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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쉽게 속는 폰지사기 네 가지 공통점

개념 어려운 신종 유망사업 내걸고 투자 유혹…금감원 "고수익·다단계 방식 주의해야"

2023.03.10(Fri) 09:18:13

[비즈한국]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유명 연예인 TV광고를 앞세워 중장년층, 주부 등을 주대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는 A 그룹에 대해 사기일 수 있다며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A 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플랫폼, NFT 투자 등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에 투자해 판매수당과 사업수익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55만 원짜리 1구좌에 투자하면 사업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데, 매일 1만 7000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어 월 수익이 100%에 달한다는 것. 그러나 투자자들에 따르면 최근 A 그룹의 배당은 1구좌 당 몇 백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폰지사기 업체는 실질적인 수익원이 없고,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는 다단계 구조에 따라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2020년 2월 17일 IDS홀딩스 금융사기 사건피해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A 그룹은 전형적인 ‘폰지사기’로 의심 받고 있다. 폰지사기는 피해자들 대다수가 고령인데다, 업체를 고소·고발하게 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업체를 신고하지 않는다. 불법 금융사기 피해자 카페 ‘백두산’을 11년째 운영 중인 대마불사(필명)는 “금감원은 수사권이 없고,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사법적 처리가 힘들다”며 “경찰이 검찰 송치 직전까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나, 피해자들이 비대위를 만들어 업체를 옹호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희팔 사건’으로 대표되는 과거에는 화장품이나 생필품, 의료기기 등과 같은 실물자산을 이용해 불법 다단계 사기가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금융상품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수단이 진화했다. IDS홀딩스는 홍콩 금융상품을, 브이글로벌은 가상자산을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창출해주겠다고 속였다. 그러나 이들 폰지사기 업체는 실질적인 수익원이 없고,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는 다단계 구조에 따라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메타버스·NFT


폰지사기 업체들은 유명하지만 중장년, 노년층에게는 생소한 상품을 미끼로 내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바이오 열풍에 편승해 화장품과 의약품 등을 내세웠고, 가상자산 열풍이 일었던 2020년부터 2022년 초반까지는 가상자산을 내세웠다. 가상자산의 경우 초기 단순 코인에서 수익형 코인으로, 다시 NFT와 메타버스로 트랜드가 바뀌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의 투자자들은 폰기사기 업체들이 ‘4차산업’을 내세우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강의를 듣고 업체의 전문성을 신뢰하게 된다.    

 

A 그룹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광고이용권을 NFT로 판매했다. 또 회원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블록체인기업과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업체 등에 투자하고 협약을 맺었다. A 그룹은 이들 기업이 ‘4차산업의 핵심사업분야’ 계열사로서 향후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제보 중인 B 기업 역시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발행해 판매했다.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10배 수익을 약속했고,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코인을 회사 주식으로 교환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부동산’을 무료로 분양해주겠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사회공헌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폰지사기 업체들은 ‘좋은 회사’를 표방한다. 투자자들만 높은 수익을 얻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나 불우이웃을 지원한다고 강조하는 것. 때문에 투자자들은 업체의 성장을 응원하고 회원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A 그룹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주의보가 발령되자 “사회적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회사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며 언론 보도를 안티세력으로 규정했다. A 그룹은 투자자들에게 경보주의 글을 내려달라는 탄원서 작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A 그룹은 재단을 설립해 수익의 40%를 불우한 아동들과 결손가정을 돕는데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A 그룹 대표는 강연에서 한 계열사에 투자한 과정을 설명하며 “대기업이 투자하려던 것을 우리가 먼저했다”며 “대기업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우리는 100%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B 기업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통해 현금이 없는 소상공인들이 현물이나 서비스를 통해 가게를 광고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벌이고 상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K-드라마의 위상을 끌어올린 오징어게임은 코인 사기에 악용되기도 했다. 사진=비즈한국 DB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은 지난 2021년 9월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다. 공개 이후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K-드라마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오징어게임에 세계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오징어게임 코인’도 등장했다. 2021년 10월 26일 11만원에 출시된 코인 가격은 일주일 만에 33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오징어게임 이름을 따온 것 외에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코인 가격이 치솟은 것. 개발사는 온라인으로 오징어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코인으로 오징어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고 코인을 모두 현금으로 교환해 도주했다. 

 

코인 사기에도 악용됐던 ‘오징어게임’은 A 그룹과 B 기업에서도 등장한다. A 그룹은 오징어게임 이라는 명칭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개발했고, B 기업은 온라인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상금을 지원하는 오징어게임 이벤트를 열었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유명세를 탄 오징어게임 명칭을 그대로 가져와 홍보에 이용한 셈이다. 이는 폰지사기 업체들이 유명인을 앞세워 홍보하고, 고령층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각광받고 있는 신사업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라인(하위 투자자)

 

폰지사기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액과 하위 투자자 모집 규모에 따라 피라미드 식으로 직급을 나누고, 신규 투자자를 데려올 경우 추천수당을 준다. 업체마다 지급은 다르지만 직급을 구분한다는 점은 모두 같다. 브이글로벌의 경우 하위 투자자들 모집할 때마다 투자금의 20%를 추천수당으로 줬다. IDS홀딩스는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3% 이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B 기업은 투자자에게 “하위 투자자로 회원 5명을 가입시키면 하위 투자자 5명의 수익금도 상위 투자자에게 모두 주겠다”고 현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폰지사기 업체에서 높은 직급을 가진 상위 투자자들은 이전에도 다른 폰지사기 업체에서 직급자로서 중간 판매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단순 투자자와 달리 신규 투자자들이 모집되는 만큼 수당과 인센티브가 많아지기 때문에 업체 홍보와 팀빌딩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A 그룹을 조사 중인 한 백두산 회원은 “A 그룹 상위 직급자가 이전에 다른 폰지사기 업체의 직급자였던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백두산 운영자 대마불사는 “폰지사기 업체 직급자들이 자신의 라인(하위 투자자들)을 매매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 때문에 한번 폰지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또 다른 폰지사기 업체의 타깃이 돼 여러 번 비슷한 피해를 입는다”고 전했다.

 

자신이 투자한 업체가 앞서 설명한 네 가지 키워드에 부합하거나, 사기 여부가 의심스럽다면 백두산 카페를 검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백두산에는 다양한 사기업체, 혹은 사기 의심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 게시글이 올라온다. 경찰은 대마불사와 협력해 피해 사례를 확인하고, 금감원은 백두산 카페를 통해 사기업체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대마불사는 “사기 여부를 가장 손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번호”라며 “전화번호가 없거나 가짜 번호인 사이트에서 투자를 받고 있다면 100% 사기”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A 그룹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며 “고수익을 약속하며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특히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 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유사수신으로 의심될 경우 신속하게 신고하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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