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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KB·대신증권 판결문 보니 신한투자증권 '운명' 보인다

투자자 95% 합의한 대신증권 벌금 2억, 부실 사전인지 부정된 KB증권 벌금 5억…"신한은 KB와 비슷?"

2023.02.23(Thu) 17:21:03

[비즈한국]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3년 6개월, 라임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KB증권은 지난 1월 12일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5억 원을, 대신증권은 지난 14일 1심에서 벌금 2억 원을 선고 받았다. 두 판매사는 검찰의 구형보다 다소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았으나 항소에 나섰다. 이에 다음달로 예정된 신한투자증권 1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양벌규정에 의해 기소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양벌규정에 의해 지난 2021년 기소됐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사 임직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법인에도 주의·감독 의무 소홀을 따져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대신증권은 장영준 전 반포WM센터장에 대해, KB증권은 김 아무개 전 델타솔루션부 팀장 등 임직원 5명에 대해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두 법인에 각각 벌금 3억 원, 벌금 7억 5000만 원을 구형했다. 

 

#대신증권 ​, ‘문제표현’ 사용했지만 투자자 95% 합의 참작

 

판결문을 통해 살펴보면, 대신증권의 경우 장영준 전 센터장이 라임펀드의 중요사항을 설명하며 거짓된 표현을 고의로 사용했는지와 장 전 센터장의 이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대신증권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장 전 센터장과 반포WM센터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라임펀드 17개를 판매하면서 ‘담보금융 90%, 전환사채 10%’, ‘LTV 50% 이하’, ‘연 8% 이상의 준확정금리’, ‘발생 가능한 위험을 0%에 가깝게 조정’ 등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문제표현이 모두 거짓인 데다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장 전 센터장이 문제표현을 사용할 당시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장 센터장의 부정적 거래 행위가 회사 내 지위 상승 등 무형적 이익이나 인센티브 추가 지급 등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라고 봤다. 라임 펀드가 주로 반포WM센터에서 판매됐는데, 장 전 센터장이 투자자들에게 “라임 펀드는 반포WM센터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것이 센터의 경쟁력”이라는 취지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신증권에 대해 “장 전 센터장의 행위가 지엽적, 돌발적, 비전형적인 직무 관련 부당행위나 불법행위로 보이지 않고, 회사가 이를 사전에 전혀 예측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음에도 회사가 각 단계(상품 출시부터 사후관리까지)에서 실효적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운영하지 않는 등으로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대신증권 내부통제조직인 준법감시부서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내부통제평가 결과보고서를 인용, 인력 부족과 준법감시인 빈번 교체 등으로 미흡하게 운영됐다고 봤다. 다만 미흡하나마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관리·감독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고, 투자자들 중 95% 상당과 합의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점을 참작해 검찰 구형보다 낮은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지난 2020년 10월 28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KB증권​, TRS 수수료 우회 수취만 유죄 

 

KB증권 법인과 김 아무개 전 델타솔루션부 팀장 등 임직원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KB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사이면서 동시에 라임에 TRS(총수익스와프)를 제공했다. 이에 검찰은 KB증권이 TRS 업무 중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라임 펀드를 판매하고, 라임펀드 간 돌려막기에 공모, 라임펀드 사기적 판매에 가담했다고 봤다. 또 펀드를 판매하면서 판매료를 라임 등 자산운용사에서 받는 TRS(총수익스와프) 수수료에 가산해 우회 수취하면서 고객들에게는 펀드 판매수수료가 없다고 기재한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TRS 수수료를 우회 수취한 점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또 김 전 팀장을 제외한 KB증권 임직원 4명에게는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KB증권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결탁 의혹을 받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린 라임펀드 부실 사전 인지에 대해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KB증권 내부조사결과 보고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 등 내용만으로는 KB증권이 부실이나 부실 징후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제재 과정에서 핵심 근거로 작용한 근거들을 부정한 셈이다. 

 

또 재판부는 KB증권에 대해 “대형 증권사로서 갖춰야 할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사용인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사용인들 범행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수취된 판매수수료 총액이 47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사용인들 개인에게 사적으로 귀속되지 않았고 오히려 KB증권이 구조적으로 부담했어야 하는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자 노력한 점, 사후 고객 피해 보상에 노력한 점, 판매수수료 관련 펀드들이 조기상환되거나 분배금이 투자자들에게 정상 지급된 점 등을 참작했다. 

 

이와 관련, 라임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TRS는 일반 대출이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자산을 담보로 잡는 대출”이라며 “다른 판매사들은 블라인드 펀드로서 투자 대상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TRS 계약 당사자인 KB증권이 투자 대상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B증권은 위험을 (사전에) 인식해 대출에서 담보비율을 높여나간 데다, 무등급 기업임을 알면서도 A등급 이상의 사모사채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했다는 점에서 사기적 판매를 넘어 특경법상 사기 행위로까지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 ​1심 선고 연기…부실 사전 인지 여부가 쟁점 될 듯

 

대신증권과 KB증권에 대한 1심 판결은 다음달 예정된 신한투자증권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2일 1심 선고가 예정됐으나 3월 15일로 연기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임 아무개 전 PBS사업본부장이 부실을 숨긴 채 기준가를 임의 조작하면서 480억 원 규모의 라임펀드를 판매하는 동안 이를 방치한 채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라임자산운용과의 TRS 계약을 맺은 만큼, 부실 사전 인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김정철 변호사는 “검찰이 양형부당과 관련해 항소했으나, 재판부가 대신증권의 잘못은 판결문에서 정확히 지적했다. 반면 KB증권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TRS의 본질이나 김 전 팀장의 역할을 재판부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신한투자증권도 KB증권처럼 라임과 TRS에 참여했던 곳이기 때문에, 관련된 부분의 판결이 비슷하게 나올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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