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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도 시간도 부족한데' SK스퀘어, 웨이브·플로 살리려 안간힘

유상증자론 역부족, 점유율 반전 어렵고 전환사채 만기 코앞…티빙과 합병설 다시 솔솔

2023.05.25(Thu) 09:40:39

[비즈한국] 통신 3사가 너나 할 것 없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SK그룹의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자사 OTT ‘웨이브(WAVVE)’와 음원 플랫폼 ‘플로(FLO)’ 살리기에 분주하다. 내년 11월 기업공개(IPO) 시한이 다가오는 웨이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티빙(TVING)에 밀리고 쿠팡플레이에 치이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플로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품에서 떠나보낸 음원 앱 멜론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SK스퀘어가 웨이브, 플로의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중구 SKT타워. 사진=임준선 기자


#웨이브 “해외 구독 늘리자” 북미 시장에 사활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SK스퀘어의 미국 자회사 SK스퀘어아메리카로부터 2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901억 3263만 원 규모 증자를 결정한 후 5개월 만에 추가로 유치한 자금이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초석으로 풀이된다. 지원에 나선 자회사는 지난해 말 웨이브의 주주로 합류한 미국 법인이다. 당시에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본을 미주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COWA·Korean Content Wave)’ 인수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번에 수혈한 자금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시행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실적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해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 구독자를 확보해 녹록지 않은 상황을 반전하려는 시도다. 웨이브는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CJ ENM의 지원 아래 급성장한 뒤 시즌과 통합해 몸집을 불린 티빙에 국내 2위 자리도 내줬다. 만성 적자가 OTT의 숙명이라고는 하나 적자폭이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데다 전환사채(CB) 상환 기한이 1년 뒤로 다가와 압박감이 크다.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는 음반·음원 사업은 비교적 상황이 낫다. 2020년 119억 원 적자에서 이듬해 흑자 전환(48억 원)한 후 다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냈다. 공연, 상품기획(MD) 부문 등에서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멜론을 비롯해 지니·플로·바이브·벅스가 각축하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주도권이 사실상 글로벌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용 빈도를 따지면 현재 유튜브뮤직이 사실상 멜론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4위인 플로가 이 구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로는 해외 음악 유통사들과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각화에 나섰다. 사진=드림어스컴퍼니 제공


#‘IPO 압박’에 다시 등장한 티빙과의 합병설​

과거 공정거래법 규제로 멜론을 매각한 SK로서는 플로의 현재 성과에 만족하기 어렵다. 2013년 매각 후 압도적인 1위 사업자 입지를 굳힌 멜론을 바라보던 SK는 2018년 야심차게 다시 플로를 론칭했다. 음원 플랫폼은 인공지능(AI)·5G·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 통신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놓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플로는 다양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 음악 유통사들과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각화에 나섰다. SK스퀘어를 등에 업고 음악 저작권 업체 지분 인수와 투자도 단행했다. 음악 웹예능을 공동 제작하고 EDM 브랜드에 직접 투자하는 등 자체 IP(지식재산권) 제작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웨이브가 2022년 인수한 미주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 사진=콘텐츠웨이브 제공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와 곧 시작될 미국 진출로 업계 3위, 만년 적자 타개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티빙과의 통합 가능성이 다시 떠올랐다. 3년 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부장(현 SK텔레콤 대표)이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할 생각이 있다”고 발언한 후 제기됐던 합병설은 당사자인 티빙 측이 “​공식적인 제안도 없었고 내부적으로 검토조차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출혈경쟁의 한계를 맛본 양측이 다시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웨이브는 티빙과의 합병을 통해 KT처럼 ‘협업형 해외진출’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2000억 원 규모 5년 만기 전환사채 상환일​이 내년 11월로 다가온 것도 부담이다. 이 전환사채에는 IPO 전제가 붙어 있다. 내년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3.8%의 복리 이자를 적용해 갚아야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경쟁이 한창인 업계 특성상 웨이브는 현금성 자산 확보 여력이 부족하다. 지난 연말 기준 콘텐츠웨이브의 현금성 자산은 459억 원으로 전년(1508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지금으로선 상장안이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IPO 시한이 당장 5개월도 남지 않은 ‘11번가’는 상장 절차가 멈췄고, SK스퀘어 산하 ‘SK쉴더스(옛 ADT캡스)’와 ‘원스토어’는 지난해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IPO를 연기했다. 웨이브의 경우 플랫폼이 가진 강점이나 이용자 유입을 이끌 만한 콘텐츠도 두드러지지 않아 일단은 전환사채 만기일을 연장하는 방향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웨이브 관계자는 “플로의 경우 본연의 음원 서비스 강화와 더불어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웨이브와 플로 모두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환사채의 상환 연기 논의나 티빙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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