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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서진이네', 사장 이서진의 꿈은 현실이 된다?

멕시코 바칼라르 무대로 한 '윤식당' 스핀오프…과몰입한 장사 예능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2023.04.10(Mon) 14:59:48

[비즈한국] 사장이 바뀌니 이렇게 웃길 수가. ‘윤식당’의 스핀오프 ‘서진이네’ 말이다. ‘윤식당’의 사장이던 윤여정이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촬영으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윤식당’에서 이사로 활약했던 이서진이 사장이 되어 ‘서진이네’를 이끌게 됐다. 사장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뀌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서진이 이렇게 분식점 사장에 ‘진심’이 될 줄은 몰랐다.

 

멕시코의 작은 휴양지 바칼라르(Bacalar)에 자리 잡은 ‘서진이네’. 한국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인지, 임직원들의 경험이 쌓여서인지, ‘윤식당’ 시리즈보다는 손님들의 리액션에 덜 일희일비하는 느낌이다. 손님들도 소주와 김치를 찾는 등 한국문화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분위기. 사진=tvN 제공

 

‘서진이네’의 콘셉트는 ‘윤식당’과 흡사하다. ‘윤식당’은 해외에서 작은 가게를 차려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으로, 1호점은 인도네시아 발리, 2호점은 스페인 가라치코가 무대였다. 이번 스핀오프 ‘서진이네’는 멕시코 바칼라르를 무대로 한다. 포지션은 달라졌지만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그리고 ‘윤스테이’로 한 차례 합을 맞춰본 최우식이 그대로 출연한다.

 

달라진 점도 있다. 기존에는 일품 요리거나 코스 형태의 요리거나 어쨌든 ‘밥’이라 불리는 한식이 주를 이뤘다. 이번에는 김밥, 떡볶이, 라면 등 이른바 길거리 분식을 들고 나왔다. 박서준, 최우식과 절친한 사이지만 이서진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BTS의 뷔(김태형)가 막내 인턴으로 나오는 것도 큰 변화. 하지만 ‘서진이네’가 ‘윤식당’ 시리즈와 완연히 다른 결을 보이는 것엔 힐링보다 장사에 방점을 찍은 데 있고, 그 중심에는 이서진이 있다.

 

시작은 김밥, 떡볶이, 라면, 핫도그 정도였으나 장사를 할수록 메뉴는 늘어난다. 필승 아이템인 양념치킨부터 ‘맵부심’ 강한 멕시코인을 겨냥한 불라면, 분식 간의 조화를 꾀한 콤보 세트, 그리고 분식을 넘은 밥 메뉴까지. ‘본방 사수’ 한다면 치킨 등 야식을 미리 준비하고 시청하는 것이 좋다. 사진=tvN 제공

 

‘윤식당’ 시작부터 가게를 운영하는 임직원 사이 서열은 확실했다. 부드럽지만 깐깐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윤여정이 사장, 경영학 전공자이자 ‘꽃보다 할배’ 시리즈 때부터 윗사람 보필에 탁월했던 이서진이 상무이사, 주방에서 윤여정을 보좌하던 정유미가 과장, ‘윤식당 2’부터 합류한 박서준이 막내였던 식으로. 물론 이 서열은 ‘윤식당 2’와 ‘윤스테이’를 거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윤스테이’에서 이서진은 부사장까지, 정유미가 실장 겸 주방장을, 박서준이 과장 겸 부주방장을, 신입 최우식은 인턴으로 입사하는 식이었다.

 

‘윤식당’ 시리즈부터 합을 맞춰온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차츰 이뤄지는 승진에 따라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이들의 스킬과 마인드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가장 큰 재미는 손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이서진의 일희일비. 사진=tvN 제공

 

그러나 윤여정이 사장일 때는 사장 이하 임직원들이 부족하지만 장인정신의 느낌으로 일했다면, 이서진이 사장이 되고서는 장사를 제대로 하는 자영업의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변화의 축은 이서진이다. ‘윤식당’ 시리즈일 때 순간순간 탁월한 경영 센스를 보여주긴 했으나 안전지향적 중간관리자를 추구하던 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그대로 “수익이 왕이다”라는 경영 철학을 들고 나와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서진이네’에서 웃음 타율이 가장 높은 인물은 단연 이서진이다. 손님이 없을 때면 미간에 주름이 패이며 파리채를 들기 일쑤지만, 손님이 몰려올 때면 그의 매력적인 보조개는 시시각각 깊어진다. 매출에 대한 이서진의 집착은 그가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금융가 집안에서 자랐다는 사실과 맞물리며 묘한 시너지를 낸다. 직원들이 그에게 ‘과몰입’이라고 말하지만, 그 과몰입이 마냥 예능에 맞춘 것이 아닐 것 같다는 묘한 진정성? 7화에서 과로로 사기를 잃은 직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오전 반차를 허용하고 홀로 장을 보러 나간 그가 “아니, (걔들은) 힘들어 죽겠다면서 어떻게 놀 생각은 계속하냐”며 툴툴거릴 때, 웃음이 터진 건 나만은 아닐 거다.

