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유럽스타트업열전] 유럽 테크회사가 챗GPT를 활용하는 법

쇼핑 플랫폼 '클라르나' 미국서 먼저 '실험'…개인정보 보호 민감한 유럽에선 '우려'도 커

2023.03.28(Tue) 10:14:08

[비즈한국] 틱톡(TikTok)은 9개월,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년 반, 챗GPT는 2개월. 사용자 1억 명을 모으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역대 가장 빠르게 사용자를 모은 챗GPT가 연일 화제다. 기업들은 챗GPT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사람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신들이 해왔던 단순한 일은 챗GPT가 대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인간은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점점 더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서 “AI가 언어를 습득하면 문명의 운영 체제를 해킹하고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AI 수용 속도를 조절하고 늦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2022년 11월에 챗GPT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매일 챗GPT와 무언가를 시험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해 과제를 하고, 소설을 쓰고, 보고서를 제출하고, 부처의 명언 20가지를 질문하며 철학의 영역까지도 도전한다. 개인만이 아니다. 많은 기술 기업들은 재빠르게 챗GPT를 서비스나 업무에 도입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 

 

네덜란드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비치(Beech IT)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 100명 중 85명이 “빅데이터의 사용이 혁신적이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47%는 이러한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전체 경제를 바꿀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유럽의 빅테크회사 중에서는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르나(Klarna)가 챗GPT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과연 사업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유럽의 빅테크회사 중에서는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플랫폼 클라르나(Klarna)가 챗GPT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사진=klarna.com​

 

#클라르나가 챗GPT를 활용하는 방식

 

클라르나는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창업한 소매 금융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이제는 유럽의 빅테크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전 세계에 1억 50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가 있고, 일일 20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정도로 큰 플랫폼이다. 클라르나는 H&M, 이케아(IKEA), 익스피디아(Expedia), 나이키(Nike)를 포함한 50만 개 이상 기업을 글로벌 소매 파트너로 두었다. 현재는 전 세계에 45개 시장에서 활동하며 직원만 6000명이 넘는다. 

 

지난 3월 23일 클라르나는 쇼핑 과정에서 고객이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오픈에이아이와 협력해 챗GPT용 통합 플러그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클라르나 플랫폼에서 쇼핑을 하는 고객들은 클라르나 홈페이지에 통합된 챗GPT에게 쇼핑에 대한 조언을 요청할 수 있다. 챗GPT는 사용자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선별된 제품을 추천하면서 개인 맞춤형 쇼핑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챗GPT는 제품 추천뿐만 아니라 가격 비교 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까지 제공한다. 고객들은 쇼핑을 돕는 개인 비서를 둔 기분을 느끼게 된다. ​

 

‘원활한 쇼핑’이 클라르나의 모토다. 사진=klarna.com

 

조카의 생일 선물을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룡 좋아해”라는 조카의 말 한마디를 단서 삼아 어떤 공룡 제품을 선물할지 생각하면서 수많은 웹사이트를 뒤지게 된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만 플라스틱 소재라 제외하기도 하고, 기능은 마음에 들지만 더 싼 곳은 없는지 검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챗GPT에게 확실한 질문과 정확한 피드백을 주기만 하면, 여러 웹사이트를 방랑할 필요가 없다. 클라르나에서 챗GPT를 통해 사용자가 소매업체 수천 곳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르나와 챗GPT가 통합된 모델. 사진=klarna.com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챗GPT 플러그인 스토어에서 클라르나 플러그인을 설치한다. 플러그인을 설치한 후 챗GPT에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관련한 선별된 쇼핑을 추천 받는다. 챗GPT는 이 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추천해야 하는 타이밍도 학습한다. 소비자는 추가 질문을 하거나 추가 제품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클라르나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세바스찬 시미아트코브스키(Sebastian Siemiatkowski)는 “클라르나는 최고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1억 5000만 명의 사용자가 편리하게 쇼핑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챗GPT 도입 배경을 밝혔다.

 

클라르나는 스웨덴에서 창업한 유럽 기업이지만,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미국에서 총 상품 거래액(GMV)이 71%나 증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르나 카드는 2022년 6월 미국에서 출시될 당시 100만 명 이상이 발급 대기자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됐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유럽  

 

유럽 기업이 모두 챗GPT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보수적인 업계 중 하나인 은행권에서는 직원의 챗GPT 사용을 제한한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사내에서 오픈에이아이의 접속을 비활성화하해 직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가장 엄격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이 지켜야 할 규제 중 하나다. 챗GPT가 기업에 빠르게 도입될 움직임을 보이자 개인정보보호법 관계자들은 다양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 GDPR.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GDPR에 따르면 개인정보주체는 ‘잊힐 권리’, 즉 삭제권을 보유한다. 개인이 자기의 데이터에 대해서 더 많은 권리를 갖고, 특히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강조한다.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거나 정보에 중대한 부정확성이 있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것이 삭제권이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지속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에 관해 대답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를 진행한다. 따라서 개인의 개인정보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다양한 대화와 학습을 통해 부정확한 답변도 ‘진짜인 것처럼’ 답하는 능력이 있다. 유럽의 많은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 창업자 샘 알트만(Sam Altman)은 트위터에서 “실수로 소수의 사용자에게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AI가 생성한 제목이 노출되었다. 이를 끔찍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샘 알트만 트위터 캡처


실제로 오픈에이아이 창업자 샘 알트만(Sam Altman)은 트위터에서 “실수로 소수의 사용자에게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AI가 생성한 제목이 노출되었다. 이를 끔찍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알트만은 이 오류에 대해서 ‘기술적인 사후 분석’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어느 곳보다도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유럽에서 이는 큰 챗GPT 도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의회가 첫 인공지능(AI) 규제 프레임워크인 AI법(AI Act) 초안을 3월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규제에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AI 관련 스타트업은 규제가 덜한 다른 대륙으로의 이전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다. 

 

클라르나가 챗GPT 도입을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이유도 이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유럽 규제가 혁신의 물결을 잠재우는 제동장치가 될지, 더 안전한 AI 사용을 위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유럽스타트업열전] 기후위기 대응 '그린테크'의 미래, 베를린에서 만나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유럽 스타트업에 미친 영향
· [유럽스타트업열전] 한국은 주 52시간도 흔들리는데…유럽은 주 4일 근무로 간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사무실 없이 전 세계에 물건을 판다? 베를린에선 가능해
· [유럽스타트업열전] 챗GPT에 '유럽 스타트업계의 최신 빅뉴스'를 물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