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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누칼협' 아니어도 인정받는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성

개념으론 부당성 판별 어려워 심결례·판례 살펴야…자유로운 의사결정 방해만 해도 인정

2023.07.31(Mon) 11:07:28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부당성의 개념만으로는 부당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전후 사정과 다양한 판례를 참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불공정거래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행위가 부당해야 한다. 여기서 ‘부당성’이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 지침에서 규정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과 질 이외에, 바람직하지 않은 수단으로 정당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음을 의미하는 ‘경쟁 수단의 불공정성’이 해당한다. 또한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해, 공정거래의 기반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내용의 불공정성’도 부당성에 포함된다.

 

이 개념만 가지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의 부당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판별할 수 없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당성 개념은 추상적이어서 직관적인 해석이 어렵고, 애당초 부당성은 연역적으로 추출하기보다 여러 사례에서 공통적인 원리를 추출하는 귀납적인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당성 개념만 가지고 행위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판단에 자의를 개입하거나 과소 집행·과대 집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공정위의 심결례, 법원의 판례 등 유사한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법률 검토에서 관련 사례의 분석은 원래 중요하지만 공정위의 재량에 따라 집행하는 공정거래법의 영역에서는 사례 분석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함으로써 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본래 사인 간의 거래는 자율적인 영역이고, 여기에 국가의 행정권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민법의 기본 원리가 된다. 개인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 책임하에 행위를 하고, 타인의 행위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문제는 사적 거래가 거래상 지위나 협상력이 대등한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 사례가 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본사와 대리점,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점주),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등은 협상력이 같지 않다. 오히려 한쪽이 거래 계속 여부나 거래 조건 등으로 상대방의 생사여탈을 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사적 자치의 원칙을 들먹이며 부담과 책임을 감수하라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한 결과를 낳는다. 또한 법령에 의한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거래내용이 불공정한 경우 불공정거래행위의 요건인 부당성이 충족돼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때 거래내용의 불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했는지 여부다. 과거부터 상대방의 형식적인 동의, 승낙을 이유로 불공정성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장기간 거래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와의 거래에서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대금을 감액하면서 “수급사업자가 대금 감액 약정서에 날인했으니 정당하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누군가는 수급사업자가 감액 약정서에 날인한 이상 약정서의 내용은 다툴 여지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거래상 지위에 차이가 있고,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종료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수급사업자가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도 약정서에 날인했다면 그 약정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거나 원사업자에게 감액한 부분을 배상할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춰 보면, 같은 법 제11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 하도급대금의 감액 약정이 민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위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 위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수급사업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이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하도급법 영역에선 전후 사정에 따라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감액 약정을 부정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하도급법 제9조 ‘검사의 기준·방법 및 시기’에서 ‘수급사업자가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한 시기’와 ‘원사업자가 대금 감액을 요구한 시기’는 자발적 동의를 판단할 때 참작 요소가 된다. 원사업자가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0일이 훨씬 지나 갑자기 하자를 주장하면서 대금을 감액한다면 이는 부당 감액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누군가 칼 들고 협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고약하게 표현한 말이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민법상 취소사유가 된다. 하지만 재판에서 강박에 의한 취소를 주장하기 위해선 누칼협 같은 상황에 대해 입증해야 해, 실제 강박에 의한 취소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함으로써 인정되는 부당성의 범위는 누칼협보다 훨씬 넓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 판매 목표 강제)를 요구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절차적으로 위반되는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거래상대방에게 경제적으로 불이익한 것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대가 등이 전혀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누칼협이 사회 구성원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원인을 모조리 개인에게 돌리는 부적절한 유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에서 부당성이 인정되는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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