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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낭만닥터 김사부의 '라떼식 칭찬' 하는 법

오늘 멋진 너의 활약상이 내일의 네가 기억할 '나만의 라떼'

2023.05.30(Tue) 13:51:30

[비즈한국] 김사부가 시즌 3로 돌아왔다. 배우 한석규의 명연기가 빛나는 SBS 금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김사부’)’ 이야기다. 시즌 1, 2가 모두 최고 시청률 2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넘길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끈 드라마였기도 하고, 워낙에 시즌 1과 2를 재미나게 봐왔던 시청자 1인으로서 시즌 3 또한 챙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 후반부로 넘어가고 있는 시즌 3 ‘김사부’는 김사부의 오랜 꿈인 돌담병원의 최신식 의료 시스템을 갖춘 권역센터가 오픈을 하는 설정에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라했던 지방의 돌담병원에서 권역센터까지 문을 연 병원의 달라진 면모처럼 시즌 3는 자연스럽게 스토리도 스케일이 커지고, 스토리의 맥을 이어가는 출연진들도 더 풍성해졌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 화면 캡처

 

총상을 입은 탈북자들을 치료하는 상황에서부터 아무도 예측 못 했던 오래된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로 집단 재난 사태에 대처하는 돌담병원 의료진들의 사투가 새로운 시즌에서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좀 더 거대해지고 드라마틱해진 드라마의 서사에는 김사부의 오랜 라이벌인 의사 차진만(이경영 분)이 권역센터 센터장으로 영입이 되고, 외상센터로 옮겨가는 기존 돌담병원 의료진들을 대신해서는 신입 의사 장동화(이신영 분), 이선웅(이홍내 분)이 새롭게 얼굴을 선보인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더해지면서 이와 연계되는 김사부와의 관계도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이 중 가장 보는 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이끄는 관계는 김사부와 신입 의사 장동화의 관계다. 장동화는 돌담병원의 기존 의료진들과는 다르게 워라벨이 중요하고, 응급환자가 들어와도 법정 근무 시간이 채워지면 퇴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신세대 의사다. 그런 그가 바로 직계 선배인 서우진(안효섭 분)과 김사부를 통해 서서히 변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가끔 훅 들어오는 ‘잽’으로 동화의 마음 변화를 이끄는 이는 김사부다.

 

총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끝까지 지킨 장동화가 돌담병원에서 처음으로 의사로서 사명감이라는 걸 느꼈던 날, 김사부는 장동화에게 다가가 “메센테리(장간막)을 네가 잡았다며?”라고 묻는다. 장동화는 “아! 그 이야기를 벌써 들으셨습니까?”라고 말하며 김사부가 칭찬을 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사부를 바라본다. 이에 김사부는 “해보니까 어떠냐?” 라고 다시 묻는다. 질문에 장동화는 “생각보다 제가 손이 둔하지는 않더라고요. 순발력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고요. 이제 알쓰리(R3, 레지던트 3년 차) 됐는데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죠”라며 자신감 넘치게 말을 잇는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 화면 캡처

 

그러자 김사부는 장동화의 말에 코웃음을 친다. 그리고는 “늦었지... 너 나 때는 말이다”라는 말을 시작하며 과거 전공의 말년에 본인의 활약상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는 “교수님 어시(보조)에 메센테리(장간막) 달랑 하나 잡은 걸로는 아휴~ 그 명함도 못 내밀었지, 그때는.” 이런 응대로 장동화의 활약상이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님을 라떼 무용담으로 제압한다.

 

이에 장동화는 “선생님도 ‘라떼파’셨구나”라고 혼잣말하고, 이어 “꼰대질하는 건 다 똑같다”며 김사부를 꼰대로 치부한다. 그 말에 발끈한 김사부는 “야! 사람은 누구나 다 나만의 라떼가 있는 법이야. 그 시절에 라떼를 뺀다면 어찌 지금의 내가 있겠냐!” 라고 말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는 장동화의 의사 가운 옷깃을 정리해 주며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둬. 오늘은 너의 ‘라떼’ 중의 하나가 될 테니까”라는 말을 던진다.

 

그 말을 들은 장동화는 지금까지 김사부의 ‘라떼 타령’이 사실은 본인의 오늘 사명감 넘쳤던 행동을 칭찬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김사부가 떠난 뒤 그가 칭찬을 해주며 정리해 준 단추를 매만지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역시 김사부는 칭찬도 남다르게 한다. ‘라떼’를 가장한 츤데레식 칭찬, 그야말로 반전을 가하는 멋진 칭찬이었다.

 

김사부의 반전 칭찬을 보면서 ‘라떼’를 이런 방식으로만 활용한다면 어떤 후배가 이런 선배에게 ‘꼰대’라고 칭할까 싶었다. 오늘의 멋진 너의 활약상이 내일의 네가 기억할 너의 멋진 ‘라떼’의 기억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하는 선배에게 말이다.

 

당신의 ‘라떼’가 소중하고 근사한 기억으로 남은 것처럼 당신의 후배들이 칭찬할 만한 일을 해냈을 때, 후배의 미래 ‘라떼’를 한 번 상기시켜 줘 보자. 쿨한 ‘라떼‘ 칭찬을 하는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말이다. 잘은 몰라도 미래 그 후배의 ‘라떼’ 속에서 당신도 함께 ‘라떼’ 시절의 꽤 괜찮았던 선배로 기억될지 누가 알겠는가.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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