 

‘윤스테이’에서 인턴으로 합류했으나 숙박업이었다는 이유로 ‘서진이네’에서도 여전히 인턴인 최우식, 그리고 월드클래스 그룹 BTS의 뷔가 막내 인턴으로 귀여움을 담당한다. 원래도 친분이 깊은 이들이 ‘꼰대 기질’ 보이는 사장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 사진=tvN 제공

 

71년생인 이서진과 대척점에 서 있는 MZ세대 인턴 뷔도 웃음 타율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이들과 달리 이서진과 처음 합을 맞추는 뷔는 ‘현실 사장님’ 이서진을 가르켜 “사장님이 좋은 분인지 나쁜 분인지 헷갈립니다” “지킬 앤 하이드 같아요”라고 표현하며 당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하는 ‘요즘 애들’ 느낌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이서진이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월급과 월차를 묻고, 매출이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목이 말라 판매 품목인 주스를 4병이나 마셨다고 고백한다.

 

역대급 매출을 올린 7화에서 나날이 늘어가는 손님을 보며 환해지는 이서진과 달리, 뷔는 주방에서 “인턴은 대박이 나든 말든 신경 안 써요. 대박 나서 내 월급이 올라간다든가 내가 뭐 좋은 점이 있어야지, 힘들기만 하고”라며 현실에선 당연하나 예능에선 아무도 하지 않던 말을 내뱉으며 웃음을 주는 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71년생인 이서진과 여타 직원들의 나이 차가 커서 직급이나 세대로 간극이 벌어지며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 95년생인 뷔의 등장으로 정점을 찍은 형국이다.

 

직원들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농담이 섞였으나 촌철살인의 멘트를 선보인 사장 이서진. 정유미에게는 상무 이사 이상의 승진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을 내린 반면 박서준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이서진의 진심이 가득 배인 이 장면은 ‘서진이네’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 사진=tvN ‘서진이네’ 화면 캡처

 

멤버들 간의 ‘케미’도 좋다. 이서진과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정유미, 박서준은 든든하게 ‘서진이네’를 받쳐주는 인물들. ‘앞 주방’에서 김밥왕을 꿈꾸는 정유미는 바쁠 때면 알아서 여러 포지션에서 서포트하고, ‘뒷 주방’에서 실질적으로 메인 주방장 역할을 하는 박서준은 바쁘게 일이 몰아쳐도 당황하지 않는 능숙한 일꾼이 되었다.

 

‘윤스테이’에 이어 여전히 ‘기생충에 나온 그 아들’로 활약하는 ‘오스카 인턴’ 최우식의 재바른 행동도 흐뭇함을 안긴다. 이서진-정유미의 임원 라인, 박서준-뷔의 뒷 주방 라인, 최우식-뷔의 인턴 라인 등 여기저기서 케미가 터지니,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사장의 횡포(?)에 툴툴거리면서도, “형 하고 싶은 것 맘껏 해보세요”라며 독려를 안기기도 하는 이들은 끈끈한 동료 그 자체다(가족 같은 회사는 지양하겠지만).

 

예능이지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서진이 내리는 소소한 판단이나 직원들을 대하는 스킬은 자영업자가 눈여겨 볼 구석이 있다. 과연 ‘서진이네’의 끝은 광대가 승천하고 보조개가 없어질 줄 모르는 이서진의 성공적인 사장 정착기로 끝날까? 사진=tvN 제공

 

10부작으로 예상되는 ‘서진이네’는 7화를 끝내며 영업일 이틀을 남겨둔 상태다. 8화에서 본격 선보일 신메뉴 제육덮밥과 불고기덮밥은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브레이크타임 없는 마지막 영업일에 임직원들은 잘 버텨줄 수 있을까? 영업 일주일간 총 매출 10만 페소를 지향하는 사장 이서진의 꿈은 이루어질까? 사장님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간절히 바라며 남은 회차를 기다리는 중인데, 그럼에도 현실에선 이서진 같은 사장과 직원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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