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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100억 예산 들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애물단지'로 전락

인근 상인들 "누수, 대기오염, 채광 등 문제" 통행량도 애초 계산보다 적어

2024.02.06(Tue) 10:27:01

[비즈한국] “천장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H 미디어 사장).”

 

서울시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에 있는 공중보행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약 1100억 원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 당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인근 업체들도 ​공중보행로에 불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콘크리트 구조물 누수 문제로 상인들의 불편이 더욱 커져 철거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 누수로 인해 바닥 여러 곳에 물이 고여 있다. 사진=양휴창 기자

 

#공중에서 뚝뚝, 곳곳에 물방울

 

을지로 3가역과 4가역 사이에 있는 공중보행로는 종묘 앞 세운상가에서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약1km 길이로 이어져 있다. 세운 상가부터 시작해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호텔PJ, 신성상가아파트, 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연결한다. 1960년대 건설된 이 상가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낙후도가 심해지고 상권 활성화가 떨어지면서 철거 계획이나 녹지축을 만들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동안 방치됐지만 2014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공중보행로를 복원·재개발했다. 2022년 완공돼 지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중보행로 밑 1층에서 실제로 누수가 생기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보행로 인근 상가를 찾았다. 먼저 청계상가 1층을 방문했다. 청계천 앞쪽에 위치한 상가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누수가 심각했다. 바닥에는 물방울이 떨어져 만든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다음으로 대림상가 2층에 있는 보행 데크로 갔다. 상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중에 머리에 물방울을 맞았다. 3층 콘크리트 구조로 된 보와 슬래브 사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1층에 내려가 다시 확인해보니 떨어진 물방울들이 바닥에 고여 있었다.

 

누수 문제가 있어 보이는 3층 보와 슬래브. 사진=양휴창 기자

 

청계·대림상가 기준으로 양옆에 위치한 보행로 길바닥에 누수 자국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이 구간은 네 개 상가 건물(세운, 청계·대림, 삼풍·PJ 호텔, 인현·진양) 중 상권이 그나마 가장 발달한 곳이다. 청계상가에서 대림상가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좌측 길에는 9개, 우측 길에는 7개의 크고 작은 물자국을 발견했다.

 

인근 전자제품 판매 업체 사장 A 씨는 “짐을 옮기거나 이 앞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씩 물이 떨어져 머리에 맞아 불쾌하다. 날이 따뜻하면 물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를 찾은 지난 2일 오후 2시 기온은 섭씨 6도였다.

 

청계상가 1층 방송영상 음향기기 전문 업체의 B​ 씨는 “2층 보행 시설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왔다 갔다 할 때 불편하다”고 전했다.

 

#오가는 사람 없어 썰렁한 공중보행로

 

보행로 누수로 인한 불편함과 피해로 인해 인근 상인들은 차라리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점은 누수만 있는 게 아니다. 보행로 밑 편의점에서 일하는 C 씨는 대기오염도 지적했다. 오토바이나 트럭이 지나다니면서 나오는 매연이 상가 위에 있는 공중보행로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해 공기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C 씨는 “매장 안에서 일할 때는 괜찮지만 밖에 나가면 공기가 나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공중보행로 주변 공기질은 어떨까. 중구청에 문의한 결과, 보행로 인근 상가의 대기오염 지수는 서울시 다른 지역보다 좋지 않았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2018년 8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양상가 서측 중간 지점의 대기오염 수치가 서울시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했다고 한다.

 

공중보행로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텅 비었다. 점심시간(왼쪽)과 퇴근시간(오른쪽) 모습이다. 사진=양휴창 기자

 

1층 상가에서는 대기오염과 더불어 다른 불편함도 호소한다. 1층 상가는 3층 공중보행로와 2층의 보행 데크 아래에 있다. 거대한 구조물 때문에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상인들은 낮에도 밝은 LED 조명을 켜놓고 있다. 또 3층에 있는 보행로로 유동인구가 많이 빠지는 탓에 가게 매출에 손해를 입는다는 상인들도 있다.

 

공중보행로의 적은 통행량도 문제로 꼽힌다. 점심시간에 찾아가본 공중보행로는 오가는 사람이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퇴근 시간에 다시 찾아가봤지만 보행로는 여전히 썰렁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공중보행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2017년 계획 당시 예측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일부에선 “철거” 목소리…서울시 “아직 초기 단계”

 

공중보행로​를 둘러싸고 다양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철거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시재창조과 관계자는 “공중보행로 철거 계획이나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계획은 초기 단계다. 다양한 분야와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기도 하고 초기 단계인 터라 자세한 사항은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철거 시 상인들 보상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공공에 관련된 부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는 계획하는 것은 없다. 신중하고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누수 문제라도 먼저 해결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정비과에서는 “노후한 건축물이다 보니 복합적인 원인으로 문제가 나타난다. 사안을 인식하고 전문가 회의나 보강공사도 이미 진행했다.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추후에 외부 전문가 검토 방안도 생각해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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