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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의 화석' 구상성단의 탄생 비밀을 엿보다

제임스 웹으로 초기 은하 GN-z11 관측해 구상성단 빚어지는 현장 포착

2023.06.19(Mon) 15:47:06

[비즈한국] 우리 은하 헤일로에는 180개가 넘는 구상성단이 떠돌고 있다. 구상성단은 수백 광년 범위 안에 수백만 개가 넘는 별들이 둥글게 바글바글 모인 거대 별 주먹밥이다. 얼핏 구상성단은 은하가 만들어진 다음 그 속에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구상성단 속 별들의 나이가 은하 전체 나이보다 더 많다. 즉 은하가 만들어진 다음에 그 안에서 구상성단이 반죽된 것이 아니라, 은하가 있기 한참 전부터 구상성단이 있었고 이들이 모여 은하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구상성단을 초기 우주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우주의 화석(Cosmic Fossil)’이라고 부른다. 

 

결국 은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려면 구상성단의 탄생 비밀부터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구상성단의 기원은 아직도 정확히 설명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빅뱅 직후 구상성단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현장을 관측했다. 새롭게 밝혀진 구상성단의 탄생의 비밀은 정말 뜻밖이다. 

 

먼 우주에서 발견된 구상성단 탄생과 관련한 작은 실마리를 소개한다.

 

한데 모여 있는 별 무리, 구상성단의 별들은 대부분 한꺼번에 탄생한 동갑내기 별들이다. 따라서 구상성단의 별들은 대부분 나이가 비슷하다. 당연히 별들의 화학 조성도 큰 차이 없이 비슷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분명 동일한 거대 가스 구름이 반죽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별들일 텐데 별마다 탄소, 질소, 산소 등 화학 성분의 함량이 다양하다. 천문학에서는 이 미스터리를 구상성단의 ‘함량 이상(Abundance Anomaly)’이라고 부른다. 

 

이 미스터리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곳이 있다. 아주 거대한 구상성단 오메가 센타우리다. 오메가 센타우리는 다른 성단에 비해 크기가 유독 더 거대해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이 성단 속에서 화학 조성이 뚜렷하게 다른 여러 세대의 별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이 단순히 모든 별이 한꺼번에 반죽된 평범한 성단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시기에 태어난 별들이 한데 모인 하나의 작은 은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조금 더 큰 왜소은하로 존재했지만 우리 은하에 잡아먹히면서 외곽이 벗겨졌고, 왜소은하의 밀도 높은 핵만 살아남아 구상성단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우리 은하 곁을 맴돌고 있는 크고 작은 두 개의 마젤란은하도 실은 원래 더 거대한 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오래전 우리 은하의 중력에 붙잡혀 계속 주변을 맴돌면서 으스러졌고, 그 뒤로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처럼 많은 별 무리 조각을 흘렸다. 이들 중 일부가 오늘날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도는 구상성단으로 관측된다.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게 보이는 구상성단 오메가 센타우리. 사진=ESO


앞의 시나리오는 이런 다양한 구상성단의 기원을 꽤 잘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구상성단이 마젤란은하, 궁수자리 왜소은하 등 우리 은하 주변의 많은 왜소은하들의 궤도를 따라 분포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오히려 반대 방향의 가설을 제안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더 거대했던 왜소은하가 깨지면서 남은 파편이 구상성단이 된 게 아니라, 산개성단처럼 더 작은 성단에서 출발해 점차 별들이 더 태어나고 모이면서 구상성단으로 성장했다는 가설이다. 

 

약 1만 2000광년 거리에 있는 가장 무거운 산개성단 웨스터룬드 1(Westerlund 1)은 산개성단에서 구상성단으로 성장하는 중간 단계로 의심되는 가장 유력한 곳 중 하나다. 불과 천만 년 밖에 안 된 아주 어린 성단이지만 10만 개가 넘는 별들이 나이 많은 구상성단처럼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 모여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성단만 연구해 구상성단의 기원을 파악하는 건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태어난 지 오래된 성단들뿐이기 때문이다. 수십억 년 전 구상성단이 탄생하던 순간을 직접 보려면 수십억 광년 이상 먼 우주를 봐야 한다. 하지만 구상성단은 은하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은 천체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망원경으론 멀리 있는 성단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보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이제 제임스 웹이 해내고 있다. 

