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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겸재와 추사 노니던 곳에 현대미술 꽃피었네, 서촌 갤러리 산책

박노수미술관, 보안여관, 갤러리 시몬, 사진전문 류가헌 등 다양한 갤러리 모여

2023.04.18(Tue) 14:36:47

[비즈한국] 경복궁 서쪽의 서촌은 조선 시대뿐 아니라 100년 전 근대 미술가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인왕재색도를 그린 곳이 바로 서촌의 계곡이고,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도 서촌이다. 이런 전통은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져 서촌 구석구석에 개성 있는 갤러리들이 자리 잡았다.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 갤러리 시몬에서는 5월 20일까지 배형경 작가의 개인전 ‘無, Be Nothingness’가 열리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근대문화유산이 미술관으로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해방 이후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박노수 화백(1927~2013)의 자택을 기증 받아 미술관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1937년 한식과 양식의 절충 양식으로 지어진 미술관은 건물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엔 박노수 화백의 기증 작품과 함께 생전 그가 모은 고미술품과 수석, 고가구 등 풍부한 소장품을 전시했다. 

 

朴魯壽(박노수)라고 쓰인 문패를 지나 미술관 마당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이층집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현관의 벽돌 포치(건물 현관 앞에 지붕을 갖춘 공간)는 서양식인데 서까래를 노출한 박공지붕은 동양식이다. 벽난로를 3개나 갖춘 실내 공간도 온돌과 마루 같은 한식 구조를 갖추었다. 1930년대 지어진 ‘절충식 문화주택’의 전형적인 형태란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해방 이후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박노수 화백(1927~2013)의 자택을 기증 받아 미술관으로 운영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실내 공간에는 박노수 화백의 작품과 함께 손때 묻은 가구와 생활 용품이 보인다. 한국화에 뿌리를 두면서도 강렬한 색감과 과감한 터치가 인상적인 작품들은 전통 속에서 현대적 미감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물 앞마당에는 화가의 흉상이 옛날 석등을 응시하고 있다.

 

박노수미술관 건물 앞마당에는 화가의 흉상이 옛날 석등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자리한 보안여관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 1930년대에는 서정주 시인이 이곳에 장기 투숙하면서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과 함께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부락’이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80여 년 동안 나그네를 맞이하던 공간은 옛 이름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입구의 낡은 간판을 시작으로 작고 허름한 방과 삐걱거리는 계단, 타일이 벗겨진 공동 욕실까지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풍경과 어우러진 전시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보안여관은 시인 서정주가 머물던 곳이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구완회 제공

 

#현대미술도 보고, 사진도 감상하고

 

보안여관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의 갤러리 시몬은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다. 1994년 문을 연 이래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노상균, 배형경, 강애란 등 우리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개인전과 다양한 그룹전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국내 미술관은 물론 해외 유수의 미술관 및 갤러리와 지속적인 교류를 다지며 역량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갤러리 시몬이 자리한 곳은 조선 21대 국왕 영조가 왕자 시절 살았던 창의궁이 있던 자리다. 이곳에 갤러리 전용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귀중한 유물들이 출토되기도 했단다. 

 

‘사진위주 류가헌’은 사진 전문 갤러리다. 사진=구완회 제공

 

전시장과 함께 사진 전문 책방과 커피숍도 갖췄다. 사진=류가헌 블로그

 

서촌 북쪽의 ‘사진위주 류가헌’은 사진 전문 갤러리다. ‘사진위주’는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뜻이고, 류가헌이란 “함께 흐르면서 노래하자”는 의미로 사람들이 사진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뜻을 담았단다. 원래는 서촌 골목길 한옥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2016년 이곳으로 이사했다. 

 

전시공간은 1전시장(2층)과 2전시장(지하1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1전시장에는 차를 마시면서 사진 관련 서적을 볼 수 있는 휴게공간까지 갖추었다. 2전시장 옆에는 사진 전문 책방과 커피숍도 있다. 류가헌에선 전시 작가들의 작품을 큰 신문판형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크지를 발행하고, 사진작가들의 사진책 출간을 응원하기 휘한 ‘사진책전시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행정보>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문의: 02-2148-4171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1월1일·명절 당일 휴관

 

보안여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문의: 02-720-8409

△운영시간: 12:00~18:00, 월요일 휴관

 

갤러리 시몬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20

△문의: 02-720-3031

△운영시간: 10:30~18:30, 월요일·일요일 휴관

 

류가헌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6

△문의: 02-720-2010

△운영시간: 11:00~18:00,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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