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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피 탐사대④] 팬톤 '올해의 컬러'가 수명 1년짜리 패션 양산?

패션·제조업 등 유행에 영향력 점점 커져…"1년 뒤 폐기물 된다" "원료가 알레르기 유발" 지적도

2023.02.24(Fri) 09:53:24

[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색채 연구소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한다. 팬톤이 정한 색상은 그해 컬러 트렌드를 주도한다. 팬톤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선정된 컬러를 돋보이게 한다. 올해의 컬러는 디자인, 패션, 화장품, 광고 등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색채 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2023년의 컬러는 붉은 계열의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다.​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해 디자인, 패션, 화장품, 광고 등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이끈다. 사진=팬톤코리아

 

팬톤이 선정한 2023년의 컬러는 붉은 계열의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다. 팬톤은 비바 마젠타의 붉은 색감이 “자연의 힘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극복하고 치유하고, 서로를 다시 연결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는 설명이다.

 

한편에선 팬톤 올해의 컬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팬톤이 매년 컬러를 지정하면서 패스트 패션을 주도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올해 컬러인 비바 마젠타는 코치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코치닐의 원료가 되는 연지벌레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올해의 컬러 발표…업계 영향력 절대적

 

업계에서 팬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팬톤은 1964년 최초로 색에 고유 번호를 붙이는 색상 매칭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나 웹 등 어디에 적용하더라도 같은 색이 나올 수 있게 컬러를 시스템화한 거다. 이 때문에 컬러를 사용하는 산업이라면 팬톤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팬톤의 컬러북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팬톤은 선정된 올해의 컬러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팬톤코리아

 

패션 업계 관계자 A 씨는 “팬톤의 프로그램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기획을 하는 데 있어 팬톤의 색상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업계 관계자 B 씨도 “포토샵이나 인쇄를 할 때 대부분 팬톤 색이 기준이다. 팬톤 색상을 사용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톤의 영향력은 색상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2000년부터는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했다. 팬톤은 매년 트렌트를 분석하고 그해에 맞는 의미를 부여해 컬러를 선정한다. 기존 팬톤 컬러북에 없던 색을 새롭게 만들어 발표하기도 한다. 단순히 색을 선정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도 출시한다.

 

2018년 컬러였던 보라 계열의 ‘울트라 바이올렛’이 유명세를 탄 이후부터 팬톤이 선정한 컬러는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유통업계 관계자 C 씨는 “팬톤 컬러가 갑자기 주목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 올해의 컬러가 제품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심화됐을 때는 그 영향이 줄어들긴 했지만, 업계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올해의 컬러’에 즉각 반응한다. 지난 1월 화장품 원료 제조 기업 컬러레이는 ‘비바 마젠타’ 색상 원료를 개발했는데, 화장품, 페인트, 인쇄 등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에선 비바 마젠타를 활용한 신상품을 발빠르게 내놨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비바 마젠타를 활용한 니트, 원피스 등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백화점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도 붉은 색 계열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백화점 관계자 D 씨는 “확실히 신제품으로 붉은 계열 색상의 제품들이 많이 나오긴 했다”고 말했다.

 

2월 22일 서울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한 지점 내부. 붉은색 계열의 신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SNS에서도 비바 마젠타 컬러를 이용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최근 LG전자는 팬톤과의 협업을 통해 냉장고 색상에 비바 마젠타를 추가했다. ​사진=LG전자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나 전자제품 등 다방면에 적용된다. 최근 LG전자는 팬톤과의 협업을 통해 냉장고 색상에 비바 마젠타를 추가했다. LG전자는 “앱에서 터치만으로 냉장고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에 첫 번째 업그레이드 컬러로 비바 마젠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패스트 패션 주도” 비판…원료가 알레르기 유발

 

팬톤의 컬러는 트렌드를 선두하지만, 비판을 피해 가긴 어렵다. 패스트 패션을 조장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서 업계 관계자 A 씨는 “사실상 유행은 만들어 나가는 거다. 그걸 누가 주도하냐는 건데, 패션뿐 아니라 전 분야에 있어서 팬톤이 이를 이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팬톤이 색을 발표하면 그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즉각 반영하고, 그게 유행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매년 빠르고 쉽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은 바꿔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생활폐기물로 배출된 섬유류는 37만 664톤에 달한다. 이 중 재활용되는 양은 단 2만 1433톤, 5.8%에 불과하다. 반면 소각은 26만 5154톤, 매립은 8만 606톤 규모에 달한다(관련기사 [그린 패피 탐사대①] '그 많던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환경오염 2위 패션산업의 이면).

 

패션 업계 관계자 E 씨는 “요즘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업계에선 유행을 무시하기 어렵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 있으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팬톤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컬러를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다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특이한 색을 선정한다면 그해 팔리지 않은 제품은 대부분 폐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바 마젠타 원료의 안전성도 문제다. 팬톤은 비바 마젠타를 붉은색 코치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코치닐은 중남미 선인장에서 기생하는 곤충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색소다. 

 

팬톤은 비바 마젠타가 천연 염료 계열에 속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벌레에서 추출하는 동물성 원료다. 코치닐 색소는 세계적으로 알레르기 유발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알레르기 유발 의심물질로 규정했다. 일본에서도 코치닐 색소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지금도 식품이나 화장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앞서의 C 씨는 “아직 카민색소를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붉은 색 원료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벌레를 사용한다는 부정적 인식과 높은 단가 때문에 대체 색소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는데, 팬톤에서 이번 컬러가 연지벌레에서 얻은 색이라고 명시하면서 카민색소 사용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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