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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가맹본부 갑질보다 무서운 가맹점주 '을의 횡포'

심화된 경쟁 상황 속 각자 입장 존재…계약 갱신 거절 사유 꼼꼼히 따져봐야

2023.06.19(Mon) 15:25:18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장기적으로 계약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선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사진은 5월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 프랜차이즈 실천 캠페인 발대식 현장.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 계약(가맹계약), 대리점 계약 등은 계약의 내용과 성격상 당사자가 장기간 거래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가맹본부와 가맹점, 공급업자와 대리점은 수년간 여러 가지 상품과 용역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대기업에 제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경우도 상황은 이와 비슷하다. 이론적으로는 협력업체가 제품과 용역을 다른 대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고, 계약서에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으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선 협력업체가 △제품·용역이 특정 대기업에 특화돼 다른 대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특정 대기업이 기술 유출,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다른 대기업에 제품·용역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협력업체는 특정 대기업과 거래를 전속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한다.

 

위와 같은 거래·계약은 이른바 계속적 계약으로, 가맹점·대리점·협력업체(이하 가맹점 등)는 사업개시 시점에 많은 자본을 투입한 후 지속적인 거래로 이를 조금씩 회수한다. 따라서 가맹점 등은 자본 회수를 위해 가맹본부·공급업체·대기업(이하 가맹본부 등)과의 거래를 반드시 장기간 이어가야 하고, 이에 따라 가맹본부 등과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가맹본부 등이 계속적 계약을 미끼로 부당한 갑질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 또는 계약 해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계속적 계약에선 가맹점 등의 존립과 손익이 가맹본부 등의 의사결정에 좌우돼, 갑질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작다.

 

한편 가맹본부 등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산업에서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 시장의 파이는 줄어드는데 경쟁은 심화해 품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이 버겁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수 가맹점은 은퇴할 때까지의 적당한 수입을 기대하며 사업을 영위하므로, 서비스 혁신은커녕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도 요원하다. 

 

가맹본부 등도 기업인 이상 사업의 존속을 위해 자기혁신,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매출 확대가 필요하다. 가맹점 등은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유통채널로서 영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가맹본부 등의 입장에서는 본사의 정책을 수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가맹점 등을 선택해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장기간 거래를 이어가고 당연하게 유지하면서 점주가 나태해져 가맹점을 방치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지방을 다니다가 눈에 익숙한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보고 반가웠다가, 매장이 서울 도심의 매장과 전혀 다르게 운영돼 당황한 적이 있다.

 

가맹본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위와 같은 사례는 약과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점주는 해외여행을 다니고 매장을 계약직 사원에게 맡긴 사례 △점주가 연로해 점주의 지인이나 가족에게 가맹점을 사실상 양도한 사례 △위생 불량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비위생적인 현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오른 사례 등이 있다. 가맹본부 등이 미디어가 가맹점은 선, 가맹본부는 악으로만 묘사하는 것을 진부하게 느끼는 이유다.

 

필자가 직접 본 장면도 있다. 어느 대기업 가맹 사업 현장 조사에서 대기업 직원이 조사나온 공무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대리점 사장님이 부럽습니다. 정확하게는 노력에 비해 안정적으로 수입을 챙기는 그 대리점 사장님의 자녀가 제일 부럽습니다. 여기 대리점 사장님들은 보통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자녀에게 사업체 다 물려주고 은퇴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여기서 퇴직한 후 대리점 하나 받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푸념하자 공무원은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은퇴할 때까지의 안정적인 수입을 꿈꾸며 프랜차이즈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당사자별로 입장이 달라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한쪽만을 편들거나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판례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계속적 계약 관계에서 갱신 거절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10다30041 판결의 판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존속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속적 계약 관계는 그 기간이 만료되면 종료한다. 한편 계약에서 계약의 갱신 또는 존속기간의 연장에 관해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을 갱신하거나 존속기간을 연장하고,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갱신 등에 관한 별도의 법 규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새로이 계약의 갱신 등에 관해 합의해야 한다. 

 

② 이는 계속적 계약 관계에 해당하는 가맹점 계약 관계에서도 다를 바 없다. 법 규정 또는 당해 가맹점 계약의 해석에 좇아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본부에 대해 갱신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거나, 가맹본부의 갱신 거절이 당해 가맹점 계약의 체결 경위·목적이나 내용, 그 계약 관계의 전개 양상, 당사자의 이익 상황 및 가맹점 계약 일반의 고유한 특성 등에 비춰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의 갱신 요청에 합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자유를 가진다. 그에 있어 정당한 사유 또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때에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가맹사업법이 보장하는 10년의 가맹계약 갱신 요구 기간 등의 정함이 없는 한 가맹본부는 원칙적으로 가맹계약 갱신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가맹본부의 갱신 거절이 가맹점을 향한 부당한 보복 또는 법 위반 조건을 관철하려는 수단이거나, 거래 전반을 봤을 때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등의 사정이 있으면 가맹본부의 갱신 거절은 위법하다.

 

가맹점 입장에선 가맹본부가 갱신 거절 여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판시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앞선 판시 내용을 보면 갱신 거절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사유도 다양하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갱신 거절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요즘 극장에서 볼 만한 한국 영화가 별로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진부한 묘사가 있다. 세상은 복잡한데 일차원적으로 묘사하거나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니 보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사건의 판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사건 하나하나의 사실관계를 분석해 정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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