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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하러 갔다가 바가지 썼네" 일부 미용실 '양심불량'에 '가격 사전고지제' 무색

서비스 다 받고 났더니 예상보다 비용 훌쩍…외부에 가격 게시하게 했지만 위반 시 제재 쉽지 않아

2023.08.28(Mon) 10:58:39

[비즈한국] 미용실에서 서비스를 받은 후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 당황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개별 미용 서비스의 최종 지급 가격과 전체 미용 서비스의 총액 내역서를 이용자에게 미리 제공하도록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서비스를 3개 이상 받는 경우에 한정되는 데다 손님이 신고하지 않는 한 고지를 안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받기 쉽지 않아 개정안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용 서비스의 가격을 이용자에게 미리 고지하도록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리닉 하겠다고 한 적 없는데…”

 

직장인 김 아무개 씨(38)는 최근 미용실에서 커트와 염색을 하고 계산대 앞에 섰다가 멈칫했다. 김 씨가 예상한 금액보다 15만 원 정도가 더 나왔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묻자 “기장 추가 5만 원과 클리닉 10만 원이 포함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가 “클리닉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머릿결이 너무 상해 클리닉을 하지 않으면 염색하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김 씨는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인 27만 원(커트 5만+염색 7만+기장 추가 5만+클리닉 10만)을 내고서야 미용실을 나설 수 있었다.

 

2017년 충북 충주의 한 미용실 원장이 뇌병변을 앓는 장애인에게 염색비로 52만 원을 청구해 국민적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원장은 피해자들이 요금을 물어보면 “얼마 비싸지 않다”고 답한 후 20만~50만 원까지 요구하는 등 시중가보다 비싼 부당 요금을 받았으며, 일부에는 “20년 동안 연구해서 만든 머리가 빠지지 않는 약으로 특별히 시술을 해주겠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서울 서초구의 미용실 앞에 부착된 가격표. 사진=김초영 기자

 

개정안에는 이·미용업자가 3가지 이상의 이·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개별 서비스의 최종 지불 가격과 전체 서비스의 총액 내역서를 기재해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차 위반 시 경고,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10일, 4차 이상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했다. 서비스 항목이 2가지 이하인 경우는 의무 고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우려가 나오자 당시 보건복지부는 “옥외 가격 표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어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시한 규칙”이라며 수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서비스 3개 이상 받는 경우 드물어”

 

개정안은 가격 고지를 ‘서비스를 3개 이상 받는 경우’로 한정해 도입 초기부터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한 번에 세 가지 이상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드문 데다, 미용실에서도 머릿결 손상 등을 이유로 한 번에 많은 서비스를 권하지는 않아 법안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가격표에 나와 있는 커트·파마 등 주요 서비스의 가격보다는 상대적으로 알기 어렵고 매장마다 가격 차도 큰 기장 추가·사용 약품·디자이너 직급 등에 따른 부가적인 비용 부담이 큰데, 서비스가 3개 이상이 되지 않아 가격을 알 수 없다고 토로한다.

 

가격 고지를 아예 안 하는 미용실도 많다. 포털 등에서 가격 확인 후 방문해도 실제로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소비자가 해당 업소를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옥외가격표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한다고 설명하지만, 이용업과 미용업은 가격표에 각각 3개와 5개 이상의 항목만 게시하면 되는 데다, 개인별로 비용이 추가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알리는 것 또한 의무가 아니어서 매장마다 매장 입구 쪽에 둔 가격표 내용을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가격표에 기장·직급별 가격 차등 등을 알리지 않는 곳도 있다. 또 옥외가격표시제는 66㎡ 이상인 곳에만 적용돼 규모가 작은 매장은 포털 등에 올라오지 않은 경우 사전에 가격을 알기 쉽지 않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2019~2021년)간 접수된 모발·네일 미용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총 769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사전에 서비스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개개인의 모발 상태 등에 따라 모발이 손상되거나 서비스 결과가 사전 안내와 다를 수 있어 미용사가 소비자에게 이를 충실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모발 미용서비스의 ‘서비스 불만족’ 피해(433건) 중 동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비율은 1.2%(5건)에 불과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대략적인 금액 안내 취지…제도 잘 지켜지게 할 것”

 

반면 미용업계에서는 서비스를 3개 이상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항변한다. 기장 추가 등도 서비스에 포함되는 데다, 서비스를 이것저것 더하다 보면 3개는 금방 넘긴다는 것이다. 미용실 원장 A 씨는 “직장인 손님들은 평소 미용실을 자주 오기 어려워 커트, 클리닉, 염색을 한 번에 하는 분들이 많다. 여기에 기장 추가나 샴푸까지 더해지면 서비스 4, 5개는 훌쩍 넘긴다. 모든 손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3개가 터무니 없는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미용실이 사전 고지를 잘 안 한다는 비판을 두고는 “손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가격을 확인 후 방문하며, 요금을 미리 결제하고 오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미용실 직원 B 씨는 “가격 사전고지제 시행 전부터 이미 온라인으로 가격을 확인하거나 예약하는 손님이 많았다. 오기 전에 가격을 인지하고 오니 손님과 가격을 두고 갈등이 많지 않다. 추가로 발생하는 금액만 잘 설명하면 별 문제가 없다”며 “클리닉 등을 중간에 말없이 추가하는 문제는 디자이너 개인의 양심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격 사전고지제가 시행되면서 고객과의 갈등도 줄었다고 말했다. 사전에 고지를 했음에도 손님이 발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사전고지제 시행으로 고객과의 마찰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미용실 직원 C 씨는 “가격 사전고지제에 미용실도 만족한다. 서비스 한 개를 진행하더라도 고객 서명을 받고 있다. 고객들도 머리를 하면서 가격이 더 나올까 불안해하지 않아 부담이 적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요금표 취지는 대략적인 금액을 안내해 소비자가 전체 금액을 가늠하게 하는 데 있다”며 “모든 항목을 무한정 표시할 수는 없다. 음식점이 모든 메뉴의 가격을 가게 밖에 적어 놓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건물 미관을 해치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제도로도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위한 정보 제공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가 잘 지켜지는 게 제도를 강화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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