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이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 10건 중 1건이 임대인의 사기 의도가 확인되지 않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입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까다롭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18일 국토교통부는 전날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 위원회 제11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신청 792건을 심의해 564건을 가결, 107건을 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임차보증금 반환보증 또는 보험에 가입했거나, 보증금 전액을 최우선변제금이나 우선변제권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적용 예외 사례(37건)와 이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기각 사례(84건)를 제외한 숫자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이 부결된 이유는 대부분 사기의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위원회가 이번 제11회 전체회의에서 내린 부결 결정 사유 95%(타 요건 미충족과 중복 45%)가량은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확인되지 않아서였다. 지금까지 부결 처리된 신청 총 659건(가결 6627건) 대부분도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의도’가 확인되지 않아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국회는 경매나 공매 등으로 위기에 처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불안을 해소하고자 올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했다. 법에 따라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지원 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경·공매 절차에 대한 유예 및 정지 신청, 우선매수권 행사, 공공임대주택 매입 요청, 국세 및 지방세 우선 징수 면제, 주거안정에 필요한 금융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위원회는 피해자 결정 신청을 심의해 피해자를 결정한다.
문제는 전세사기피해자법이 규정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주택 보증금이 3억 원(지역별 최대 5억 원) 미만이고 △세입자가 우선변제권을 확보해야 하며 △다수 임차인에게 보증금 미반환 피해 발생(또는 예상)되고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불이행 의도가 확인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전세사기피해자’로 지정되고, 보증금 요건이나 다수 피해자 발생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 규모가 일정 수준 축소되는 ‘전세사기피해자등’으로 지정된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피해자 결정 요건이 추상적인 데다 입증하기도 어렵다며 불만을 하소연한다. 특히 임대인 채무불이행 의도는 수사 개시, 임대인 등의 기망, 보증금 반환 능력 없이 다수 주택을 취득·임대하는 행위 등이 확인돼야 하는데 수사 개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입자가 이 요건을 확인하거나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예상)했는지를 증명하려면 임대인 파산·회생절차 개시, 임차주택 경·공매 개시, 임차인 집행권원 확보 등이 확인돼야 하지만 임대인의 다른 주택 임대차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다수’ 임차인이란 개념도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철빈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다수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피해나 임대인 채무불이행 의도를 피해자 개인이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수 임차인에서 다수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채무불이행 의도를 가늠하는 수사 개시는 피해자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쉽게 이뤄지지 못한다”며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왕 사기를 당하려면 거물에게 사기를 당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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