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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에 밀려난 번동 LH주택 입주자들…결국 우이동 임대주택으로

'세입자 보호책 미비' 이미 예견…"아예 떠난 세입자도 있어, 서울시와 구청은 별도 안내 없다"

2023.03.15(Wed) 09:40:10

[비즈한국] 모아타운 1호 사업지에 위치한 LH사회적주택 청년 거주자들이 결국 인근 지역의 임대주택으로 이주한다. 지난 10월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강북구 번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으로부터 매도 청구 소송을 당한 이후 최근 나온 대책이다. 청년들의 새 거처는 강북구 우이동 LH매입주택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주택을 소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위탁 운영 재단이 함께 강구한 대책으로, 지자체나 조합은 공적임대주택의 매도 청구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단독] LH사회적주택 입주자들 날벼락…'오세훈표' 모아주택 추진에 강퇴 위기).

이사 갈 장소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주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없어 거주자들이 겪는 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해 초 후보지 선정 후 빠른 속도로 추진된 시범 사업지이다 보니 올 봄엔 이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아직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준비하는 단계로 이주 시기는 불확실하다. 

모아타운 1호 사업지에 위치한 LH사회적주택 청년 거주자들이 결국 인근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게 됐다. 사진=강은경 기자


#모아타운 조합 명도소송으로 방 뺄 위기

모아타운 조성으로 방을 뺄 위기에 처한 서울 강북구 번동 사회적주택이 최근 대안을 찾았다. 이주가 시작될 경우 거주자들은 LH가 소유한 우이동 매입임대주택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주택은 원래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었는데, 번동 사회적주택이 매도 소송에 걸리자 LH가 거주자들의 대안 거처로 새롭게 마련했다.

LH는 위탁 운영을 담당하는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재단에 우이동 주택에 대해 의견을 묻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재단이 입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번동 1~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이 사회적주택 빌라를 소유한 LH에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 차례 조합 설립을 거부한 LH는 소송에 응소해 대응에 나섰지만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사회적주택 거주자들의 이주는 피하기 어렵다. 이에 소득·나이 등 각종 요건을 통과해 이 주택에 입주한 20~30대 청년들은 당장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번동의 경우 모아타운 1호 사업지에 해당해 사업 속도가 빨랐다는 점도 청년 거주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이주 장소는 윤곽이 잡히고 있지만 시기나 비용 처리 등의 사안은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다. 사회적주택 거주자 A 씨는 “이주를 하게 되면 우이동 LH매입주택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이사와 관련해 들은 정보는 없고, 모아타운 사업이 부동산 시장 상황 때문에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 올해 중순을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거주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거주자는 계약을 종료하고 집을 떠났다. 지난 11월 기준 총 15명이던 거주자 중 2명이 이사를 간 상태다.

이 구역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3~4월에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는 이주 시기가 올 6월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이 구역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아직 관련 요건들을 보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주민 이주 절차가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주 개시는 이보다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모아타운은 절차를 간소화해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강북구 번동 조감도(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구청은 ‘강 건너 불구경’

서울시와 강북구청 등 지자체는 사회적주택 매도 청구 소송과 거주자들의 퇴거 문제가 떠오른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주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청년그룹 관계자는 “LH와 재단이 입주자들의 안정적 이주를 위해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서울시와 구청에서 별도로 안내나 공지가 온 건 없었다”고 말했다. 

모아타운은 신축과 구축이 섞여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개발하는 소규모 정비 방식이다.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1500㎡ 이상 블록 단위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할 수 있고, 층수 제한이나 각종 인허가 절차도 완화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인 재개발보다 사업 리스크가 낮은 탓에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한 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하면 인근 다른 구역의 시공사로도 선정돼 수천 가구의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 현재 사업이 추진되는 모아타운 대상지는 65곳으로, 서울시는 신청자가 많아지자 2025년 6월 말까지 수시 신청으로 전환해 더 많은 단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모아타운이 인기를 얻을수록 세입자 소외 문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보상책 미비는 사업 초기부터 예견된 부작용이었다. ‘미니 재개발’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모아타운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주대책조항이 없다. 조합이 세입자에게 이주비나 이사비 등을 보상하면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서울시 조례가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권고 사항에 그쳐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번동의 경우에도 조합이 이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구역은 지난 9월 서울시 의회에서 가결된 조례의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이미 최대 용적률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은 사회적주택 외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가구·다세대 주택 세입자에게 이사비용을 제공하는 것에 실익이 낮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과 관련해 각 조합에 고지했고, 번동의 경우 용적률 혜택을 받은 곳이라 임대주택 비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조합에게는 곧 비용 손실이 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조합에 ‘선심성 옵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진=강은경 기자

모아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강북구 번동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세입자 대책이 미비한 모아타운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희철 노동당 서울시당 모아타운 대책위 위원장은 “서울시는 ‘이주대책은 자치구에서 관리계획 수립 시 반영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떠넘기고, 구청은 ‘투기에 이용될 수 있다’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세입자로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구역에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손실 보상 등의 소식도 알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번동 주택에서 5년째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조합이 작년 연말에 임대아파트를 신청해보라고 권한 것 외에는 지자체나 조합으로부터 별도 안내 받은 내용이 없다. 많은 세입자가 동네를 떠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강북구청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관할 구역 내 공적임대주택이 조합으로부터 명도청구 소송을 받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직접 논의에 참여하거나 중재에 나서려는 시도는 없었다. 신희철 위원장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용적률 완화가 확실한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모아타운 붐을 일으킨 서울시가 자치구에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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