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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은 옛말…시중은행 여성 행장 '전무', 임원도 드물어

유명순 씨티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장, 이은미 신임 토스뱅크 대표 등 셋뿐… 5대 시중은행 여성 임원 10% 이상은 한 곳

2024.02.28(Wed) 10:21:29

[비즈한국] 금융계에서 ‘​여풍’​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2013년 취임한 이후 10년 동안 나온 여성 은행장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2020년 취임, 2023년 연임)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2022년 취임)에 그친다. 오는 3월 토스뱅크에서 역대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을 배출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금융계 ‘유리천장’은 단단하기만 하다.

 

국내 은행권 사상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이 나올 전망이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여성 임원 비율은 낮다. 사진=연합뉴스


토스뱅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21일 차기 대표 후보로 이은미 DGB대구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단수 추천했다. 토스뱅크 임추위는 “이은미 후보가 국내외를 아우르는 폭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 및 조직관리 역량, 통찰력 등이 토스뱅크를 이끌어갈 최적의 리더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대표에 오르며 임기는 2년이다.

 

국내외 은행을 두루 거친 이 후보는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사로 꼽힌다. 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전략부서 이사 대우,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 HSBC 서울지점 CFO, HSBC 홍콩 아태지역총괄(16개국) 상업은행 CFO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엔 DGB대구은행에서 경영기획본부장(상무)과 CFO를 맡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했다.

 

이은미 토스뱅크 차기 대표 후보. 사진=토스뱅크

 

이 후보가 토스뱅크 대표에 취임하면 국내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이 된다. 금융권에서 여성 은행장이 등장한 건 2013년 12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다. 최초의 여성 은행장인 권 전 행장은 IBK기업은행 창립 이래 첫 여성 부행장을 거쳐 은행장까지 올랐다. 권 전 행장이 취임한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으로, 금융권을 포함한 주요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나오는 등 ‘여풍’ 트렌드가 일었다. 

 

그러나 금융계 여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권 전 행장 이후 두 번째 여성 은행장이 나오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2020년 10월 취임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민간 은행에서 처음 나온 여성 은행장이다. 유 행장은 임기를 마치고 2023년 10월 연임에 성공해 2026년 10월까지 한국씨티은행을 이끌게 됐다.

 

유 행장 취임 2년 후인 2022년 11월,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세 번째 타이틀을 가져갔다. 강 은행장은 2013년 수협 최초의 여성 비등기 임원으로 선임돼 3년 만에 첫 여성 등기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후보까지 포함하면 여성 은행장의 탄생 간격이 짧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단단하다.

 

이 후보를 포함해 여성 은행장이 나온 곳은 5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이 아닌 특수은행(기업·수협은행)이나 인터넷 은행, 외국계 은행이다. 시장을 이끄는 메이저 은행에서는 여성 대표를 배출한 일이 없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은미 후보는 DGB대구은행 출신이지만 외부에서 수장을 맡게 됐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 △6개 지방은행(대구·경남·부산·전북·광주·제주) △3개 인터넷 은행(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최근 정기보고서에 명시된 임원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조차 4명을 넘지 못했다(2023년 3분기 기준, 제주은행은 2023년 상반기 기준, NH농협은행·토스뱅크는 2023년 3월 31일 기준). 여성 임원 4명을 기록한 곳은 국민은행으로, 전체 임원 수도 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곳도 3곳(광주·부산은행, 케이뱅크)에 달했다.

 

14개 은행 중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여성 사외이사가는 ​그나마 ​제주은행이 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하나·신한·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1명이었다. 나머지 은행의 여성 임원은 미등기였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은행(15.4%)으로, 13명 중 2명이 여성이었다. 그 뒤를 토스뱅크(14.3%, 14명 중 2명), 카카오뱅크(13.6%, 22명 중 3명)가 이었다.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곳을 제외하고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4.2%(24명 중 1명)인 전북은행이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12.5%, 24명 중 3명)만이 10%를 넘겼고, 우리은행이 4.3%(23명 중 1명)로 가장 낮았다.

 

여성 임원 비중은 10%를 넘기 어렵지만 역설적으로 대다수 은행에선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50%를 넘는다. 2023년 상반기 기준(농협은행, 토스뱅크 2022년 기준) 직원 현황을 보면, 14개 은행 중 여성 임원이 없는 광주은행은 여직원 비율이 54.9%, 부산은행은 52.9%에 달했다. 케이뱅크는 40.2%를 기록해 50%조차 넘지 못했다.

 

차이가 나는 원인으론 여성을 주요 업무에서 제외하는 ‘유리벽’ 현상이 꼽힌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여금넷)는 “금융권에서 여성의 고용 수준은 50%대를 유지하지만 (연령대가) 40대로 가면 현격히 비율이 떨어진다”며 “금융권의 핵심 업무가 여전히 남성 영역에 머물러 여성 임원 배출이 힘든 구조다. 유리천장(조직 내 승진 배제)뿐만 아니라 유리벽까지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3년 여성 간부 30여 명이 모여 출범한 여금넷은 ‘여성 임원 30% 만들기’를 목표로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사는 ESG 경영의 하나로 여성 임원을 늘리겠다고 말한다. ‘최초’를 내세우며 자찬하기도 한다. 권선주 전 행장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KB금융그룹은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2020년 금융사 중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인을 선임했고, 2023년 3월부터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3인의 여성 사외이사가 재임 중”이라고 명시했다. 2027년까지 여성 부점장 및 경영진 비율을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나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 30% 달성을 내걸었고, DGB금융그룹은 ‘여성 인재 육성 목표’를 세워 2025년까지 계열사별·직급별 여성 비율을 정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변화보다 안정이 중요한 금융업계 특성이 유리벽 현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성별에 따라 역할을 두는 간접 차별뿐만 아니라 성차별 채용처럼 직접 차별이 일어나지 않나”라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여성을 고용하도록 독려하는 지금의 고용개선조치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다. 강제성을 높이는 등 제도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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