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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대구 주상복합건물 시공사 빚 521억 떠안은 이유는?

PF 약정보다 도급계약 기한 길어 '책임준공 기한 미이행'으로…분양 완료돼 큰 영향은 없어

2023.06.02(Fri) 15:44:36

[비즈한국] 신세계건설이 대구 주상복합 건물의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시행사 채무 521억 원을 인수했다. 국내 시공능력 34위 중견건설사가 공사 기한을 맞추지 못해 빚을 떠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신세계건설이 대구 주상복합 건물 ‘빌리브프리미어’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시행사 채무 521억 원을 인수했다. 4월 빌리브 프리미어 공사 현장. 사진=신세계건설 제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대구 중구 삼덕동에 시공 중인 주상복합 ‘빌리브프리미어’ 개발사업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521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채무를 인수했다고 5월 26일 밝혔다. PF 대출 채무 규모는 신세계건설 자기 자본 18.4% 수준으로 당초 대출 약정상 책임준공 기한은 5월 26일이었다.

 

신세계건설은 이날 시행사(차주), 대주단, 대리금융기관과 새로운 대출약정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에 따라 책임준공 기한은 4개월 늘어난 9월 26일, 대출 만기는 11월 26일로 조정됐다. 다만 신세계건설이 변경된 책임준공 기한에 건물을 준공하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9월 26일에 상환해야 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사업 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대부분 자기자본 규모가 적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이들이 PF를 일으킬 때 시공사 등이 신용을 보강하도록 요구한다. PF 상환과 부실은 분양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근 건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수 사업장이 착공과 분양에 차질을 빚으면서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가 PF 채무를 떠안는 사례가 발생했다.  

 

책임준공은 건설사가 PF 대출을 일으키는 시행사에 제공하는 보편적인 신용보강 형태로, 공사비 지급 등 시행사 의무 이행과 관계 없이 정해진 기간에 건축물을 준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책임준공 강제성을 높이고자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PF 대출 채무를 인수하도록 하는 약정을 함께 맺는다.

 

신세계건설이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PF 약정의 책임준공 기한을 도급계약 공사 기한보다 앞당긴 탓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시행사와 맺은 도급계약의 공사 기한은 8월 말까지로 PF 대출 약정에서 정한 책임준공 기한보다 3개월가량 늦다. 도급계약은 최초 계약 체결 이후 변경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공사 기간이 다른 이유에 대해 신세계건설은 “약정 당사자와 협의 없이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 인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빌리브프리미어 분양 물량은 완판됐다. 분양 완료된 물건에 대한 잔금이 인수한 채무를 넘어섰기 때문에 신세계건설은 새로운 책임준공 기한까지 준공을 완료하고, 원채무자인 시행사는 분양대금으로 PF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다. 아직 도급계약의 공사 기한은 넘지 않아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 상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건설 측은 “시공 도급계약 기준으로 준공은 2023년 8월 말이다. 채무 인수는 시공사로서 건물 준공 시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위한 결정이었다. 해당 사업장은 100% 분양이 완료됐으며 입주가 시작돼 잔금이 입금되면 상환이 가능한 채무”라며 “앞으로도 안전과 책임을 다하며 사업장 완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처럼 건설사가 장래에 우발적인 현상으로 떠안게 되는 빚을 우발채무라고 부른다. 장부상 채무는 아니지만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채무로 바뀌는 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신세계건설 우발채무는 2조 8744억 원. 책임준공 이행 시 채무인수 또는 보증의무가 면탈되는 조건의 PF 우발채무가 약 2조 118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보증(7206억 원), PF 차입금 자금보충(300억) 등이 뒤를 잇는다.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책임준공을 제공한 다수 도급사업에서 부진한 분양 실적이 지속됨에 따라 관련 사업장의 분양 진행과 공사대금 회수 추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건설은 건설과 레저 사업을 벌이는 중견 건설사다. 2022년 국토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에서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공사 능력을 1조 4297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34위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건설부문은 자체 브랜드 ‘빌리브(VILLIV)’를 중심으로 한 주거시설과 그룹사 물류​·판매시설을 짓고 있다. 레저부문은 경기 여주시 자유컨트리클럽, 트리니티클럽 등 골프장과 경기 하남·고양·안성시 스타필드 아쿠아필드, 센텀시티 스파랜드 등 레저시설을 운영한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 120억 원, 순손실 142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는 건설부문 40억 원, 레저부문 102억 원으로 매출비중(건설 96%, 레저 4%)을 감안할 때 레저부문 적자가 컸다.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은 2010년 이후 12년째 영업적자를 이어왔지만, 건설부문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2023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 108억 원, 순손실 100억 원을 기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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