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의 끝날 줄 모르는 미사일 도발이 또 시작되었다. 한미 연합훈련을 핑계로 시작된 이번 도발은 ICBM을 거쳐 초대형 방사포를 통한 연속 도발을 통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메시지를 한국과 미국에 보내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계속 미사일을 쏘고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일단 첫 도발인 2월 18일 ICBM 발사를 보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성능 테스트가 아니라 실전 부대의 훈련 테스트였으며, 일명 ‘제1 붉은기영웅중대’라는 부대가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발사에 사용된 화성-15형 ICBM은 최고 고도 5,700km, 거리 900km로 일본 홋카이도 동쪽 EEZ(배타적경제수역)에 낙하하였고, 발사 후 다음 날 북한은 ICBM의 태평양 사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고각 발사가 아닌 미국 본토와 가까운 지역으로 ICBM을 사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암시했다.

토요일의 화성-15형 ICBM 발사가 미국을 향한 도발이라면, 20일 아침 7시에 발사한 두 발의 600mm급 초대형 방사포는 대한민국을 향한 도발이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두 발의 방사포탄은 300여 km 떨어진 두 표적에 사격했는데, 이 방사포를 ‘전술핵 공격수단’이라 부르며 한국의 전투비행장을 4발의 전술핵 방사포로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하자면, 북한의 이번 연속 미사일 도발은 미국과 대한민국을 동시에 협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한 셈인데, 실제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ICBM을 발사한 다음 날 19일 담화에서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싸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더니, 20일에는 대한민국 영토를 표적으로 하는 방사포를 발사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에 각각 알맞은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판 ‘맞춤형 핵 억지’를 훈련을 통해 선포한 셈이다.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협박이 핵무기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불안감이 읽힌다는 것이다.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자신들의 기술과 수준을 자화자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 실험 후 우리 군과 전문가들의 평가와 대응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박하는 수준 이하의 행동을 하고 있다.

일단 우리 군과 전문가들이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 여러 의구심이 생기고 있고, 특히 ICBM에 대한 의구심을 많이 가진 것은 단순한 의심이 아닌 논리적인 근거를 가진 주장이다.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가진 첫 번째 의심은 ICBM의 발사 준비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북한 보도만을 보자면 발사 훈련은 전날 새벽에 먼저 비상대기 지시를 한 다음, 아침 8시에 김정은의 친필 명령서가 훈련부대에 하달된 뒤, 9시간이나 지난 오후 5시 22분에 실제 발사가 진행되었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다 보니 연료 주입과 발사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난 화성-8형 미사일에서 액체연료의 장기 보관 기술인 앰풀 화(암풀화)가 ICBM에는 적용되지 못했던 것으로 우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화성-15 ICBM의 또 다른 의구심은 재돌입 성공 여부이다. ICBM이 발사되고 일본의 삿포로 시민과 NHK 방송국 카메라에는 ICBM의 재돌입체(RV)로 추정되는 불덩이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이 떨어지는 모습이 정상적인 재돌입체의 모습과 달라서 재돌입 중 두 조각으로 분해되어 타버린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이 일부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재반박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 후 진행한 담화에서‘일부러 적의 정찰기 7기가 착륙한 시간에 발사했다.’라며 기습 발사가 성공이었다고 주장하거나, ‘미사일의 1단과 2단이 분리되는 걸 탄두라고 착각했다’라면서 우리 측 전문가들의 평가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반박했다.

20일 진행된 초대형 방사포 사격은 한국 및 해외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특별한 논평이 없어 지금까지는 북한의 반응이 없지만, 초대형 방사포 역시 200mm급 무기에 사용되는 구조를 600mm에 그대로 적용한 점, 사거리는 길면서도 비행 제어 장비, 조종 날개가 단순한 구조라는 점을 전문가들이 지적하면 신경질적으로 재반박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물론 군과 국방부는 북한의 이런 비정상적인 ‘말 폭탄’과 ‘기술적 반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다만, 우리는 북한의 이런 ‘억지 떼쓰기’와 ‘무기 성능 과장하기’가 단순한 억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자신들이 화를 내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노림수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ICBM이 제대로 발사되었는지, 원하는 곳에 떨어졌는지 알기 위해서 시험 발사 미사일에는 텔레메트리(telemetry)라는 장비로 미사일 상태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이런 미사일 신호 수신이나 정확한 추적을 위해서 필요한 비행기나 함선은 북한이 아직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반박과 분석을 통해서 북한이 오히려 정보를 얻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연속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전제 사항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구실로 미사일을 쏘는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현재 계획된 한미 연합훈련은 9.19 군사합의의 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검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공군 전력 소모를 막기 위한 ‘분산된 치명성’을 고려한 전력 건설에 나서야 한다. 지난 한 해 북한은 무려 62회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진행했고, 이에 대응하는 작전을 맡은 공군 전투비행단과 미사일사령부의 장비와 인원이 상당히 피로가 누적되었음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전투기에 실제 무장을 장착해서 공격하는 훈련에 필요한 절차와 준비가 많고, 미사일사령부 역시 비상대기 상태로 오랜 기간 대기하고 있어 평시 유지관리 업무에도 어느 정도 지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은 말 그대로 적을 위협하는 무기와 수단을 다양화하여 적이 대응하고 신경 써야 할 표적을 늘리고, 대규모 전투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아도 전투력을 유지한다는 개념인데, 미국이 중국 대응을 위한 무인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트럭을 도입하는 것을 모방하는 것을 고려할 만 하다.

즉, 현무-3 및 초음속 대함미사일 무인화 이동식 발사대(TEL)를 개발하고, 공군의 대형 무인기인 중고도무인기(MUAV)에 MBDA의 스피어3(Spear-3) 소형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유사한 사거리 150km 급 소형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하여, 공군 전투기의 긴급출격 없이 24시간 초계 중인 무인기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를 긴급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제안해 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은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이간질하고, 협상의 유리한 지점을 찾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군사적 위험인 것도 명백하므로, 북한 도발 대응훈련의 실패는 줄이고 작전 병력의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맞춤형 도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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