년 기준)에서 184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의 씨티그룹이 연초 “올해를 기점으로 2년간 2만 명을 감원하겠다”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외신에 따르면 이미 2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직원 286명의 해고에 들어갔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이미 절반이 넘는 감축이 이뤄진 만큼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씨티은행의 구조조정 여부는 관련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단체협약(임단협)도 끝나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폐지로 인한 타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2023년 3분기 총수익은 2775억 원으로 전년 동기(2393억 원) 대비 16%, 당기순이익은 743억 원으로 전년 동기(612억 원) 대비 21% 증가했다. 개인 대출자산은 줄었지만, 순이자마진을 개선하고 외한·파생상품·유가증권 등 비이자수익을 늘린 덕이다.

 

2020년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매출(순영업손익)은 7888억 원으로, 전체(1조 2201억 원)의 64.7%를 차지했다. 2021년 희망퇴직과 사업폐지로 인해 79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이듬해 146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2023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52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핫클릭]

· 확률공개제 시행 초읽기, 불공정 아이템 정말 사라질까
· [단독] GS건설 보증 선 부동산개발업체 파산, 472억 원 날릴 판
· 애플페이 도입 1년, 현대카드가 얻은 것과 잃은 것
· '여풍'은 옛말…시중은행 여성 행장 '전무', 임원도 드물어
·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 결정 앞과 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