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사가 하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된 이유

[비즈한국] 검찰이 구현모 KT 대표를 수사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구 대표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했다. KT는 즉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당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러 부서 가운데 공정거래조사부에 보낸 것을 놓고 그냥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사부나 조사부가 아니라 준특수부 성격의 공정거래조사부에 보낸 것은 ‘기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정섭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에 ‘KT 수사설’이 힘을 받고 있다.

KT의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KT 본사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KT “사실 아냐” 즉각 해명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된 KT 사건은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지난 7일 고발했는데, 검찰은 곧바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KT는 입장문을 내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KT는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했고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과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를 적용받는 만큼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또 사외이사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서는 “향응과 접대 등은 사실이 아니며, 관련 조사가 진행될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KT 차기 대표에 여권은 여전히 ‘반발’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사건 내용보다는 배당을 놓고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KT 차기 대표 임명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관련 사건을 특수부 성격을 가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불공정거래의 성격이 있는 만큼 공정거래조사부에 가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최근까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 처리에도 급급할 정도로 사건이 많았다”며 “원래 반부패부로 가려던 사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때문에 힘들다보니 공정거래조사부로 갔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귀띔했다.

특수부 부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 역시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사건 아닌가. 사건을 기소하지 않으려면 형사부서에 배당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기소를 전제로 한 반부패부만큼은 아니지만 공정거래조사부도 다른 형사부서에 비하면 특수부 성격이 강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기소 가능성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입구. 사진=이종현 기자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에서 고발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구속했다.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업체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자금 130억 원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였다. 특이한 점은 공정위가 고발한 범위보다 더 넓게 수사를 했다는 점이다.

앞선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이정섭 부장검사는 ‘빡세게 수사하기’로 유명한, 기업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라며 “고발 조치된 구현모 대표를 비롯, 윤경림 차기 대표에 대해 여권이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사건 검토 후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강도 높게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