 

앞서 허블이 발견한 가장 먼 은하 중 하나인 GN-z11 은하. 사진=NASA, ESA, P. Oesch(Yale University), G. Brammer(STScI), P. van Dokkum(Yale University), and G. Illingworth(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최근 제임스 웹은 먼 우주의 초기 은하 GN-z11을 관측했다. 이곳은 제임스 웹이 올라가기 전까지, 앞서 허블로 관측한 가장 먼 은하라는 기록을 갖고 있던 곳이다. 허블은 이 은하의 적색편이가 약 11, 즉 빅뱅 이후 4억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존재한 초기 은하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제임스 웹의 더 정밀한 관측을 통해 정확한 적색편이가 약 10.6으로 보정되었다. 이는 이 은하가 빅뱅 이후 5억 년 정도 지난 시점에 존재한 은하란 뜻이다. (물론 여전히 먼 과거의 초기 은하다.) 

 

제임스 웹은 이 은하 속 빛의 스펙트럼도 세밀하게 분석했다. 바로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은하 GN-z11의 스펙트럼에서 질소가 산소보다 더 많이 측정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보통 수소와 헬륨을 제외하고 더 무거운 원소인 질소, 산소 같은 성분은 별들이 진화를 마치고 폭발할 때 주변에 흩뿌리면서 은하를 채운다. 그런데 보통 우리 은하 주변에서 발견된 별들은 산소를 먼저 남기고 그 다음에 질소를 남겼기 때문에 가까운 우주에서는 대부분 은하에서 질소보다 산소의 양이 더 많게 측정된다. 그런데 초기 우주에 존재한 은하 GN-z11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제임스 웹으로 측정한 GN-z11 은하의 정밀한 스펙트럼.


대체 어떻게 이런 높은 함량의 질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렇게나 이른 시점에 한꺼번에 높은 함량의 질소가 만들어지려면 7000만 도를 넘는 뜨거운 환경에서 폭발적인 수소 핵융합이 벌어져야만 한다. 태양 중심의 온도가 1500만 도다. 즉 태양 중심보다 다섯 배는 더 뜨겁게 내부가 달궈진 정말 거대한 별이어야 이런 폭발적인 수소 핵융합이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별 질량만 거의 태양의 5000~1만 배 수준에 달해야 한다. 초기 우주에 잠시 존재했다 순식간에 폭발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설 속의 별, 초질량 별(SMS, Supermassive Star)이다.

 

별은 무거울수록 더 빠르게 진화한다. 태양 질량의 만 배 수준으로 육중한 별이라면 그 수명은 겨우 100만~200만 년 수준밖에 안 된다. 현존하는 구상성단의 나이, 100억~130억 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찍이 이런 초질량 별은 터지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질소 성분과 같은 잔해들이 주변 우주 공간을 오염시켰고, 그것이 고스란히 그 뒤에 탄생한 별들에 남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어긋난 산소와 질소 함량을 보이게 된 것이다. 

 

구상성단은 태양에 비해 수천~수만 배 이상 무거운 별이 태어날 만큼 밀도가 높은 가스 구름 속에서 반죽되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사진=ESO


이렇게 육중한 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애초에 아주 밀도가 높은 거대한 가스 구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발견은 머나먼 과거, 태초에 구상성단이 어떤 현장에서 반죽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구상성단 속 별들이 어떻게 다양한 화학 조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놀라운 발견이다. 

 

그저 흐릿한 얼룩인 줄 알았던 GN-z11은 우주 역사상 처음으로 구상성단이 빚어지는 순간을 품고 있는 현장이다. 처음으로 빚어진 육중한 초질량 별들이 짧은 삶을 마치고 폭발하며 주변에 남긴 최초의 별 먼지가 우주 공간에 뿌려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얼룩 속에 방금까지 우주를 눈부시게 비추다가 금방 사라진 초질량 별들의 유훈이 섞여 있다.

 

참고

https://www.unige.ch/medias/en/2023/des-monstres-celestes-lorigine-des-amas-globulaires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23/05/aa46410-23/aa46410-23.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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